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1일 화요일 흐리고 비 조금
오늘의 목적은 문경 가은에 살고 계시는 시고모님 집에 병아리를 가지러 가는 것입니다. 한 달 전 병아리 부화되면 달라고 부탁했더랬어요. 어느새 한 달이 흘러갔나 봅니다. 시고모부님이 병아리를 부화시켜 놓았으니 가져가라고 전화 주셨습니다. 고속도로 올라서기 전 마트에 들러 소고기, 돼지고기, 생선, 두부, 우엉 등을 구입하였습니다.
일부러 아침을 먹지 않은 이유는 덕평 휴게소에서 소고기 국밥을 먹기 위해서입니다. 휴게소 입구가 보입니다.
덕평 휴게소 주차장에 주차하고 음식점에 들어가서 소고기 국밥을 주문했습니다.
'이런?' 소고기 국밥 맛이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아닌 텁텁한 맛이 가슴을 답답하게 했습니다. 짠맛이 강했습니다. '주방장이 바뀌었나?' 어쨌건 시켰으니 감사하게 먹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문경새재 ic를 빠져나와 다시 북쪽 가은 방향 국도를 달렸습니다.
덕평 휴게소에서 출발한 지 한 시간 이십 분 만에 시고모님 집에 도착했습니다. 시고모님 산은 변함없이 푸르릅니다.
마당에는 새순이 어여쁘게 자라고 있는 단풍나무, 수사해당화 꽃과 꽃잔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시고모부님을 모시고 점심 사드리려고 했더니 밥을 해 놓으셨대요. 우리 온다고 갈치조림과 두부조림, 호박고지 조림도 해 놓으셨습니다. 냉장고를 여시고 평소 드시던 밑반찬을 통째로 밥상 위에 올려놓으셨습니다.
대두콩장을 보니 어렸을 적 친정 엄마가 해주셨던 콩장이 생각나서 살짝 눈물이 맺혔습니다. 친정 엄마가 가장 좋아하셨던 마시마 부각도 있습니다. 멸치 고추장 무침, 고들빼기김치, 깻잎 장아찌, 고추 부각, 갈치조림, 호박오가리 조림, 두부조림, 밑반찬 어느 것 하나 친정 엄마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맛 또한 친정 엄마 솜씨와 어쩌면 그렇게 꼭 같은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쌀밥과 소고깃국, 밥은 다이어트한다고 제가 조금 담았어요.
세상에!
덕평 휴게소 소고기국밥에서 느껴지지 않았던 맛을 시고모님이 끓여 주신 소고깃국에서 느꼈습니다. 바로 친정 엄마가 끓여주셨던 것과 꼭 같은 시원한 소고기 국물 맛이었습니다. 나이 많은 조카며느리가 연세 85세이신 시고모님의 밥상을 받으며 속으로 참으로 송구했습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그 예전 친정에 가면 친정 엄마도 94세까지 손수 밥상을 차려 놓고 우리 부부를 기다려주셨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점심 먹고 나서 다시 산 아래 집으로 가서 닭장을 구경했습니다. 시고모부님이 병아리 부화기에 두 번째 달걀을 넣어 놓으셨습니다. 그저께 넣어 놓으셨나 봅니다. 잔여일이 19라고 나와 있군요.
2023년 4월 3일 날 인공부화되어 자라고 있는 청계병아리 18마리를 사과박스에 담아주셨습니다.
집에 간다고 하니 시고모부님이 하루 한 병 드신다는 문경 유명 만복 생막걸리를 다섯 병이나 담아 주셨습니다. 게다가 산에서 허리 아프도록 꺾어서 말린 고사리 두 봉지, 청계달걀 한 판(30개), 냉장고를 뒤져 얼려 놓은 깐 골뱅이와 선물 받았다는 가자미, 옥돔까지 챙겨 주셨습니다. 배보다 더 큰 배꼽을 받았습니다.
점심 식사할 때 시고모부님이 따루어 주셔서 생막걸리 한 잔을 맛보았습니다. 톡 쏘는 탄산 맛이 나요. 정말 맛있었어요. 장독 속에 보관되어 있는 말린 고사리는 정말 귀하디 귀한 것입니다.
이런? 세상에...
시고모부님 연세가 87세이신데 노인일자리에서 일하신대요. 오전 9시에서 12시까지 하루 세 시간 일하면 27만 원 받으신다고 합니다. 노인 일자리라는 것이 있는 자체도 모르는 제가 참 부끄러웠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렇게 용돈을 주셨습니다. 거절하고 또 거절하니 포켓에 집어 넣어주셨습니다. 신사임당님이 받으라고 하시는 것 같았어요.
시고모님은 지난 해 무릎 수술하시어 잘 걷지도 못하십니다. 우리 부부가 간다고 하니 저렇게 문 입구 의자에 앉아 배웅해 주십니다. 시고모부님은 연신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셨습니다.
다시 문경새재 터널을 지나 서울 방면 고속도로를 달리며 주흘산 바라보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습니다. 한 시간 20분 후,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새집에 들어가서 몰려 있는 청계병아리 18마리
86세이신 시고모부님이 부화시킨 병아리 18마리는 82세이신 이웃 어르신네가 미리 준비해 놓은 병아리 새 보금자리에 잘 안착시켰습니다.
젊은 시절엔 '시'자만 봐도 기절 직전(?)까지 가며 살아왔지만요. 나이 들어가니 이런저런 이유로 일부러 멀리까지 찾아가서 만나 정 나누는 것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 중 하나이더이다. 열여덟 마리나 되는 이 많은 병아리들을 어떻게 다 키우겠습니까? 이웃집 닭 잘 키우시는 분에게 위탁했습니다. 말로는 위탁이지만 이웃분에게 선물하려고 일부러 시고모부님에게 병아리 부화시켜 달라고 한 것입니다. 이웃분 집에 한번씩 달래도 캐러 가고 여름 되면 보리수, 매실, 살구도 따가라고 합니다. 가을 되면 배추, 무 농사 지어 마구 퍼주시는 고마운 이웃입니다. 병아리 선물해 드리니 참 좋아하셨습니다. 이 병아리들이 자라며 암탉, 수탉 구분 되면 그때 암탉만 세 마리 가져 오기로 했어요.
요즘 식사때마다 이렇게 한 잔씩 따루어 마십니다. 만복 생막걸리 진짜 맛있어요. 오른쪽 사진은 다슬기를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 둔 것이래요. 이번 토요일날 첫부추 베어서 국 끓여 먹으려고 냉동실에 넣어 두었습니다.
오쿠에 청계달걀을 구웠습니다. 부드러운 맛이 손을 자꾸 가게 만듭니다.
큰시고모님, 시고모부님, 잘 놀고 병아리 이웃집에 선물 잘 했습니다. 늘 건강 잘 돌보셔요. 여름 되면 또 놀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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