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6일 금요일 종일 장맛비
지난 몇 달간 내내 가물었던 대지에 드디어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마른 장마로 인해 비다운 비가 한번도 내리지 않아 밭 작물들이 말라 죽기 직전에 내린 비는 말 그대로 단비입니다.
단시간에 폭우로 내리길 반복했지만 우리 마을은 물빠짐이 좋아서 다행입니다.
아침 7시경 비가 잠시 소강상태여서 집 앞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명아주잎입니다. 경상도에서는 도투라지라고 부릅니다.
벌써 씨앗이 맺힌 것도 있습니다.
냇가 둑보다 아래에 자리잡은 논들이 복토를 하여 둑보다 높아졌습니다. 복토한 둑에 명아주가 지천으로 나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걸었던 길인데 오늘에야 군락으로 자라는 명아주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명아주 잎을 뜯어서 끓는 물에 데쳐 나물반찬을 해주었던 친정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산책하다말고 한주먹 가득 잎을 뜯었습니다.
지난 해 여름까지도 논이었던 땅에 주택이 들어섰습니다. 겨우내 택지 조성을 하고 여섯 채를 지었는데 앞으로 열마나 더 들어설지...
한적한 시골에 살기 위해 찾아 온 마을이었는데, 십여년 지나니 자꾸 변해갑니다.
주택 한 채 없는 국도변에는 4층 병원이 지어지고, 4층 원룸이 생기고, 음식점, 커피 카페, 애완샵이 생겼습니다.
'상주 인구도 별로 없는데? 장사 안되면 어떻하나?'
별 걱정을 다 하며 산책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간밤, 비 온 덕분에 바싹 마른 냇바닥에 물이 흐릅니다.
냇가 주변이 깨끗하게 잘 정비되었지요?
몇 주 전, 면에서 인부들이 나와 양쪽 냇둑으로 절로 나서 숲을 이루며 자라던 아카시아나무와 뽕나무들, 냇가 바닥에 자라던 갈대들을 싹 다 잘라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냇둑길로 산책하기 좋아졌습니다.
왕고들빼기도 그 큰키가 싹둑 잘렸지만 이렇게 새싹이 다시 돋아서 자라고 있습니다.
왕고들빼기 효능 참 좋습니다.
농약, 제초제가 근처에도 가지 않은 땅이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 움큼 윗부분을 땄습니다.
이 어여쁘게 생긴 잎은 우슬입니다. 우슬 뿌리는 무릎 관절염에 아주 좋습니다. 늦가을에 잊지 말고 뿌리를 캐어야겠습니다. 무심코 걷는 산책길 사방에 이런 무공해 산채류들이 자라고 있을 줄이야!
냇물 속에 무엇이 움직입니다. 자세히 보니 청둥 오리 가족이 숨어 있었습니다.
흐르는 물길따라 청둥 오리 가족이 물놀이 하는 중입니다.
우와, 여기는 스무 마리나 되는 대가족이 모여 있습니다.
몇 번을 헤아려봐도 스무 마리가 맞습니다.
산책길에 뜯어 온 명아주(도투라지)를 살짝 데쳐 간장과 들기름과 참깨와 마늘로 무친 나물, 왕고들빼기를 씻어 잘게 썬 후 초고추장으로 무친 샐러드로 아침 건강 밥상을 차렸습니다.
앞으로 당분간은 아침 산책길에 명아주와 왕고들빼기를 한움큼씩 뜯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자연이 제공하는 무공해 식품을 주변에 두고 있다는 사실, 이만한 행복이 어디에 있겠어요?
<참고>
명아주
햇볕이 잘 들고 교란이 심한 곳, 밭과 길가, 초지 등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반찬
명아주 된장국-물에 집된장을 풀어서 끓으면 데친 명아주를 넣는다.
미역을 같이 넣고 끓여도 좋다.
명아주를 살짝 데친 후, 그늘에 말려서 겨울에 묵나물로 먹어도 좋다.
효능
건위, 강장, 해열, 살균, 해독의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적용 질환은 대장염, 설사, 이질 등이며, 벌레에 물렸을 때도 사용한다.
왕고들빼기
키가 매우 크게 자라는 식물이다. 생장점을 잘라주면 여러 가지 생겨나 봄부터 가을까지 새순 잎을 계속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반찬
잎을 따서 물로 씻어 생으로 먹기도 하고, 즙을 내어 먹기도, 잘게 썬 후 초고추장과 양념을 해서 생채로 먹어도 맛이 있다.
효능
입맛 없을때 식욕 증진
위장을 튼튼하게 소화기능 좋게
건위, 불면증, 어혈, 옹종, 자한, 종독, 진정, 창종, 편도선염, 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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