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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면 방에만 틀어박혀 있다고 어른들이 방구들 귀신이라고 했던 그 말이 문득 생각납니다.
식사 할 때 이외엔 어쩌면 그리도 꿈쩍을 하지 않는지... 물론 주중에는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연구실에서 현미경 들여다보며 실험 하였으니 피곤하기도 할 거라고 이해는 하지만, 속으로 저 혼자
'화내? 말아? 그냥 참자.'
늘 이런 갈등을 겪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아침을 먹고나서 왠일로 이러는 겁니다.
"엄마, 카메라 좀 주세요. 꽃 사진 찍게..."
"응? 뭐 잘 못 먹었어?"
현관 입구에 놓여진 벤쿠버 제라늄
댓잎 둥굴레꽃송이들
'아마도 벌에 초점?'
알프스 민들레
마아가렛
랜디 제라늄
한련화
페튜니어
붓꽃
독일붓꽃
독일붓꽃과 노랑꽃창포
'짜쓱, 지금부터 벌 동선에 촛점?'
'와, 완벽한 벌과 패랭이꽃'
'우와, 아들. 벌이 이렇게 멋진 옷을 입고 다니는 줄 처음 알았다.'
'어머나? 벌이 식사하는 모습을 이리도 정밀히?'
'꽃가루 물고 가는 벌?'
'오잉? 벌이공중에서 날갯짓하는 모습을?'
'나도 나름대로 사진 잘 찍으려고 했는데 아들에게 완전히 밀려버렸다.ㅠㅠ'
현관 입구에 심어놓은 오공국화를 찍고 집안으로 들어와서 카메라를 저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곤 다시 제 방에 틀어박혀 종일 침대 위에서 뒹굴다가 저녁때 학교 기숙사로 가버렸습니다.
'에휴, 누굴 나무래나? 방구들 귀신, 이런 것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저희 부모 꼭 닮는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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