2011년 10월 22일 토 맑음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미술 시간에 감상했던 작품들.
그 수많은 작품들 중 제 뇌리 속에 박혀 떠나지 않는
밀레의 '이삭줍기'와 '만종' 작품이 있어요.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황금물결 출렁이던 들판이었습니다.
논 가운데 서서
가을걷이가 끝난 후의 휑한 들판을 바라봅니다.
세상에는 궁금한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고
따라해보고 싶은 것이 많고도 많습니다.
이 들판에서 저도 꼭 한번은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뭐냐구요?
그 중 하나가 바로 밀레가 그린 '이삭줍기'에 나오는 여인들처럼 이삭을 한번 주워보는 것이었습니다.
밀레처럼 훌륭한 화가가 되어야겠다는 그런 꿈이 아닌 '이삭줍는 여인'이 되어본다는...
제가 생각해도 참으로 희안한 발상입니다.^^;;
여하튼 전 그 희안하고 소박한 꿈을 수십 년 지난 오늘에야 한번 실천해 보려고 들판으로 나갔습니다.
벼베기 및 탈곡이 끝난 논에 허리를 구부리면 제가 바로 '이삭줍는 여인' 주인공이 되지 않겠어요?
허리를 구부려 이삭을 몇 개 줍다가 문득 논 가장자리에 드문드문 한 줄로 서 있는 벼들을 발견했습니다.
벼들이 베어지는 동시에 탈곡까지 끝내버리는 콤바인이라는 기계를 발명한 사람이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기계를 사용하면 사람 손만큼 알뜰살뜰하지 못한 단점도 있더라구요. 가까이 가보니 벼이삭들이 아직도 실하게 매달린 것도 있고, 새들에게 뜯어먹힌 벼이삭도 있었습니다.
논 가장자리에 어쩌다 한 포기씩 고개 숙인 벼이삭입니다.
친정어머니에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엄마, 여기 추수 끝난 논에 벼 이삭 많이 보여요. 벼 이삭 주워 드릴까요?"
"그래? 니가 어떻게 벼 이삭 주울 생각을 다 했냐? 그것 주울 시간이 있냐? 벼 이삭으로 찐쌀 만들면 된다. 쌀강정 만들 만큼만 주워봐라."
전화를 끊고나서 벼이삭 하나하나를 장갑 낀 손으로 훓어서 비닐에 담았습니다.
보통 논 한 마지기가 150-200평이라는데, 여기 논들은 대부분 한 필지가 2000평 정도입니다. 지난 사년간 관찰해보니 논주인이 콤바인으로 벼들을 수확하고 나면 열흘 후쯤 볏짚을 수거해가는 분들이 와서 가져갑니다. 콤바인이 벼 수확을 위해 한번 지나가고 나면 땅에 떨어진 벼 이삭들은 철새나 텃새 먹이가 됩니다. 새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벼이삭들은 이듬해 못자리 할 때까지 논물 속에서 볍씨 형태로 그냥 있었습니다.
검게 변하여 썩은 볍씨처럼 보이지요? 저도 처음 본 흑미 볍씨입니다.
밀레의 이삭줍기 속 모델된 아낙네들은 그 당시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 논바닥에 떨어진 볍씨 한 알 한 알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을까요?
약 160년 후에는 (지금 여긴 한국이지만)사람들로부터 벼이삭 정도는 새들이 뜯어먹든 썩어 없어지든 크게 상관없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상상이나 하였겠어요?
볍씨 한 톨 한 톨이 우리 농민들에겐 얼마나 소중한 씨앗인지, 볍씨 한 톨에 담긴 농민의 정성은 어떠한지 생각해 보면서 휑한 논에서 두 시간 동안 이삭줍기를 하였습니다.
친정 어머니에게 갖다 드리면 어떤 음식으로 살아날지 기대해 보세요.^^
(새먹이를 빼앗은 것 같아 마음이 약간 걸렸습니다.)
'이 다음 번에는 어떤 것을 해볼까?'
제 마음 속에 담긴 해묵은 기억들을 또 하나 꺼집어내어 실천에 옮겨볼까 생각합니다.
명화 감상 : 이삭줍기 (Les Glaneuses)
화가명 밀레 (Jean Francois Millet)
제작년도 1857
작품재료 캔버스에 유채
작품크기 83 x111 cm
소장위치 파리 오르세 미술관
밀레의 <이삭줍기>는 <만종>과 더불어 밀레 최고의 걸작품으로 꼽힌다. 밀레가 <이삭줍기>를 살롱에 발표했을 당시 사람들은 이 작품의 주제가 농부들의 힘들고 고된 일상이라는 것을 바로 이해했다.
극빈한 하층 계급과 귀족, 신흥 부르주아 사회 계층의 불균형 속에 밀레는 부유하고 권력적인 지식층보다는 반복적인 노동에도 불구하고 빈곤한 농부의 삶을 화폭에 담고자 한 것이다.
당시 시대적으로 마르크스의 영향 아래 많은 리얼리스트들이 사회 비판적 성향의 그림을 그렸으나 밀레가 그린 농촌 풍경들은 이러한 비판보다는 성스럽고 종교적인 숭고미가 드러난다.
<이삭줍기>는 수확 물이 풍성하게 쌓인 넓은 대지에 허리를 굽혀 이삭을 줍고 있는 세 농촌의 여인들을 표현했다. 이 여인들은 부드러운 햇살이 비치는 황금 들판 속에 단순하면서도 견고한 형태와 색상으로 부각되어 있다. 왼편의 두 여인은 자신들의 노동에 묵묵히 몰두하고 있고, 오른쪽 여인은 약간 떨어져 허리를 반쯤 세우고 있다.
세 여인의 일련의 정지된 듯한 동작은 모노톤 배경과 더불어 시간을 초월한 듯 마치 성서의 한 장면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조화롭고 안정된 구도화 갈색 톤의 자연적인 색채 속에서 부드러운 빨강, 파랑, 노랑의 대비는 고전적인 성화를 연상시킨다.
<이삭줍기>에서 밀레는 가난하고 힘든 현실 속에서의 노동을 성스러운 침묵과 평화로 승화시키고 있다.
여인들의 사실적인 거칠고 남루한 복장과, 빛과 덩어리로 표현된 뒷 배경은 사실주의에서 인상파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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