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문주란꽃이 드디어 피었어요.
청순함이라는 뜻을 가진 문주란 (Poison bulb)을 보며 지난 날을 회상해봅니다.
기껏 다섯 송이가 피어났지만 얼마나 대견한지요.
언니, 놀라지 마세요? 우리 집 문주란이 다섯 포기가 되었습니다.
언니에게 문주란을 보내놓았다가 몇 년 전에 되찾아올 때 한 포기가 두 포기로 불어나 있었잖아요? 그때 그 두 포기 중 한 포기는 죽어버리고 한 포기도 시원찮아서 분갈이해 주었더니 그 해 이렇게 다섯 포기로 불어났어요. 한 포기씩 떼어내려니 뿌리가 워낙 깊어 그냥 두었더니 문주란 뿌리가 화분을 금 내었습니다.
분갈이 할 시기가 아닌 것 같아 끈으로 화분을 묶어서 두었더니 부실하나마 이렇게 꽃대를 만들었어요.
언니가 키울 때 해마다 문주란 꽃이 피면 문자 메시지 보내 주었던 것 기억하지요?
"동생아, 주먹만한 문주란 꽃대가 올라온다."
"동생아, 문주란 꽃향기 죽여준다."
문주란 꽃이 피고나면 언니에게 한 포기 가져다 드릴 게요.
문주란 꽃이 한밤중에 이렇게 피어나더라구요. 지난 토요일 한 밤중에 사진 찍었어요.
바깥에서 자라서 향기도 다 날아가버렸나 봐요.
언니에게 맡기기 전엔 우리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울 때는 꽃이 피면 꼭 언니처럼 말해주던 김서방이었어요.
"문주란 꽃이 피었어. 베란다 와서 향기 맡아. 향기 죽여준다."
언니, 1989년도부터 키웠던 문주란. 문주란 속에 우리 지나온 삶이 다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동생을 지켜봐 주는 든든한 언니가 있어 행복합니다. 늘 신경써 주시는 언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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