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2일 화요일 맑음
낮에 서울 시고모님이 전화를 하셨다.
"질부야, 요즘 많이 바쁘냐? 가은 와 있어. 김서방이랑 냇가에 골뱅이 주우러 와."
"네, 고모님, 오후에 갈게요."
마당에 늘어놓은 화분들을 대충 정리해 놓고, 점심을 먹은 후 오후 4시에 출발했다.
중부고속도로 문경 IC에서 내려 국도로 들어서니 구름 가득한 하늘이 수상하다, 비구름을 몰고 오나 보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구름 모습이 신기하여 사진으로 찍어 보았다.
거인이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하다.
가은 가는 국도
아자개 장터 표지석이 보인다.
길가의 표지석에 씌여진 '高山流水 明月清風고산유수 명월청풍’, 찰나의 순간에 재빨리 찍었다.
'고산유수(高山流水)'는 높은 산과 그곳에서 흐르는 물을 의미하며, 악곡이 높고 오묘함을 나타내거나 음악을 감상하는 능력이 뛰어남을 표현하는 말이다.
'명월청풍(明月清風)'은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의미한다. 이 표현은 아름다운 밤풍경이나 깨끗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데 사용된다.
'고산유수 명월청풍’ 즉 자연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표현이니 가은이라는 동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짐작 간다.
국도변에 도열되어 있는 태극기도 아름답다.
가은 아자개장터 뒤에 보이는 저 산 아래에 시고모님 집이 있다.
장날이 아니니 장터가 조용하다.
시고모님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녁을 먹었다. 큰시고모님과 둘째 시고모님이 저녁 밥상을 다 차려 놓으셔서 손 씻고 숟가락만 들으면 되었다. 시골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가을 김장 무와 배추 솎은 새싹 나물들이다.
가지 무침과 들깨 넣고 만든 햇토란대 무침을 넣은 비빔밥, 갓 끓인 된장찌개와 함께 비벼 먹는 이 맛, 먹어본 사람만이 이 맛을 알 수 있다.
밥보다 나물이 더 많은 비빔밥, 요즘 다이어트 한다고 탄수화물은 적게 먹었는데, 이 맛있는 비빔밥 앞에서 그 결심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큰 대접에 밥 한 그릇을 다 비벼 먹었다.
85세와 80세 시고모님이 차려주신 밥을 먹으며
"고모님, 너무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함께 먹으니 더 맛있습니다.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내 입에서 고맙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시집' 싫어 '시'자가 들어간 '시금치'도 싫어한다는데, 언제나 챙겨 주시는 우리 시고모님들은 정말 예외 중 예외이다.
밤에 시고모님 두 분이 가르쳐 주신 냇가로 다슬기를 주우러 갔다.
고모님 집에서 조금 떨어진 가은 냇가. 무슨 川 천인지 이름은 모르겠다.
고모님들은 차 안에 계시고 東과 둘이서 냇가로 들어갔다. 어둑어둑해지는 밤 7시부터 후라쉬를 켜고 다슬기를 주웠다. 시고모님이 다슬기는 줍는 것이 아닌 쓸어 담는다고 하셨는데, 바위에 붙은 다슬기들이 겨우 몇 마리씩만 보였다.
요즘 날씨가 더운 덕분 밤 냇가 물 수온은 마지근해서 다슬기 줍기에 참 좋았다. 시고모님이 밤 12시까지 주우라고 했는데 한 마리 한 마리 줍다보니 열 시가 다 되었다. 고만 줍고 철수, 차 밖에서 준비해 온 옷을 갈아입었다.
시고모님들과 밤 12시까지 이야기 하다가 잠들었다. 아침에 눈뜨지 마자 東이 집에 가자고 했다. 아침밥 먹고 가라는 시고모님 말씀을 뒤로하고 시고모님 집을 나섰다.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하더니 비가 정말 내리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주흘산 모습이 보인다.
집에 도착하니 아침 8시이다. 깜이가 현관 앞에서 반갑다고 "까옹." 인사한다. 야옹이가 까옹이라니, 웃기는 녀석이다.
간밤에 주운 다슬기,
하루 해캄하여서 다슬기 국 끓이기?
인생이란 이렇게 계획 없는 일을 한 번씩 하는 것도 뇌건강에 아주 도움 된다고 한다. 시고모님들 덕분에 치매 예방 운동 해서 너무 기분 좋은 하룻밤이었다.
'고모님,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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