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 결혼 6주년 기념 제주여행 셋째 날
2022년 10월 31일 월요일 날씨 맑음
올라갈 땐 주차장에 차를 대려고 그렇게 빼곡히 서 있었던 차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나오는 길은 한산 그 자체이다.
제주 한라산 영실에서 다시 중문으로 되돌아가는 길이 아름다웠다.
산을 올라갈 때부터 속이 거북했는데, 점심때가 지났어도 배가 고프긴커녕 속이 더 거북해졌다. 나 때문에 東이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 바람에 식당에 가는 대신 중문 어느 분식집에서 김밥을 샀다.
다른 곳을 관광하기엔 남은 시간도 어중간했다. 숙소 앞 공원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김밥을 먹기로 하고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가을하늘답게 청명하다.
호텔에서 바닷가로 가는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관광객 몇몇 사람이 보인다.
호텔 앞 탁 트인 바닷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김밥을 먹으려고 도시락을 펼쳤다. 넘어가지 않아서 겨우 두 개만 먹었다.
수평선 저 멀리 배 한 척이 바다 위로 떠가고 있다. 자로 그은 듯 반듯하게 보이는 수평선이 아름답다.
바위에 부딪히며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듣기 좋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광에 온마음이 빠지다.
담 너머 흐드러진 피라칸타(Pyracantha) 열매와 볏짚 지붕이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풍경 같다. 바다가 보이는 공원에서 한참 앉았다 숙소에서 쉬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일어섰다.
숙소에 와서 소화제를 마셨다. 하루종일 그렇게 거북하던 속이 소화제 한 병 먹고 나니 순식간에 거짓말처럼 편안해졌다.
'이런? 처음 먹어본 소화제가 참 신기해.'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베나치오 소화제가 나를 살린 구세주 같다. 다시 아플까 봐 걱정했던 무릎 대신 몇 년 만의 소화불량으로 영실까지 가서 병풍바위까지도 못 올라간 것이 못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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