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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동물 탐사 animal exploration/곤충 관찰

초복을 맞아, 참넓적 사슴벌레

by Asparagus 2008.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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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9일 토요일 비

출근하여 교실에 들어서니 더운 열기가 확 뿜어져 나왔다. 책상 위 온도계가 32도를 가리키고 있다. 천정에 매달린 선풍기 4대로 교실 더위를 식힌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오전 내내 더워 죽는 줄 알았다. 교사나 학생이나 잘 참아내어 장하다. 둘째 시간 마치고 아이스크림을 배달시켜 하나씩 손에 쥐어 주었다. 더위에 허덕이던 학생들이 환호를 한다. 더위를 먹어서 그런가 오전 내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퇴근 후 고속도로를 달리며 차 에어컨으로 더위를 식혔다. 선산을 지나면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비가 많이 왔다. 양지에 도착하니 일주일 새 정원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식물들은 겁없이 자라고, 전지 할 생각을 하는 나는 겁이 난다. 일주일 동안 실내 온도 최저 25도, 최고 27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몇 달 동안 온도계를 관찰한 결과 집안 온도 최저와 최고 차이는 항상 2도이다. 이 좁은 대한 민국에서 양지와 대구가 이렇게 온도가 차이난단 말인가?

 

비옷을 입고 텃밭으로 가보았다. 노랗게 익은 참외 두 개와 제일 먼저 자란 수박 한 개를 땄다. 팔뚝보다 더 굵은 오이 5개 따고, 고추와 방울 토마토를 조금 땄다. 정원 한 귀퉁이에서 자라는 자두 나무에서 자두도 몇 개 땄다. 민식과 병식이가 삼주만에 왔다. 저녁이 되니 비가 잠시 그쳤다. 마당을 둘러보았다.

<이제 피어나는 참나리>

 

<잎이 고운 식물, 이름은? 설악초>

 * 북아메리카 원산의 한해살이풀. 높이가 60 cm 정도, 햇볕을 좋아함. 달밤에 야광처럼 빛나는 식물.

   식물즙에는 독성이 있어 발진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부에 묻거나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할 것.

 

<벌써 황이 들고 있는 심>

 

<우리 집을 찾아 온 귀한 손님, 이름은? 참넓적사슴벌레라네요.>

 

<사람을 봐도 도망 가지 않는 성격이라니...>

 

<선인장 화분에도 놀러가고...>

 

<땅을 보고 피어나는 참나리, 유리창에 비친 먹구름>

 

 

<주황빛으로 물들어 가는 탐스러운 해당화 열매>

 

 <오늘 수확한 과일과 채소>

<일주일만에 어른 팔뚝만큼 자란 오이, 이렇게 큰 오이 처음 만났다.>

 

 

처음으로 수박과 참외 몇 포기를 농사지어 놓고 바빠서 거름은커녕 농약 한 번 치지 않았는데도 병 없이 잘도 자라준 것이 대견스럽다. 수박과 참외가 열매 맺은 지 한 달만에 이렇게 초복날을 맞춰서 딸 수 있다니, 자연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비 온 날 땄음에도 수박과 참외가 설탕을 뿌려 놓은 듯 달고 맛있었다. 신기하다. 설탕같이 달디단 수박을 사먹을 때, 혹 설탕물을 수박 포기에 뿌린 것이 아닐까? 의심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 수박 종자는 스테비아처럼 단맛을 내나보다. 수박을 먹으며 어린 시절로 잠시 되돌아가본다.

 

<외갓집>여름방학이 되길 기다렸다가 경산 외가에 간다. 외숙모는 과수원 일만 해도 바쁠텐데, 과수원 한쪽 밭에 수박과 참외를 꼭 심어 놓았다. 딴 과일들을 커다란 두레박에 담아 밤새 깊은 우물속에 두었다. 이튿날 낮에 두레박을 건져 올려 수박을 칼로 자른다. 냉장고가 없던 그 시절, 우물에서 갓 건져올린 수박은 참으로 시원했다. 외사촌들과 마루에 둘러앉아 먹던 그 기억들을 잊을 수 없다.

 

<아버지를 기다리며>초복날이면 아버지가 빨리 집에 오시기를 눈빠지게 기다린다. 드디어 대문 두드리며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신발을 신은 둥 만 둥 대문으로 달려가며 인사한다. "아부지, 인제 오십니꺼?"  대문을 열자마자 아버지 손부터 본다. 예상대로 아버지 손에는 커다란 수박 한 덩이가 나일론 끈에 매달려 있다. 어머니께 미리 돈을 받아 들고 있던 나는 큰길 얼음집으로 달려간다. 벽돌만한 얼음 한 덩이를 사온다. 그새 어머니는 커다란 양푼에 수박을 숟가락으로 푹푹 떠내어 담아 놓고 계신다. 내가 사온 얼음을 얼른 받아 씻은 후, 가느다란 바늘을 얼음에 갖다 대고 칼등으로 툭툭 친다. 그 단단한 얼음이 쉽게 갈라지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얼음이 알맞은 크기가 될 때까지 잘게 가른 다음 눈처럼 하얀 설탕을 뿌린다. 국자로 저으면 드디어 수박화채가 되는 것이다. 초복, 중복, 말복날엔 어김없던 그 메뉴. 삼계탕과 수박 화채.

 

봉산동에서 살았던 6,70년대 그때 그 시절로 다시 한 번 되돌아가 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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