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긴 호박 세 개를 문갑 위에 올려놓았더니 두 개는 썩어가는 중이었습니다.
호박죽 끓이려다가 친정어머니가 한 번씩 만들어주셨던 호박 소주가 생각났습니다. 몇 년 만에 중탕 호박 소주를 고았습니다.(중불 위에 얹어놓고 서서히 천천히 달이는 것)
친정어머니께 전수받은 호박소주 만드는 법 (여기서 소주란 술이 아님)
1. 늦은 가을에 누렇게 잘 익은 호박을 준비해 놓는다.
2. 겨울이 되면 보관한 호박으로 호박소주를 만든다.
3. 호박을 깨끗이 씻은 후 칼로 찻잔 크기 정도로 꼭지 주변을 도려낸다. (도려낸 윗부분은 뚜껑으로 사용할 것임)
4. 그 속에 대추 두 컵, 밤 10개, 은행 한 컵, 검은콩 한 컵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와 꿀 200g 정도 넣는다. (호박 씨앗을 파내지 않고 그냥 둠)
5. 도려내었던 호박 뚜껑을 다시 제 자리에 덮어 중탕해서 약한 불에 5시간 정도 끓인다.
6. 호박 속에 검은 물이 가득 고이는데 이것이 바로 호박 소주이다.
* 중탕하는 법
대형 찜기에 물을 적당히 부은 다음 호박을 담은 큰 그릇을 넣어서 끓이기.
호박 속에 물이 닿지 않기 위해 하는 조리 방법임.
그럼, 지금부터 호박소주 만들어보겠습니다.
1. 호박을 깨끗이 씻은 후, 칼로 찻잔 접시 크기 정도의 호박 두껑을 만듭니다. 호박이 다 익어도 이렇게 겉이 시퍼러딩딩하게 보이는 호박, 청둥호박이라고 불러요.
2. 호박 뚜껑 완성입니다.
3. 호박 속이 텅텅 비었습니다.
4. 숟가락으로 호박 속을 긁었습니다. 호박 씨앗을 아래에 깔아놓습니다.
5. 호박 속에 들어갈 재료를 물에 깨끗이 씻습니다.
6. 땅콩 한 컵
7. 쥐눈이콩 한 컵
8, 산수유 말린 것 한 컵
9. 대두콩 한 컵
10, 동부콩 한 컵
11. 맥문동 약간(화단 정리하다가 맥문동 뿌리에서 떼어낸 영양덩이)
12. 겉 껍질만 벗긴 밤 한 컵
13. 대추 한 컵
14. 위의 재료들을 호박 속에 차곡차곡 넣습니다.
15. 마지막으로 꿀 한 컵을 부었습니다.
이상 호박과 호박 속에 들어간 것은 꿀 빼곤 전부 지난해 제가 땀 흘려 가꾸었던 재료들입니다.
(호박 속에 넣는 재료는 집에 있는 것을 제 맘대로 넣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호박을 중탕으로 앉혀서 중불에 여덟 시간 올려놓았습니다.
중탕하는 이유는 속 내용물이 타지 않고 은근히 달여지며 약효가 서서히 나온다고 해서요.
드디어 완성인 호박 소주입니다. 중탕 그릇 보이시지요? 찜기 속에 그릇을 넣고 그 속에 장만한 호박을 넣었습니다. 소주가 되어가는 도중 때때로 열어보고 찜기에 물이 졸아 들었으면 물을 부어서 보충해 줍니다.
뚜껑 개봉 박두!
대추가 흐물흐물 한 것을 보니 잘 고아졌습니다. (호박 꼭지도 약이 된다고 하여서 함께 넣었습니다.)
호박 소주 맛을 보기 위해 우선 국자로 한 컵 떴습니다. 호박에서 물이 스며 나왔습니다. 먹는 물이 들어가지 않은 진국입니다.
색깔이 보약 수준입니다. 맛은? 시중에서 액기스 내려서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않겠어요? 삼베 보자기에 부어서 힘껏 짜는 것은 남편 도움 받아야겠지요? 정성과 노력과 땀이 들어간 맛... 어느 결에 저도 친정어머니 삶의 방식 그대로 닮아갑니다.
호박 소주 효능 : 어혈 제거, 체내 노폐물 제거, 혈액 정화 작용. 신진대사 촉진, 변비 해소, 숙면, 부기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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