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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탐사 Plant Exploration/수생 식물

연밥, 연 씨앗에서 싹이 터서 자라다.

by Asparagus 2013.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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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보면 절로 외갓집이 떠오르고 외할머니, 외숙모, 외사촌들이 연상된다. 어렸을 적부터 보아온 연밭은 늘 장관이었다. 여름방학 때 외가에 내려가면 연분홍, 진분홍, 하얀 색으로 피어난 연꽃들이 둥근 초록잎 사이사이로 피어나는 모습이 얼마나 눈이 부셨는지.... 외갓집 앞 그 넓디넓은 들판이 온통 연밭이다. 


외사촌 오빠는 긴 막대로 연꽃을 꺾어 주었다, 연꽃을 한아름 받아들고 좋아서 이리 풀썩 저리 풀썩 뛰어다니던 젊은 날의 내 모습이 떠올려진다. 우산보다 더 넓고 둥근 연잎을 따서 머리에 쓰곤 양산 흉내를 내기도 했다.


운이 좋으면 연꽃이 일찍 피어나서 진 자리에서 연밥을 발견 할 수 있다. 벌집처럼 생긴, 연 씨앗 들어있는 주머니가 참 신기하게 보였다. 연 씨앗을 까서 먹으면 약간 쓴 맛이 나지만 먹을 만했다. 


외숙모는 그때마다

"너거들, 연꽃, 연잎 많이 꺾지 마라. 꺾인 줄기 속으로 물이 들어가면 연뿌리가 썩어버린단다."

하시곤 했다.


외갓집 앞 그 넓디넓은 연밭 들판도 세월 가니 많이도 사라지고, 언제나 다정했던 외숙모님도 하늘나라로 가셨다. 추억만 남겨두고...


그 때 당시는 꽃을 꺾어서 놀다가 시들면 버리는 것이 당연했다. 연뿌리가 돈이 된다고 키웠지만 연꽃, 연잎으로 차를 만든다는 건 외가 마을에서 연을 키우는 농부,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세월이 흐르고 흐르니 메스컴이 온통 먹거리를 소개해주는 세상이다. 연밥, 연잎이 건강식으로 각광 받을 줄이야...

지난 여름방학 때 우리 집을 방문한 친정 언니로 인해 다시 연밥과 연잎을 만날 수 있었다. 친정 언니 덕분에 연잎과 연꽃으로 연잎밥도 지어보고 연꽃차도 마셔보았다. 


그리고 연밥, 연 씨앗을 발아시켜 보았다. 단단한 연 씨앗 한 모서리를 살짝 흠집내어 물 속에 담구어놓았다.

이런 신기한 일이? 친정 언니가 가고 난 며칠 뒤에 싹이 터올랐다. 매일 조금씩 자라는 중이다.




새싹이 나고 물 속에서 또르르 말린 잎이 저렇게 펼쳐지기까지 이십 여일이 걸렸다.

물 속에서 떠오른 조그마한 연잎, 갓 태어난 아기처럼 연잎도 너무나 연약하다.

연뿌리, 저렇게 가늘디가는 연뿌리가 우리가 즐겨 먹는 팔뚝만한 연근으로 자라준다니...

물 속에서 자라는 아기 연잎

뿌리 관찰을 위해 아직 흙을 넣지 않았다. 용기가 작으니 아마도 미니연근이 되지 않을까? 그나저나 겨울이 오기 전에 저 연밭(?) 그릇을 집안으로 들여놓아야할텐데 걱정이다. 어디에 갖다놓나?


다음날 아침, 초미니 연밭에 황토흙덩이를 넣었다.

이 황토흙은 어디서 났느냐 하면? 장독대 항아리 속에 모셔놓은 귀한 흙이다. 십 여년 전 모모 산으로 등산을 갔다. 절벽이 있는 오솔길 한 쪽이 이상했다. 위험하게 보이는 그 절벽에는 둥근 구멍이 수도 없이 숭숭 뚫려 있었다, 살펴보니 그 주변이 여간해선 보기드문 순도 100% 황토흙 절벽이었다. 

'아항, 황토흙이 좋다니깐 이 깊은 산속에서 저마다 한봉지씩 손으로 퍼담아가느라고 생긴 구멍이구나. 그럼 우리도 한 봉지만...'

이렇게 해서 등산 베낭 내려놓고 장갑낀 손으로 구멍을 파서 한 봉지 담아온 것이다. 


몇 년 뒤, 그 산에 또 갔는데 그동안 사람들이 한 봉지, 한 봉지 가져간 흔적은 실로 놀라웠다. 산 허리 하나가 없어질 정도로 대형 동굴이 되어 있었다. 사람이 모이고 모이면 태산도 옮길 수 있겠다는 것을 확인했다.^^


참, 우리 연씨 이야기로...

그 귀한 황토흙을 뒤집어쓴 우리 연씨 두 알,

가득 부은 물을 조금 따루어내었다. 내일쯤이면 물이 아주 맑아질 것이다. 이제 뿌리가 감추어졌으니 연씨도 마음놓고 잘 자라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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