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7일 오후 2시 41분
정원 한쪽에 심어놓은 구절초가 드디어 꽃봉오리를 활짝 벌렸습니다. 향기 그윽한 구절초 꽃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난데없이 여치 한 마리가 날아들었습니다. 청초하게 피어난 구절초를 찍느냐, 녀석의 움직임을 찍느냐 망설이다가 녀석을 찍었습니다. 이 녀석은 모델을 자주 해 본 녀석인가 봅니다. 도무지 사람 겁을 내지 않고 셔트를 누를 적마다 오히려 카메라를 빤히 바라보다니...
간이 큰 녀석인지, 아니면 사마귀처럼 당랑거철(螳螂拒轍)격인지...
* 당랑거철,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가로막다. 무모한 행동을 하다. 만용으로 허세부리다.
'여치와의 만남' 시나리오를 써볼까요?
'하필이면 여치가 실례하는 모습을?'
"똥! 똥! 에그, 더러워."
'뭐라고? 누구 맘대로 나의 실례하는 모습을 막찍어?"
"너였어?"
"정말 너였어?"
당랑거철이 된 여치는 사람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말합니다.
"찍을 걸 찍어야지. 이래뵈도 내 이빨이 얼마나 튼튼한 지 모르지? 꽃잎도, 나뭇잎도 끊을 수 있어."
"그리고 말이지, 난 식물성보다도 동물성 먹이를 더 좋아해."
위협하듯 노려보던 여치는 청초하고 향기로운 구절초 꽃잎 하나를 물어뜯어놓고서 풀숲으로 뛰어들어가 버렸습니다.
옆 구절초 꽃잎에서 여치가 노려보는 줄도 모르고, 바로 옆 구절초 꽃송이에서는 사랑에 빠져버린 노린재 부부
향기가 좋아서 오만 벌레들이 다 구경오나 봅니다. 풀숲 거미도 슬금슬금....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
이른 봄부터, 그 뜨거운 여름 다 견디어 내고,
질서정연하게 한 송이의 꽃봉오리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숭고합니다.
더 알아보기
여치 (곤충) [Gampsocleissedakovi obscura, 씨르래기]
메뚜기목(―目 Orthoptera) 여치과(―科 Tettigoniidae)에 속하는 곤충.
몸은 비대하고 황록색이나 황갈색을 띠며, 날개의 가운뎃방[中室]에 검은 점이 뚜렷하게 줄지어 있다. 머리꼭대기 돌기는 폭이 넓으며 위 끝은 둥글고 아랫면은 좁다. 앞가슴의 앞쪽은 안장 모양이고 뒤쪽은 넓적하며 뒷가두리는 둥글고, 어깨는 모가 나 있다. 제1가로홈[構溝]은 뒤쪽으로 구부러졌고 중앙에서 절단되어 있으며, 제2가로홈은 V자(字)형이고, 제3가로홈은 다소 위쪽으로 구부러졌다. 가운뎃가슴의 배판돌기는 길고 좁으며 수컷의 버금생식판[亞生殖板]은 중앙이 깊이 오므라졌다. 미모(尾毛)는 가늘고 중앙 안쪽에 이빨 모양의 긴 돌기가 있으며 항상판(肛上板)은 중앙이 다소 함입(陷入)했다. 길이는 33㎜쯤 된다. 한국(한반도와 제주도)·중국·아무르·시베리아·류큐[琉球] 등지에 분포한다.
작은곤충을 먹지만, 간혹 청개구리만큼 큰 먹이를 잡아먹기도 한다. 심지어는 먹이가 부족하면 동족도 공격하여 잡아먹으므로 사육시에는 여러마리를 한번에 기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 초식성 곤충인 메뚜기와 비슷하게 생겨 초식성으로 오해해 사육시 풀을 주는 사람도 있는데, 여치는 식물성 먹이를 먹기도 하지만 식물보다는 동물성 먹이를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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