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녹색 장원

자연에서 얻은 반찬

by Asparagus 2008. 5. 6.
반응형

2008년 5월 6일 화요일 맑음

鉉의 일기

하루해가 왜 이리 빨리 가는지?

직장생활 삼십일 년 만에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 맞이한 황금 휴일! 공식적으로는 6, 7, 8, 9일 나흘이지만, 5월 3일 토요일 오전 근무하고, 일, 어린이날, 6, 7, 8, 9,그리고 놀토, 일, 부처님 오신 날, 이렇게 8일하고도 반나절로 이어진 이 귀중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생애 가장 보람 있고 멋있게 보낼 것인가에 고민을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퇴직 후 맞이할 전원생활 준비 중인 요즘은 다른 데로 마음 쓸 틈이 없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나 침실 창문을 열고 아침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산등성이 위로 주변 하늘이 둥그렇게 붉어지더니 아침 해가 서서히 떠올랐다. 눈부셨다. 아침햇살의 정기를 받으면 더 젊어지지 않을까? 해가 다 떠오르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옷을 입었다. 새벽 1시까지 책을 읽었는데, 오늘도 겨우 네 시간 잤구나. 자리에 더 누워 있고 싶었지만 새벽 산책을 위해 얼른 일어난 것이다.

 

오늘은 집 뒷산을 넘어 도로를 지나 건너 산에 갔다. 산속에서 자라는 식물 군락들을 보니 불과 십년 전만해도 깊디깊은 산중이었을 것이다. 수도권 개발 바람으로 인해 여기까지 문명이 침범해 오고 있으니 산들이 온전할 리 없다. 여기저기 전원 주택지를 개발하느라 산이 산이 아니다.(물론 우리 부부도 일조를 한 셈이 되었네) 

 

산 계곡 우거진 수풀 사이로 혹 심이 있을까보아 열심히 관찰하는데, 언뜻 눈에 들어온 것은 더덕 줄기였다. 줄기는 불과 10Cm정도였는데 캐보니 아이 주먹만 했다. 캐고 나니 옆에 또 있었다. 이번에는 더컸다. 뜻밖의 수확에 조그마한 소리로 "심봤다!" 외치고 東에게 자랑을 했다.  큰 것 세 개와 이, 삼 년생 어린 더덕을 다수 캤다.

 

심을 찾아 다시 주변을 둘러보는데 문득 바로 위 언덕에 오엽이 햇살을 받아 빛이 났다.

'드디어, 여기서도 심을 보는구나.'

가슴을 설레며 가까이 가보니 이구? 세 번 절을 하고 캐려고 보니, 아후! 심과 모습이 꼭 같은 오갈피였다. 며칠 전처럼 또 속은 것이었다. 오갈피 난 근처에서 잔대 5뿌리를 캤다. 산줄기를 따라가다 보니 성당 공동묘지가 보였다. 공동 묘지 터가 아직은 절반 정도 비어있었다. 저 남은 묏자리들은 언젠가 누군가가 묻히겠지. 아등바등 살아도, 빈둥빈둥 살아도 죽으면 다 같은 것? 아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살아있는 동안은 하루하루를 보람 있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 시간 삼십 분의 식전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오며 묵밭에 지천으로 난 명아주 어린 순을 한 움큼 꺾었다. 집에 와서 호스를 뒤꼍으로 끌고 와 동산 위에 대야를 놓고 물을 받아 동과 함께 오늘 심은 더덕과 잔대 등 식물에게 물을 주었다. 며칠 전 앞산에서 발견해 심어 놓은 독활 4뿌리도 잘 자라고 있었다. 뒷동산이 산나물 밭이 되겠다. 참취, 미역취, 울릉미역취, 개미취, 더덕, 잔대, 독활(땃두릅)이 자라고 꽃이 피면 씨가 뿌려질 것이다. 몇 년 후 뒷동산은 내가 심은 산나물들이 지천으로 번질까?

 

東이 다듬어 준 더덕 4뿌리를 칼등으로 두들겨 고추장과 마늘, 참기름, 깨를 넣어 섞은 후 후리이펜에 더덕구이를 하고, 뒷마당에서 뜯은 돌나물 한 움큼을 풋고추를 썰어 넣어 무치고, 명아주는 된장을 넣어 무쳤다. 소찬이지만 웰빙 음식으로 반찬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아침밥이 절로 넘어갔다.

 

아침 먹고 오른쪽 옆 통로에 깔린 돌들을 들어내었다. 원래는 하얀색 자갈을 깔았는데, 세월이 가며 돌들이 땅속으로 스며들고, 그 위에 이끼가 자라고 해서 통로를 지날 적마다 지저분한 것이 몹시도 눈에 거슬렸다. 마음먹고 꽃삽으로 땅 속에 파묻힌 돌들을 파내었다. 그러다보니 점심때가 지났다.  깨끗이 하려면 앞으로 몇 며칠은 시간 투자해야겠지?

 

점심을 먹으러 집안으로 들어오다가, 지난 번 마당에 잘라 먹고 심어놓은 산부추가 15Cm정도 자라나 있어서, 다시 싹둑 잘랐다. 깨끗이 씻어서 상추쌈과 함께 먹었다. 아침, 점심을 온통 식물성으로만 먹었네? 나는 맛있게 먹었지만, 육식이 없으면 반찬이 부실하다고 하는 東에겐 너무나 부실한 식탁이었나? 장 본 것을 다 먹고 나면 참으로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 전원생활이라고 한 것이 실감난다.

