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공동 텃밭 언저리에 붉은토끼풀이 한 포기 자라고 있었습니다.
매일 얼만큼 자랐나? 꽃은 어느 만큼 피어났나? 들여다보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그저께보니 누가 그랬는지 몸체를 온통 밟아 놓았습니다.
줄기 끝마다 진분홍 꽃송이를 무겁게 달고 있던 붉은토끼풀을 바라보다가, 잘라와서 화병에 꽂아보았습니다..
의외로 꽃이 깜찍하니 어여쁩니다.
학명 Trifolium pratense
꽃 이름은 붉은토끼풀이지만, 막상 꽃색상은 진분홍입니다.
꽃병에 꽃은지 삼일째인데도 아직 꽃송이가 싱싱하니 보기 좋습니다.
뒷동산에 가득 피어난 아카시아 꽃송이를 말려서 꽃차 하려고 한봉투 뜯었습니다. 꽃병에 한 송이 꽂아 향기를 맡아봅니다.
수돗가에 심어놓은 양달개비도 어느새 꽃이 피어 있더군요.
청색 수레바퀴꽃 색상은 볼 적마다 좋아서 마음이 설레입니다.
뒷동산에 가득 심어놓은 붓꽃을 잘라서 이웃에 나누어 주고, 늘 가는 스포츠센터에도 갖다주었습니다. 내일도 꽃송이를 잘라서 자주 가는 음식점에 갖다 주려고 합니다.
꽃 키우는 재미에서 이젠 나누어주는 재미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화단과 뒷동산에 꽃을 가꾸며 까마득히 지난 옛일이 생각났습니다.
중학교 2학년 봄날이었습니다.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화단으로 달려가 꽃과 놀았습니다.
교실 앞 큰 나무 아래 주워 온 돌로 경계석을 만들고 나 혼자만의 자그마한 화단을 만들었습니다.
학교 화단에 심겨진 식물들 중에서 새끼들을 떼어내어서 나만의 화단에 갖다 심었습니다.
초등학교 실과 시간에 배웠던 꺾꽂이, 휘묻이를 생각해내어 화단 곳곳에 꺾꽂이 해놓고, 휘묻이를 해 놓았습니다.
뿌리가 내리면 나만의 화단으로 옮겨 심었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물을 주고, 쉬는 시간이면 들여다보고, 점심 시간에는 잘 자라나 살짝 가보는 재미로 학교 다니는 것이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참, 제가 중학교 입학 시험때 전교 2등을 했더랬어요. 그 덕분에 중학교 입학금, 그리고 4번 등록금 면제를 받았습니다.
"막내는 공부를 잘해서 장학생이다."
가족들과 친척들이 이렇게 말하면서 저를 아주 자랑스러워 했더랬어요.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식물들과 노는 것이 참으로 즐거웠던 것입니다.
먼훗날 나는 넓은 정원을 가진 집에서 살거다라는 꿈을 꾸며 학교에서 나만의 화단을 열심히 가꾸었는데요.
그 애지중지했던 '나만의 화단'은 두 달도 못되어 망가졌습니다.
6월 어느 날, 학교에 가니 나만의 그 화단은 학교 아저씨의 빗자루에 의해 억망이 되어 있었습니다.
새싹이 쏘옥쏘옥 자라며 아기자기 했던 나만의 화단이 초토화가 된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제와 생각하니 그때의 그 학교 아저씨 덕분에 다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만의 화단이 없어진 이후로 나는 다시 쉬는 시간에도, 점심 시간에도 교실 밖에 나가지 않고 공부에 열중할 수 있었거든요.
중학교때 가장 친했던 숙이가 생각납니다. 정숙이. 성은 정씨이고 이름이 숙이. 정 숙이, 소식이 궁금합니다.
숙이를 만난다면 붓꽃을 한아름 안겨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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