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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녹색 장원

장모의 사위사랑과 소머리 곰국

by Asparagus 2011.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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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8일 목 맑음

아침 출근길,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중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에 '엄마" 라는 문자가 떴다.

휴대폰을 받자마자

"응?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출근 중인데?"

 

나의 놀라는 목소리와 달리 폰에서 들려온 엄마의 음성은 너무나 미안해하는 목소리였다.

"아니, 그게 아니고... 오늘 퇴근길에 김서방하고 집에 좀 오라고..."

"아이참, 엄마에게 무슨 일 있을까봐 깜짝 놀랐잖아요? 왜? 무슨 일로?"

"어젯밤에 너거 오빠가 소머리 하나 사다놓았는데, 밤새도록 핏물 빼놓았다. 오늘 푹 고아 놓을테니 와서 먹고 가라고..."

"알았어요. 퇴근하고 바로 갈게요."

 

퇴근 후, 집에 잠시 들렀다가 친정 엄마집에 갔다.

우리가 온다고 대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거실에 들어서니 소파 한 쪽에 수육을 썰어놓은 소쿠리가 놓여있었다.

"엄마는... 오빠가 엄마 드시라고 사다 준건데 냉장고에 넣어놓고 두고 두고 드시지 않고... "

"나 혼자 저 많은 걸 우예 다 먹노? 나누어 먹어야제."

안방에 들어가니 벌써 밥상을 다 차려 놓으셨다.

마당에 걸어놓은 대형 솥에서 하루 종일 불 때어서 만든 곰국. 원조 000이라고 씌어진 소머리 곰국 음식점보다 더 진국이고 맛이 구수했다.

엄마는 단 한번도 흰밥을 해 놓지 않고 콩이든 무엇이든 넣어서 지으신다. 오늘은 차조에 검은 콩을 넣으셨다. 아흔 넘으신 친정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에서 쉰 넘은 막내딸과 사위가 밥 먹는 모습을 자애로운 얼굴로 바라보신다.

 

"김서방, 맨날 먼길 왔다갔다 하느라 피곤하제? 많이 먹어라. 너거 온다고 오늘 종일 바랬다(기다렸다)."

곰국 끓이며 하루 종일 대문 밖을 내다보며 우리 부부 기다렸을 엄마 모습 생각하니 문득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

막내 사위를 끔찍히도 생각해주는 장모 있어 김서방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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