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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녹색 장원

수고한 만큼 깨끗해지는 잔디마당 가꾸기 & 함께 쓰는 일기

by Asparagus 2008.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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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4일 잠깐 해 난 후 흐림

아침 먹고 본격적으로 정원과 잔디밭을 손질하기로 했다. 東과 함께 잔디밭에 앉아 클로버를 뽑았다. 지난 주 내가 열심히 뽑았는데도 아직 남아서 잔디밭을 점령해가고 있었다. 세 시간 정도 투자하니 눈에 보이는 것은 다 제거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봐야 알 일이다. 해가 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클로버란 녀석은 참으로 몹쓸 생존방식을 가졌다. 잔디뿌리 줄기 위에 제 줄기뿌리를 흡착시켜 마치 잔디뿌리인냥 위장술을 쓰면서 살아간다. 클로버 뿌리라고 대충 잡아당기면 잔디뿌리까지 뽑혀나온다. 올해 씨앗이 떨어져 새로난 클로버는 아직 잔디 뿌리와 함께 뒤엉켜 있지 않아서 잔디가 살아있지만, 해가 묵은 클로버뿌리는 잔디뿌리의 영양분을 다빨아먹어서 잔디가 다 죽어있는 것이다. 클로버는 잔디뿌리 줄기를 따라 클로버뿌리 줄기를 교묘히 벋어가며 잔디를 죽이며 세력을 넓히는 것이다.

 

반면 꽃다지, 별꽃, 제비꽃, 냉이, 민들레 등 우리나라 토종 식물은 잔디밭에 자리잡아도 원기둥뿌리, 또는 수염뿌리여서 저만 뽑히는 것이다. 잔디밭을 점령해가는 개미취를 모두 뽑아서 뒷동산에 옮겨 심었다. 東이 톱으로 잔디밭 위를 쓰윽쓰윽했다. 나는 일일이 손으로 뽑아내는데 그렇게 하니 잔디잎만 그냥 있고 잔디밭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모조리 다 베여져 나갔다. 우선은 잔디밭에 잔디만 보이니 순식간에 깔끔해져 버렸다. '그런 방법도 있구나!'

 

점심을 먹고, 지난 겨울에 대충 자른 나무들의 잔가지를 東과 함께 잘랐다. 앞마당과 뒷마당에서 자라는 중국단풍나무, 홍단풍, 느릅니무, 주목, 측백, 산수유, 자두나무, 대추나무 등등을 자르고 나니 잃어버린 땅을 찾아낸 듯 했다. 가지가 없어진 만큼 집이 훤하고 넓어보였기 때문이다.

 

이 좋은 연휴를 누가 시켜서 일하나? 정원가꾸기가 힘은 들지만 즐겁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힘들어도 전원 생활을 즐기려면 자신이 직접 가꾸고 몸소 부딪혀야 하지 않을까? 

 

저녁때 뒷동산 너머로 산삼 탐색을 했다. 막대기를 들고 풀숲을 헤치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세히 보고 또 보았다. 풀숲은 산삼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었다. 애기나리꽃이 별을 단듯 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한참을 탐사하던 중 드디어 눈에 들어온 산삼 이파리 하나! 기쁜 마음으로 다가가 캘려고 하니 산삼이 아닌 오갈피였다. 잠시 실망하고 다시 숲을 헤쳐 나가다보니 어린 더덕이 보였다. 여덟 포기를 캐서 우리집 뒷동산으로 왔다. 뒷동산 언덕에 심었다. 하늘에서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졌다. 밤새 비가 좀 와서 뒷동산에 심어놓은 식물들이 뿌리가 잘 내리게 넉넉히 왔으면 좋겠다.

 

<목욕할 동안 울 신랑이 쓰는 일기>

이른 새벽 동네 두바퀴를 했다. 이웃 마을 파인빌 입구의 농가 주택을 구경했다. 개 짖는 소리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깰까 보아서 지긋하게 구경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잔디를 그렇게 깨끗하게 관리를 잘  했는지 잡풀 하나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다 꽃잔디를 길게 심어 놓아 지나 갈 때는 마치 사열을 받는 장성이 된 기분이 들었다.

 

텃밭(?)이라기에는 너무 넓은 집 주인은 아마도 농부였던 듯 하다. 여러가지 작물들이 고랑 사이를 알맞춰 자라고 있었다. 토끼, 닭, 염소에다가 표고버섯까지 한켠에 자라고 있는데도, 농가 주택이라는 느낌보다는 전원주택이라는 느낌이 확 다가 올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축사 지붕은 태양광 발전 시설이 되어 있었다. 아마도 전기는 조금 떨어진 주택에서 사용하는 것이리라. 정부 보조를 받아서 시설 했다면 솔라셀이 14개 정도 될텐데 숫자가 더 많은 것을 보니 아마도 자비로 시설해 놓은 것 같다.

 

지난 번 산책도로가에서 자라는 가죽잎을 뜯어다 맛있게 먹은 생각이 나 논길을 가로질러 건너가 보았다. 가죽 나무가 모두 네 포기. 누군가 깨끗하게 순을 모두 쳐 갔다. 한 발 늦었던 것이다. 일주일 정도 기다리면 또 자라서 올라올까? 벌써 군침이 돈다.

 

우리 집 마당에 자라는 소나무는 어느 가지를 잡을까? 오늘도 쳐다 보기만 하고 말았다. 오늘 일기 끄~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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