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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녹색 장원

결혼 삼십년만에 비로소 부부가 함께 해본 것

by Asparagus 2008.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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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5일 월요일 맑음

鉉 일기

새벽 5시 10분에 눈을 뜬 東이 자꾸 집적대어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왜냐하면 오늘부터 아침 산책을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빼미형인 나와 종달새형인 東, 우리 부부가 아침해를 함께 맞이한 것은 손꼽아 헤아려보아도 단 한번도 없다. (물론 산에 갈 적엔 새벽같이 일어나 갈 때가 많았지만...)

 

그런데 이런 기적같은 일이? 어젯밤에도 소설책을 읽느라 새벽 한 시가 넘어 잠들었는데, 우리집에서 해가 떠오르는 것을 침대에서 함께 본 것이다. 전원주택을 마련할 때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이 주택방향이 정남향이 아닌 남동향이었던 것이다. 이제 전원 생활 적응기 4개월을 맞이하고 보니 정남향보다 남동향이 더 장점이 많은 것인 줄 알게 되었다.

 

창문을 열어 새벽을 맞았다. 새벽 5시 40분쯤 되니 산너머로 동이 터오고 있었다. 산너머로 환한 빛이 점차 더해가더니 드디어 5시 48분쯤 산등성이가 더욱 밝아졌다. 5시 50분, 산등성이의 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치며 해가 조금씩 떠올라오더니 이내 둥근해가 산 위로 둥실 떠올랐다. 너무 밝아 눈부셨다. 결혼 후 처음으로 눈부신 아침 햇살을 침실에서 맞이한 것이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고 '야호'는 마음 속으로 외쳤다. 왜냐? 옆집에 방해될까봐...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東과 아침 산책을 나갔다. 어제 東이 쓴 일기 속의 멋진 전원 생활을 하는 집을 담장 너머로 보았다. 집 담장 전체를 진분홍색과 흰색의 꽃잔디로 심어놓은 그 집은 정말 꽃대궐이었다.

 

새벽에 만난 사람은 개울 양쪽으로 나있는 산책로를 빠른 걸음으로 젊은 부부, 혼자 팔을 흔들며 열심히 걷는 여성 한 분, 성큼성큼 걷는 신사 한 분, 새벽부터 정원에 물을 주고 있는 여성 한 분, 무려 이천평이나 되는 논에 물을 가득 대어놓고 눈둑을 보수하는 농부 한 분, 호박 모종을 심고 있는 농부 한 분, 만나는 이들과 인사한 후 산책로를 따라 가다가 개울 건너 야트막한 산위로 올라갔다. 아침 햇살을 받으니 기분이 정말 상쾌했다. 산 아래 계곡쪽에서 참취 여덟 포기, 각시붓꽃 한무더기를 캤다.  산책할 적에 마음 속으로 야생화 몇 포기를 캐서 뒷동산에 심으려고 꽃삽과 담을 봉투를 미리 준비한 덕분...  

 

그런데, 오늘은 뭘했지?

아참, 하루해가 정말 짧구나. 보고 싶은 울쌍둥이, 한녀석은 중간고사 공부 때문에, 한녀석은 실험때문에 만날 수 없네. 아침 먹고 송홧가루 좀 받다가, 마당을 쬐금 청소하다가, 벌 몇 마리 잡다가, 전지가위로 영산홍 몇 그루를 전지하다가, 그러다가 점심 먹고 또 마당을 서성이다가, 뒷동산 끝까지 올라갔다가..., 그러다보니 하루해가 쏜살같이 흘러가버렸구나.

 

다시 정리하자면 오늘 결혼 후 처음으로 침대에서 함께 아침해를 맞고, 아침 산책을 했고,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저녁해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잠자리에 든 것, 그리고 어제부터 東도 전원생활 일기쓰기에 동참해 준 것. 이 모든 것이 다 결혼 후 몇 십년동안 열심히 직장 다니며  미래를 꿈꾸고, 전원 생활을 준비한 덕분이리라.

 

東 일기

오크빌의 상징은 참나무. 그 참나무가 집집마다 천덕꾸러기가 되어 사라지고 없다. 마지막 남은 우리집 참나무도 지난 겨울 마누라의 사주로 잘려 나갈 뻔 했다. 그렇게 멋지고 큰 거목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하고 전지를 했지만, 몇날 며칠 생각해 놓은 내 생각과는 그림이 잘 맞지 않았다.

 아침에 정면으로 햇빛을 받고 있는 우리집.

 

중앙 정원 뒤, 밤나무가 보이는 쌍둥이 창문 우리 집 

 

집 남쪽 마당가의 영산홍과 백색 철쭉. 가운데 나무는 대추나무. 오른쪽은 조금 신맛이 강하다는 자두나무. 벌써 입안에 침이 고인다.

 

소나무 새순 

소나무 수술. 송화가루가 얼마나 많이 날리는지 마치 수십명이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듯하다. 꽃가루가 날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묘한 느낌이 든다. 

 

우리집 정면. 앵글이 가장 잘 맞는 사진

 

맞은 편 언덕에서 찍은 우리집. 논 아래 개울 양쪽으로 폭 3미터 정도 되는 포장된 산책로.

 

맞은 편 언덕에서 찍은 우리집. 마치 호수 같은 분위기가 드는 모내기 준비중인 논

  

맞은 편 언덕에서 찍은 우리집을 기준으로 뒷집, 우리집, 옆집 모습

 

산책 도중 도로공사 관계로 길이 막힌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차를 빼어 다른 곳에 주차 했다. 오늘 할 일중 가장 큰 일은 물탱크 청소. 두개의 전기 펌프로 한시간여 걸려 물탱크를 비웠다. 슬러지 인줄 알았는데 남은 물을 휘저어도 흙탕물이 되지 않는 것을 보니 알갱이가 아주 작은 모래가 바닥에 깔려있다. 더 이상 청소가 필요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왕 빼내는 물, 지붕도 씻고 뒷마당에 심은 작물에 물도 줬다. 오전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오후에는 사다리와 톱을 준비해 며칠을 벼르던 우리집 오른쪽 담장 옆에 자라는 소나무 가지치기에 들어갔다. 과감히 잘라내고 나니 좀 훤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잘라낸 나무 둥치를 언제 다 치우지. 집안의 소나무가 이제 좀 제대로 자랄 수 있을것 같다. 집안의 소나무도 과감히 이발을 시켜줬다. 내일은 왼쪽편 소나무 손질을 할 시간이 있을지.... 정말 피곤하다. 잠이 온다. 자자. 마눌! 그만 안고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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