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엔 구슬 같은 청열매가 풋풋했습니다. 겨울도 지나고 2012년도 석달이 지나서야 열매 수확에 들어갔습니다. 해마다 1월에서 2월 사이에 수확했는데 실내에 들여놓으니 햇볕 부족으로 열매가 샛노랗게 익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온종일 햇살 비춰주는 남향 아파트 베란다가 무척 그립습니다.
황금색으로 물들 때까지 두면 올해 꽃 필 시기를 놓칠 것 같아 금귤을 수확하기로 했습니다.
2011년 8월 2일 피어났던 꽃, 향기가 너무 좋아서 동네의 오만 벌들이 다 날아들어 꿀을 따갔습니다. 아파트에서 키울 땐 꽃 한 송이, 한 송이마다 붓질을 해주느라 해마다 힘 들었지만 벌 덕분에 가지마다 열매가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
적시에 적화(밀집한 꽃 따주는 것) 및 적과(밀집한 열매 따주는 것)를 해야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꽃이 아까워, 열매가 아까워 그냥 두었습니다.
참 신기한 것은 인위적으로 따주지 않아도 금귤나무는 너무 많이 맺혔다싶은 가지엔 열매를 스스로 몇 개씩 떨어뜨리더라구요.
꽃 필 때는 향기로,
청색 열매가 몇 달을 두고 서서히 황금색으로 변해가며 키우는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해줍니다.
이십년 전에는 손바닥만한 금귤나무였는데, 몇 년마다 분갈이하다보니 그만 대형으로 만들어버렸어요.^^
"감상만 하지 왜 열매를 따느냐?"하듯 금귤나무가 저에게 피를 보게 했습니다.ㅠㅠ
'뭐, 몇 방울 피가 대수인가? 금귤 열매와 바꾸는 것도 괜찮아.'
금귤나무를 원망하지 않고 알로에 화분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한 잎 뜯어 피 닦아내고 쓰윽쓰윽 발라주니 따끔하던 통증도 순식간에 싹 가버렸고. 덕분에 손마사지까지 했습니다.
금귤나무 줄기 사이에 숨어있는 가시입니다. 금귤 수확을 할 때는 열매만 따지 않고 이렇게 줄기까지 전지해주어야만 새가지가 자라서 꽃눈이 형성됩니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장미 가시에 찔려 파상풍으로 하늘나라 갔다잖아요? 저도 금귤 하나 따먹으려다가 파상풍 걸리면 어떻게 하나? 잠시 걱정해보았지만, 알로에 즙이 치료 잘해 줄 것 같아서 쓸데 없는 걱정은 내려놓았습니다.^^
우선 맛보기로 스무 개만 수확했어요.
갓딴 금귤 열매들, 시중에서 구입한 오렌지와 비교해보았습니다.
시중 오렌지는 단맛만 나는 반변, 무공해로 키운 금귤맛은 새콤달콤, 상큼발랄했습니다.
금귤나무, 이 봄에 꼭 한 그루 구입해서 저처럼 오래오래 키워보세요. 물만 잘주면 키우기도 참 쉽습니다.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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