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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녹색 장원

꿈의 계절

by Asparagus 2008.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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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5일 금요일 맑음

만 5일 만에 양지에 왔다. 4시 30분 퇴근 후 곧장 고속도로를 달렸다. 멀리 보이는 산들이 군데군데 하얗게 보이는 것은 흰 꽃이 핀 줄 알았다. 그런데 고속도로에서 가까이 보이는 산을 보니 그것은 바로 바람에 흔들리며 나뭇잎들의 뒷면이 햇빛에 반사되어 희게 보였던 것이다. 사람의 시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확실한 것인가? 진실을 확인하지 않고 막연히 이름 모를 나무들이 꽃을 피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해가 길어져서 7시 30분에 도착했는데도 집안이 훤하였다. 지난 주에 심어 놓은 심들이 어떻게 되었을까 가장 궁금했다.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심을 심어 놓은 담장으로 갔다. 세 촉만 시들시들 했지만 다른 심들은 고개를 꼿꼿이 치켜들고 잎이 완전히 펼쳐져 있었다. 잎과 함께 꽃대까지 달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늠름하기까지 하다.

 

 

마당의 잔디밭은 온통 잡초천지였다. 민들레는 그새 꽃이 다 지고 씨앗을 맺어 하얀 풍선이 되어 바람이 불면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녁을 먹은 후 마당을 서성이는데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졌다. 밤에만 비가 오고 내일 아침에는 그쳤으면 좋겠다.

 

흰색, 자줏빛, 붉은 영산홍이 핀 정원을 보며 문득 지난 몇 년간 잊었던 4월의 노래가 생각났다. 봄이 되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던 나의 애창곡 박목월 작사 그 노래, 이 한밤 마음속으로 가만히 불러본다.

 

6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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