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20일 일요일 맑음
아침에 눈을 뜨니 방이 매우 환했다. 시계를 보니 7시였다.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열었다. 집앞 저 먼 산위로 해가 열 두 뼘 쯤 떠올라 있었다. 창밖으로 바라보이는 주변이 파스텔 톤으로 수채화를 그린 듯 너무나 멋진 자연 풍경에 눈이 다 부실 정도였다. 연녹색, 연두색, 연분홍, 백설처럼 흰색, 진주홍, 진주황, 보라, 자줏빛……. 자연이 빚어놓은 저 찬란한 색상을 여기 글로 어떻게 다 표현하랴?
도시의 12층 아파트에서 바라본 자연 풍경과 너무나 다르게 느껴지는 색채들. 그것은 바로 대지가 눈앞에 있고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코끝을 스치는 맑고 싱싱한 공기. 은은한 꽃향기, 나무 향기, 이런 것들 때문에 전원생활을 그렇게 동경해 왔던 것이다.
아침 먹고 어제 하다 말은 꽃 심기 및 정원수 손질을 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정원 손질이지만,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회양목을 손질하다보니 길이 2Cm정도 되는 가느다란 벌레가 스믈스믈 기어 다니고 있었다. 징그럽다고 생각하다가 꾹 참고 벌레를 털어내었다. 앞으로 부지기수로 벌레들을 만날 텐데 그 때마다 겁을 낼 수 없다고 자기 암시를 걸었다.
東은 집옆 공터에 구덩이를 파고 호박과 박을 심고 비닐을 덮어 놓았다. 어제 심어 놓은 심밭에 가보니 하룻밤 사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었다. 연노랑색이던 잎과 줄기가 연초록빛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데, 실은 새벽부터 머리가 너무 아팠다. 또 몸살인가? 아픈 것을 참고 정원일을 했는데도 나아지기는커녕 머리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더 아파왔다. 일층, 이층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주변 풍경을 감상해도 나아지지가 않았다. 이마에 찬물 수건을 올리고 침대에 누워 있었더니, 차츰 괜찮아졌다.
아침, 점심 설거지를 민식이가 했다. 공부하기에 바쁜 아이를 잘 챙겨주려고 불렀는데, 내가 아프니 만사가 귀찮아 그러지도 못하고 설겆이를 시키고 만 것이다. 오후 4시에 민식이는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고 우리는 6시에 양지를 떠나왔다.
떠나기 전에 찍은, 거실에 홀로 피어있는 영산홍 화병-지난 겨울 전지를 하며 몇 가지 꽂아 둔 것인데, 이렇게 보기 좋게 피어있었다.
웃자란 칠복수- 주인없는 거실에서 홀로 자라느라 외로워서 그런가?
카니발에 실어와서 덩그런 거실에 우선 놓아 보았다. 산만해 보이는 도자기 배치를 새로 해야겠네? 뒷편 호박 수채화가 더 멋있게 느껴지는데, 어디에 배치를 할까?
장식장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 > 녹색 장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런 집을 지어요 (0) | 2008.04.26 |
---|---|
꿈의 계절 (0) | 2008.04.25 |
완두콩과 감자 심기 (0) | 2008.04.13 |
텃밭 만들기 (0) | 2008.04.12 |
분홍, 노랑, 흰색 나라 (0) | 2008.04.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