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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녹색 장원

보물이 된 식물들

by Asparagus 2008.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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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5일 토요일 맑음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니 학교 행사에서도 당연히 빠지는 것인가? 오늘은 식목일과 관련된 시사안내 방송도 없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식목일이라는 사실을 그만 잊어버려서 우리 반 학생들에게 식목일의 ‘식’자도 말하지 못했다. 초임 시절 이후 몇 십년간이나 식목일 전날에는 학생들에게 나무를 심지 못하는 사람은 화분에 꽃 한 포기라도 심어라고 씨앗을 나누어 주던 내가 아니었던가?

 

각설하고 퇴근하자마자 양지로 향했다. 국도변에는 벚꽃이 한창이다. 구미 시내를 통과할 때 만개한 벚꽃 가로수로 인해 눈이 부셨다. 하도 눈부셔 가슴이 다 아려올 정도였다. 긴 겨울을 죽은 듯이 참고 있다가 온몸으로 봄날을 반기며 가지마다 연분홍 꽃잎들이 환호하듯 일제히 피어나는 식물의 세계가 참으로 질서정연하다. 상주까지는 벚꽃이 활짝 피었지만, 상주를 지나 문경부터는 아직 벚꽃이 필동말동 하였고, 충청도, 경기도는 꽃망울도 아직 조그마했다. 좁은 한국이라지만 온도에 민감한 식물들에게는 넓디넓은 한국인가보다.

 

오후 세 시에 양지에 도착했다.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니 지난주에 심어 놓은 노랑꽃, 빨강 꽃들이 반겨주었다. 집안을 청소기로 밀고, 東은 밀대로 닦았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던 식물들을 마당으로 가져가 자리를 정해 주었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가져온 식물들의 역사

 

<자란> 산사나무 아래에 심었다. 자란은 키운 지 어언 16년이나 되었다. 東이 어느 겨울날 누가 버린 화분에서 뿌리를 주워 온 것이다. 자세히 보니 잎은 다 말랐는데, 줄기 밑둥치는 아직 초록색이어서 캐보니 감자 같은 뿌리는 아직 죽지 않아 꽃을 좋아하는 나에게 준다고 가져 온 것이다.

 

봄이 되니 볼펜심을 닮은 촉이 두 개 올라 왔다. 혹 난이 아닐까? 기대를 가지고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삼월이 되자 꽃대를 올리더니 삼월말경부터 진분홍 꽃을 피우는 것이다. 식물도감을 찾아보니 역시 내 예감이 맞았다. 우리 나라 자생난인 자란이었다. 가을이 되면 잎을 떨어뜨리고 뿌리로 월동을 하는 난인데, 전 주인은 그 사실을 몰랐나 보다. 화분에 심어만 놓았는데도 해마다 촉수를 늘리며 잘 자랐다.

 

 

몇 년마다 한 번씩 분갈이 할 적마다 불어나 있는 뿌리를 떼어서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렇게 분양해주고도 항상 예닐곱 포기 정도가 자라 해마다 자색꽃을 감상한 것이다. 올해도 3월 중순부터 꽃대를 올리고 눈을 즐겁게 해준 자란이다. 이제 마당에 정식으로 자리를 잡아 주었으니 앞으로 더 많이 번식할 것이다. 이웃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물을 주었다.

 

<공작고사리> 일층 서재 창가 화단과 참나무 아래에 두 무더기를 심었다. 7년 전 제주도 여행가서 손가락 마디만한 아주 어린 것 한 포기 가져온 것인데, 해마다 쑥쑥 잘도 자랐다. 거기에다 포자를 퍼뜨려 집안에 놓여 있는 화분마다 공작 고사리가 자라지 않는 곳이 없었다. 잡초 뽑듯이 뽑아내던 것들이었는데, 양지에서도 마음껏 포자를 퍼뜨리며 잘 자랐으면 좋겠다.

 

<더덕> 새끼 손가락만한 더덕 20뿌리 정도를 두릅나무 아래에 심었다. 더덕 향기를 맡는다고 東과 산에 가서 캐 와서 심었던 것들이다.

 

<곰취> 뒷마당 북쪽 담장 모서리와 주목 나무 아래에 10포기 심었다. 東과 내가 애지중지 키우던 산나물이다. 산나물의 왕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향기와 맛을 가진, 생식을 할 수 있는 귀한 산야초 중의 하나이다. 앞으로 양지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게 할 산나물이 될 것이다.

                         ㅏ지난 해 베란다에 올라온 곰취 모습과 일기ㅓ

2007년 3월 25일 일요일

지난해 봄 영양 일월산에서 발견했던 곰취나물, 세 포기를 베란다에 옮겨 심었다. 해가 바뀌고 녀석이 드디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지난 해 산에서 처음으로 곰취나물 군락지를 발견했다. 이름이 곰취나물이라니 맛도 멋대가리 없는 나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뿌리가 다치지 않게 조심하며 잎만 한웅큼 정도 땄다. 집에 와서 깨끗이 씻은 후, 쌈장에 생것을 먹었는데, 그 맛?

와,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산나물이 아닐까 싶다. 올해도 곰취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있기를...

http://cafe.daum.net/jmh22/8ZiA/38

 

<개비자나무> 뒷마당에 도열하여 자라는 주목 군락 끝부분에 자리를 잡아 주었다. 삼 년 전 東과 함께 충북 연풍면 분지리의 이름 없는 산에 갔다가 개비자나무 군락지를 발견하고, 10Cm도 안 되는 어린 나무 두 포기를 캐서 키운 것이다.

 

다 심고 나니 서산으로 해가 넘어가고 어둠이 찾아들자마자 가로등에 불이 켜진다. 소찬을 차려 맛있게 먹고, 설거지를 했다. 일주일 만에 찾은 전원, 오늘도 꿈결같이 지나간 일과를 되돌아보며 피곤함을 풀 수 있는 평온한 잠자리가 기다리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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