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운동도 열심히 했건만, 수십 년간 과체중에서 벗어난 적 없었습니다. 굳은 결심으로 표준체중 만들기 도전했습니다. 지난해 봄에는 과체중도 지나 비만까지 가버렸습니다. 비만이 되고 보니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둘째 아들이 한 번씩 내 배를 손으로 찌르며
"살 좀 빼세요. "
할 적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먹는 음식까지도 간섭을 했습니다.
"엄마, 믹스커피 드시면 안 되어요. 콜라 마시면 안 되어요. 빵 드시면 안 되어요."
'아니? 이 나이에 벌써 아들로부터 제약을 받다니...'
귀가 따가워서라도 살 빼기로 결심했습니다. 2023년에는 열심히 운동하고 음식을 절제하여 5킬로그램을 감량했습니다만, 체지방은 도무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2024년 3월부터는 식습관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매끼마다 각종 채소류를 일곱 가지 이상 한 접시씩 먹기를 실천했습니다.
3월부터 6월까지 매끼마다 알록달록 채소류에 올리브 오일 한 큰 술, 수제 포도식초 반 큰 술을 넣은 샐러드를 한 접시 먼저 먹고, 달걀, 등 푸른 생선, 흰 살 생선, 닭가슴살, 달걀 한 개를 먹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석 달 사이 과체중이던 몸무게가 표준으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그토록 빠지지 않던 체지방이 쑥 빠졌습니다. 날씬했을 때의 추억을 돌아보기 위해 보관해 놓았던, 십십육 년 전 입었던 스커트와 바지가 쑥 들어갔습니다.
매주 만나는 둘째 아들이 이제는
"엄마, 많이 드세요. 살 그만 빼세요."
라고 노래하니 격세지감입니다.
어제는 둘째 아들이 대전 출장 다녀오면서 사온 성심당 빵을 식탁에 주르륵 늘어놓고 먹어라고 합니다.
"아니? 네가 웬일? 간에 기별도 안 가게 눈곱만큼 주던 녀석이?"
"힝~ 예전 엄마는 뚱뚱했으니 더 살찔까 봐 그랬지. 이젠 간식으로 조금씩 드셔도 되어요."
'아, 살 빼니 이렇게 먹을 게 생기는구나.'
그런데 살 빼니 식욕이 안 생기는지, 식욕이 없으니 살이 안 찌는지...
빵에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달달 빵이 체지방을 늘려줌을 실감하기에 절로 절제가 됩니다.
그렇지만 역시 달달한 것은 행복 호르몬을 한아름 안겨줍니다.
그동안 별별 종류의 성심당 빵을 아들이 주는 만큼만 감질나게 먹으며 신경질을 마구 부렸는데, 통째로 먹으라는 둘째 아들의 마음씀에 엄마로서 문득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나태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오늘 아침부터 다시 채소류부터 먼저 먹기로 했습니다.
노랑, 빨강 파프리카, 셀러리, 아보카도, 블루베리, 적양배추, 양배추, 오이, 당근에 아보카도 오일 힌 큰 술, 수제 포도식초 반 큰 술을 널은 후,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식사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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