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9일 토요일 흐린 후 오후부터 비
12시 30분에 퇴근하자마자 東과 함께 양지로 출발했다. 문경 세재 터널을 지날 때부터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양지에 도착하니 봄비가 제법 내리고 있었다. 도착하니 오후 3시 4분. 비옷을 입고 대구에서 사가지고 온 꽃모종을 심었다.
東은 뒷마당에 엄나무 두 그루와 오갈피나무 두 포기를 심었다.
나는 빨간색, 자주색 우산꽃(버베나) 여섯 포기, 삼색 제비꽃 두 포기, 데이지 두 포기를 현관 입구에 한 줄로 심었다.
노란 팬지 여덟 포기, 자주색 팬지 두 포기는 왼쪽 담장 아래에, 흰색 꽃이 청초하게 피는 마가렛은 오른쪽 마당 소나무 아래에 심었다.
모과나무 아래에는 야생화 화단을 만들었다. 삼년 전 영양 일월산에서 채취하여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운 처녀 치마 세 포기, 가을에 빨간 열매가 어여쁜 천남성과 보라꽃이 피는 나도부추꽃과 산작약을 심었다.
삼년 전 오월 산작약을 산속에서 처음 만났을 때이다. 깊은 산속에서 저 멀리 하얗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숲 속에 웬 골프공? 하며 가까이 가서 보니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산작약 군락지가 아닌가? 골프공 같은 꽃봉오리가 달린 것 한 포기를 캐어 배낭에 넣어 온종일 내 등에 업혀 다니다가 우리 집에 왔던 산작약이다. 애지중지 키웠지만 산속과는 환경이 달라서인지 이듬해는 꽃봉오리가 올라오지 않았다. 이제 양지 바른 곳에 심었으니 올 봄에는 새하얀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아직 심을 것이 좀 더 남았는데 시계를 보니 4시 45분이었다. 5시에 방문 예약을 한 이웃 동네, 42번 국도 건너에 조성되고 있는 전원주택 루아르벨리에 갔다. 52가구로 이루어진 루아르벨리는 건축물은 물론이고 조경까지 거의 다 완공되었다. 프랑스 건축가가 설계를 하였다는데 정말 독특한 건축구조물이었다. 안팎으로 곡선은 하나도 없고 직선으로만 이루어진, 즉 네모 상자를 조화롭게 쌓아 놓은 짜임새이다. 마치 숲 속에 이국나라의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거대한 성이 숨어 있는 듯, 너무나 정돈되게 지어 놓았다. 주택과 주택의 배열도, 내부도 내가 지금껏 살아오고 보아 온 기존 주택의 개념, 짜임과는 180도로 달랐다. 빌트인으로 된 부엌가구를 비롯, 옵션으로 부착된 가구들, 진공 청소 설비, 난방 시설, 전기 시설 등 문화 차이가 너무 나서 충격적이었고 머리가 멍할 정도였다. 우리 부부가 추구해온 취향의 주택이 아니었으므로, 결코 부러워서 그렇게 드는 느낌이 아닌, 처음 접해본 문화라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분양가도 엄청나서 마음속으로 억 소리가 절로 나왔다. 회사에서 마련한 프랑스 와인과 다과를 대접받고 집으로 왔다. 아름답고 멋진 단지를 구경한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보슬보슬 오는 봄비를 맞으며 데크와 계단 청소를 하고 나니 밤 아홉시가 훌쩍 지나있었다. 샤워를 하고 따뜻한 방에 누워 어제 읽다 둔 책을 마저 읽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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