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30일 수요일 흐리고 비 온 후 다시 흐리다.
장마가 물러간 줄 알았더니 아직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날씨이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잔디밭에 난 잡초를 다 제거할 수 없어서 (일당 오만원씩)사람을 부르기로 했다. 아침 7시 40분에 아주머니 두 분이 오셔서 풀을 뽑았다. 아침을 먹고 나도 그 분들 곁에서 화단가에 난 잡초를 제거했다. 東은 어제 하다 만 북서쪽 통로를 정비했다. 이 아주머니들은 전원주택의 풀 뽑기가 직업이다. 어느 것이 잔디인지, 아닌지 호미끝으로 땅을 콕콕 찌르면 순식간에 잡초가 뽑혀져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전원주택에만 다니며 풀 뽑기 한 지 십년이 넘었다고 한다. 무슨 일이건 한 가지를 십년만 하면 전문가가 되는 것이 맞는 말이다.
오전 내내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안오는 것도 아닌 날씨였는데, 아무래도 큰비가 내릴 것 같아 아주머니들은 점심을 드시고 집으로 가셨다. 오후 1시쯤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천둥이 치고 곧 소낙비가 내릴 것 같더니만 5분도 안되어 좍좍 장대비가 내렸다. 아파트 생활은 늘 편안하다 못해 무료하기까지 하지만, 전원생활에서의 가장 큰 행복은 노동 후의 평안함이다. 창밖으로 비 오는 것을 감상하다가 여유로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소낙비는 두 시간 내리더니 그쳤다. 오후 5시, 東은 "성내에 갔다 올게." 하면서 나가고 나는 다시 일복을 입고 마당에 나갔다. 오전에 하다만 수돗가 주변을 청소하고, 화분갈이를 하다보니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 떨어졌다. 얼굴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보며 생각했다. 사우나 가서 일부러 땀도 흘리는데, 일하며 흘리는 이 땀이 진짜 소중한 땀방울 아니냐?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일했다. 전원생활의 낭만을 즐기려면? 현관문을 열고 마당에 나가는 순간부터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일거리란 내 눈으로 꽃을 감상하고 수목을 감상하다보면 자연적 잡초들이 눈에 들어 온다. 그러면 손은 저절로 잡초들을 제거하게 된다. 이런 소소한 것들을 즐기며 하는 것. 식물을 가꿔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낭만이 아니겠는가?
東이 농협마켓에서 육류, 생선류, 아이스크림, 비스켓 등을 사왔다. 평소 과자류를 먹지 않았는데, 여기 와서 생활하다보니 군것질거리도 생각날 때가 있다. 생필품등을 가까운 거리에서 살 수 있는 곳, 도시와 거리가 가까운 곳, 병원이 가까운 곳, 전원생활 장소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이다.
나와 같은 생각으로 전원생활에 뛰어들 친구들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통영에 근무하는 숙이, 부산에 사는 주, 대구 안, 너희들이 이 동네로 이사 올 날을 기다리며...
잡초 제거 전- 아주머니들은 마당 왼편 담장에서부터 일을 시작했다.
잡초 제거 후 - 융단이 깔린 듯한 18호집 잔디밭처럼 될려면 아직 멀었다. 옆집 개가 우리 집 담장을 자꾸 넘어와서 보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얼기 설기 가로대를 만들었다. 수세미가 덩굴을 감아 가면 덜 보기 싫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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