 

점심을 먹고 앞마당에 하얗게 피어나는 산사 꽃을 감상하다가 볼일 보러 읍내에 나갔다. 가전제품을 사러 용인에 갔는데, 마침 용인시청을 지나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청사보다 더 호화롭다고 질책하셨다는 말씀이 생각나서 용인시청 구경을 하려 들어가 보았다. 건물 전체가 온통 통유리로 크고 웅장하게 지어진 거대한 시청과 시의회관을 보니, 정말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는 시간이 없어 들어가지 못하고 시청을 한 바퀴 돌아 동백 지구에 있는 가구사에 갔다. 가구가 너무 많아 어느 것을 고를 지 감이 오지 않았다. 

<소나무와 흰철쭉>

<5월의 꽃이라는 메이플라워- 산사꽃이 이제 한창 피어나고 있는 중>

 

 왼쪽 정원 소나무 아래 자라는 왕둥굴레-보통 둥굴레와 달리 꽃대가 다섯 개씩 달렸고 대나무잎처럼 더 날씬하고 길쭉하다.

 

<무슨 나무이지? 조그만 꽃이 바글바글 달려 피어나고 있는데, 이미 꽃이 진 곳에는 바늘처럼 가느다란 빨간 열매를 달고 있다. 이 열매가 자꾸 자라 구기자 열매 모양이 되어 잎이 다 떨어진 한 겨울에도 빨간색 열매가 조롱조롱 매달려 추운 겨울을 지켜 본다.> 

 

* 드디어 위의 나무이름을 알아내었다. 당매자나무라고 한다. 

 

미나리아재비목 매자나무과의 쌍떡잎식물.

높이 약 2m. 낙엽활엽관목으로 줄기에 가시가 있으며 잎은 긴타원형 거꿀바소꼴이다.

또한 잎 밑은 길고 좁으며 잎끝은 날카롭고 옆면에 톱니가 없다.

꽃은 4∼5월에 피는데 총상꽃차례로 잎어깨에서 아래로 늘어지며, 꽃잎은 6개이고 황색이다.

열매는 장과(漿果)로서 타원형 또는 긴타원형으로 9월에 붉게 익는다.

산과 들에 나며 가지와 잎은 약용 및 염료로 사용한다. 한국(강원·경기·평북·함북)·중국·몽골·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소나무 아래 둥굴레>

 

<아래에서 부터 차례로 꽃을 피우는 둥굴레, 어제 핀 꽃은 벌써 꽃잎을 닫았다> 

 

하이마트라는 매장에 처음 들어가 보았다. 정말 값이 다른 곳보다 싼가? 비교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우선 필요한 세탁기를 샀다. 이제 사면 또 십년은 넘게 쓸 거야. 이불까지 넉넉하게 세탁하려고 지금 쓰는 것보다 더 큰 12Kg짜리 트롬 세탁기와 전자레인지를 구입했다. 

 

저녁밥을 사먹는데 너무 피곤하여 밥이 넘어가지 않아 반공기도 못 먹었다. 

 

東의 일기

 집 뒤 언덕을 넘어 삼밭을 지나 자그마한 동산에 올랐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숲 속에서 작은 더덕 몇 뿌리를 캤다. 집 뒤 언덕으로 이사를 시킬 것이다. 조금 뒤 마눌이 심봤다고 나지막히 얘기했다. 심은 무슨 심!

그런데 손에 들린 것은 제법 큰 더덕이었다. 어라. 제법 큰 것도 있네. 잠시 뒤 나도 한 뿌리를 캤다. 오늘 아침은 더덕구이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씻으며 조금 떼어 먹어 보았다. 맛은 별로 였다. 사질토에서 자라서 그런가? 봄이어서 그런가? 아마도 부엽토가 제대로 쌓이지 않은 사질토여서 일 것 같다. 기후와 토질이 맛을 좌우하는 것 같다. 자잘한 더덕은 뒤 언덕에 심고 물을 주고 타고 올라갈 지주를 만들어 줬다. 제대로 자란다면 2-3년 뒤에는 씨앗도 받고 더덕도 먹을 수 있겠지.

 

어제부터 뒷동산 너머에 자라는 엄나무를 뒷동산으로 옮기자는 마눌의 성화에 못 이겨 캐러갔다. 그놈의 엄나무를 옮기려다 삽자루만 부러뜨려 놓았다. 삽자루 부러진 게 두개나 된다. 마눌 하나, 나 하나, 이렇게 사이좋게 삽자루 부러뜨려 놓았다. 뒤뜰에서 쪼그려 앉아 고칠 방법을 생각하다가 깜빡 조는 바람에 넘어 질 뻔 하고, 들어와 좀 눈을 붙이려다가 점심밥만 앉혔다. 반찬도 없는데 뭘 해 먹지? 마눌은 밖에서 노느라 반찬은 신경도 안 쓴다.(이 글 읽어 보고 신경 좀 써라.)

오후에는 전기 요금을 내고 가구점과 하이마트를 방문했다. 돈 많이 썼다. 두부마을 가서 배 터지게 늦은 저녁 먹었다. 샤워하고 자야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