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2일 금 흐림
지난 8월부터 12월, 무려 넉 달 동안 가슴 졸이며 발표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매일 매일 눈빠지게 기다렸던 기쁜 소식이 드디어 전해졌습니다.
예상보다 일주일이나 빠르게 말입니다.
제 인생 최대의 성탄 선물입니다.
우리 둘째 아들 돼지의 교수 채용 최종 합격
2018학년도 **대학교 전임교원 초빙 공고 2017-07-25 <--**대학 채용 공고 홈페이지 화면
2017년 8월 29일 서류 제출
2017년 9월 22일 1단계 서류 전형 합격 소식 - 너무 고마웠습니다.
2017년 10월 22일 2단계 공개 강의 및 질의 응답 - 제가 다 가슴 떨렸습니다.
2017년 11월 16일 2단계 합격 소식 - 미국 시카고 여행 중 기쁜 소식을 듣었습니다.
2017년 11월 30일 3단계 면접 - 마치 제가 면접보러 가는 것처럼 가슴 졸였습니다.
2018학년도 **대학교 교원 신규 채용 최종 심사 결과 발표 2017-12-22<--**대학 공고 홈페이지 화면
2017년 12월 22일 최종 합격 소식을 아들이 오후 4시에 메일로 보내주었는데, 저녁 8시 무렵에야 메일을 열어 확인했습니다. 전화를 해 주었더라면 더 빨리 알았을텐데...
돼지를 마지막으로 자식들 모두 다 각자의 소질을 살려 원하는 직장을 가지게 되었으니, 안심하고서 한 삼일 정도 기절하였다가 깨어나리라 마음 먹었는데요.
만감이 교차하여 이런 저런 생각에 잠도 잘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4시간 푹 잘잤습니다.
금화산 꽃대의 꽃봉오리 13송이, 우리 돼지 합격을 축하하듯 마지막 봉오리가 오늘 활짝 피었습니다.
(음력)6월 13일 새벽에 쌍둥이로 태어난 아들들,
큰아들은 2.2kg의 미숙아,
둘째아들은 3.1kg. 어떻게 쌍둥이 몸무게가 이렇게 큰 차이가 났는지 참 신기했습니다.
미숙아로 태어난 큰 아들은 병원 인큐베이터에 넣어두고 둘째만 안고 퇴원했습니다.
일주일 후, 아기를 보러 병원에 갔습니다.
간호사가 아기에게 먹였던 우윳병을 인큐베이터 안쪽 한 구석에 두었다가 또 먹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한번 수유했던 우유는 버리고 소독한 새우윳병에 다시 수유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간호사가 그런 기본 상식도 지키지 않으니 병원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주일된 아기의 몸무게는 그사이 줄어들었다가 다시 2.2kg으로 되었다고 하대요.
간호사에게 인큐베이터 역할을 물었더니 어머니 뱃속처럼 온도와 습도만 맞춘다고 하였습니다.
그 정도는 제가 직접 할 수 있으니 퇴원시켜 달라고 했습니다.
그 한 여름에 방안 온도를 31도로 맞추고 아기들에게 수유를 했습니다.
이유식때부터 식성과 성격 차이가 났습니다.
큰 아들은 하는 짓이 하도 똘망똘망해서 별명을 똘지라고 지었구요.
둘째 아들은 시금치든 콩나물이든 파든 뭐든지 주는 대로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어서 별명이 돼지가 되었습니다.(살찐 돼지가 아닌 잘 먹는 돼지, 복돼지 같아서...)
당시 생활은 본인집에서 출퇴근하시던 교장 선생님 배려하에 교장 사택에서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교실 바로 뒤에 있는 사택으로 쉬는 시간이면 달려가 그 짧은 시간에 쌍둥이 아들에게 모유를 먹일 수 있었습니다. 한 녀석이 모유 먹을 동안, 한 녀석에게는 우유를... 이렇게 한번은 큰 아들, 두번째는 작은 아들... 순서를 한번도 헛갈리지 않았습니다.
직장 생활하며 아들을 키웠던 수많은 애환들이 주마등처럼 제 머리속을 지나갑니다.
그 중 몇 가지 에피소드 되돌아봅니다.
20090928 창공을 나는 비행기를 상상하며|거꾸로 쓰는 육아 일기2009.09.28 23:38:09 교장의 눈치를 보며 수유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무도 몰라, 아빠조차 나의 그런 수유 방법을 얼마나 이해해 주었을까? 우유를 먹이면 되지 유별나게 모유 수유를 한다고 하였던 그때 그 시절. 돌이켜 생각하면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근무 여건이었단다. 여성들이 직장 생활 하며 모유 수유를 한다는 것은 모험... |
쌍둥이 수석 졸업 메달|거꾸로 쓰는 육아 일기2009.03.30 22:07:16 쌍둥이 아들 대학 졸업식때 받은 수석 메달들 쌍둥이 아들을 낳았을 땐 이십 여년 후 이런 기쁜 일이 있을 거라고 누군들 상상이나 하였을까? 미숙아로 낳아서 늘 노심초사하며 키운 우리 쌍둥이들, 엄마의 소원은 '그냥 튼튼히만 자라다오. 무슨 일을 하건 사회에 쓸모있는 사람이 되어주렴.' 이었는데, 장하다... |
상장에 얽힌 안전사고|거꾸로 쓰는 육아 일기2009.09.26 21:46:02 내 책상 서랍 속에 들어있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우선시 할 일이 안전사고이다. '불에 데일까, 물에 데일까, 높은 곳에서 떨어질까, 뛰어가다 넘어질까, 아무...사건 이후, 친정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절대 동전은 주지 않으셨다.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똘지야, 고맙다. 상금 백만원과 상장 잘 보관해 놓을게 |
넓은 세상으로...|母子 대화2012.09.24 23:48:37 오전 11시 비행기로 한국을 떠났다. 유아원 1년, 유치원 1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석박사 5년 공부 마치기까지... 이 세상에 태어나 제도권에서 부대낀 햇수가 무려 23년이나 되는구나. 그 긴 세월 수고 많았다. 새벽 6시 교수회관 앞에서 출발하는 공항 리무진. 공항리무진 버스를... |
2014년에 받았던 메일이 문득 생각나서 여기로 가져왔습니다.
