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9일 화요일 맑음 구름 조금
간밤에 쓰르라미 소리를 들었다. "쓰르 쓰르" 쓰르라미 소리를 들으니, '아참, 내가 있는 이곳은 시골이지.' 실감이 났다. 들판에 모내기가 끝나자마자 그렇게 줄기차게 울어대던 먹개구리들이 피서 갔나? 개구리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세상이 조용할 줄 알았다. 세상이 조용하니 집 앞에 흐르는 개울물 소리도 제법 크게 들렸다. 책 읽다가 새벽 두 시에 잠이 들었는데, 아침 햇살이 눈부셔서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계를 보니 아침 6시 20분이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東이 모기방지 옷을 입고 텃밭에서 일하고 있었다. 낫으로 칡덩굴을 걷어내는 모양이다.
아침을 먹고 마당에 나갔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 얼른 집안으로 들어왔다. 대구는 연 삼일 째 34,5도가 넘는다고 아우성인데, 여기는 별세상인 것 같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냉기 덕인가? 대낮에도 집안 온도가 26도밖에 되지 않아 너무 시원하다. 습도도 어제보다 많이 내려가 86%를 가리켰다. 이불을 햇볕에 내다 널고, 거실에서 책을 읽었다. 빈둥빈둥 하다 보니 오후 5시가 훌쩍 넘었다.
東과 모기 방지 옷을 나란히 입고 거울을 보니 우주인 같아 서로 웃었다. 북서쪽 통로를 정비하기로 했다. 이 집을 지을 때 깔아놓았던 흰자갈돌이 땅속에 파묻히거나 잡초, 이끼로 뒤덮혀 있어서 늘 지저분하게 느껴지던 곳이다. 호미로 땅을 파고 돌을 골라내어 소쿠리에 담아 흙을 턴 다음 자갈을 한 곳에 모았다. 모기들이 어디 틈이 없나 싶어 얼굴 앞에 와글와글 달려든다. 모기에게 물릴 걱정이 없으니 일하는 데 정신을 더 쏟을 수밖에…….
두 시간 정도 일해도 결국 절반 밖에 하지 못했다. 땀에 흠뻑 젖었지만 통로가 절반이 깨끗해진 만큼 마음도 절반만 개운해진 것 같다. 주택과 여자는 가꾸기 나름이라더니, 해도 해도 끝없는 정원 가꾸기를 게을리하면 어느틈에 잡초들이 쑥쑥 자란다.
지금 현재 온도 25도, 습도 81%, 습도가 자꾸 낮아지는 것을 보니 장마가 물러간 모양이다.
상사화. 채집 장소 : 2006년 가을, 영주 소백산으로 심 찾으러 갔을 때다. 깊디깊은 산속 계곡 옆, 돌무더기 사이에 새잎이 난 상사화가 무더기로 자라고 있었다. 보통 상사화는 절에 많이 심는다고 한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절터는커녕 화전민이 살았던 터도 아닌 곳에 자라는 것이 신기하여 네 포기 채집하였다. 두 포기는 지인에게 주고 두 포기는 화분에 심었다. 지난 해, 여름이 다 가도록 꽃대가 올라오지 않았다. 올 봄 여기에 다시 옮겨 심었는데, 오늘 보니 꽃이 만개하고 있는 중이다. 내년에 좋은 자리로 이사시켜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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