이렇게 애교(?) 떨어주는 다 큰 아들이 아직도 제 눈에는 아기 꿀돼지로 보입니다.^^
엄마 생일 징짜 징짜 축하해~ 흐ㅡ응
2012년 9월 24일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대학 포닥 연구원으로 떠났던 돼지,
좋은 논문 쓰고 한국 얼른 온다고 하던 돼지는 2016년 3월에 왔습니다.(3년 5개월 8일)
오자마자 서울대학교 실험실을 들낙날락하더니
4월 1일부터 대전에 있는 **생명공학연구원 포닥으로 갔습니다.
두 주일에 한번 집에 오는 것도 실험실 가족들에게 눈치보인다며 전전긍긍하며 오갔답니다.
지난 설날에는 논문 실험 관계로 설날 아침만 먹고 급하게 실험실로 갔습니다.
"설날에도 이렇게 연구하는 사람이 있어야 나라가 발전하지 않겠니? 실험 결과에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차근차근 잘 하렴."
엄마의 상투적인 위로 말에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설 연휴에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젊은 청춘을 연구실에서 현미경 붙들고 실험하는 돼지가 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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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보내준 합격 메일- 정말 간단합니다.^^
제목 흐ㅡ응 합격 떴음
내용 메일로 합격 조회해보라고 연락와서 했어요 흐ㅡ응 부터씀 흐ㅡ응
이렇게 초딩스러운 메일을 보내주고 돼지는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집에 오지 못했습니다.
합격했으니 현재하고 있는 실험과 논문을 제대로 마무리 잘해 놓아야 된다는 의무감 때문인가 봅니다.
집에 오면 축하 박수와 함께 엉덩이를 힘껏 '퍽' 두들겨 주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서울서 내려온 큰아들과 주인공없이 축하 케익에 불을 붙였습니다.
지난 번 시카고 오헤어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했던 아이스와인으로 축배의 잔을 들었습니다.
씩씩하고 묵묵히 자기 앞길을 잘 닦고 있는 쌍둥이 형제에게 무한 박수를 보냅니다.
큰 아들 **대 **과학대 **학과
둘째 아들 **대 **공과대 **학과
학교도 이웃에 나란히 있으니, 제가 좀 더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아참, 이제부터 다시 치열한 경쟁자가 될 것 같습니다.
선의의 경쟁자로 두 형제가 힘을 합쳐 연구에 더욱 몰두하고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기를...
마지막으로 남겨두고픈 말이 있습니다.
엄마,
쌍둥이 임신으로 배가 너무 불러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어 이불을 포개어놓고 엎드려 잤어요.
밥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때 우리 집에 오셨다가, 그때부터 엄마는 우리 쌍둥이가 고3이 될 때까지 키워주시고 살림도 해주실 줄 당시에는 저도 몰랐습니다.
이제는 하늘나라에 계시는 엄마,
엄마가 아이들이 텔레비전 보면 공부하지 않는다고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치워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경로당에 가셔서 재방송으로 국민 드라마'허준'을 보셨지요.
경로당 할머니들이
"집에서 텔레비전 보지 않고 왜 경로당에서 재방송을 보느냐?
왜 아들 집에 있지 않고 딸네 집에 있느냐?"
하며 수시로 수근거려서 속상하다고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엄마,
엄마는 당당하게 그때 경로당 할머니들에게 왜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내가 그 보고 싶은 텔레비전 드라마도 참고 공부하는 손주들 곁에서 나도 책 읽는다.
우리 외손주들이 잘되라고 그란다. 이 할마시들아!
직장 다니는 우리 딸 집에 있는 것이 어때서?
너희 할마시들은 집에서 손도 까딱하지 않고 며느리 흉이나 보면서..."
착한 우리 엄마는 만약 이 세상에 다시 오신다해도 절대로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실 것입니다.
엄마,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엄마 덕분에 저희 아이들이 다 바르게 성장하였습니다. 저 역시 직장 생활을 잘 하였습니다.
또 감사할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아이들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들입니다.
저는 초지일관, 저희 아이들에게 학교 공부 이외에 사교육은 단 한번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저는 평소 학부모에게 늘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학교 선생님을 믿고 자녀를 맡겨 주십시오.
저는 제 아이들을 학교 선생님에게 전적으로 맡겼습니다.
대신 저는 학부모님의 아이들을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치려고 늘 노력합니다.
자녀의 성적이 정말로 뒤떨어져 학교 공부를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될 때 학원에 보내십시오.
학원에서 배우는 선행 학습은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또한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유아원 선생님,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선생님,
초등학교 선생님,
중학교 선생님,
고등학교 선생님,
대학교 선생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자리잡기까지 열심히 가르쳐주시고 이끌어주신 그 은혜 진심으로 고개숙여 감사 말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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