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6일 토요일 비
어젯밤 11시 45분부터 다시 내린 비는 아침을 먹고 나자 잠시 그치더니 다시 줄기차게 내렸다. 늦은 오후 비가 잠시 소강상태일 때 마당에 나가서 정원에 핀 꽃을 디카에 담았다.
네펜데스의 잎끝이 말랐는가 싶어 자세히 보니 그것이 바로 통발이 형성되는 첫걸음인 것이다. 녀석의 끝을 잘라서 삽목을 하면 잘 자란다는데, 좀더 자라면 실행해 보아야겠다.
네펜데스 우리 말로는 벌레잡이 통발 이라는 식충식물이다. 꽃 모양도 특이하지만 향기 또한 대단한 녀석이다. 어젯밤 계단에 매달아 놓았더니 일, 이층 집안 전부가 이 녀석의 은은한 향기로 가득찼다. 벌레잡이 통을 들여다보니 모기, 하루살이들이 한 두 마리씩 들어가 있었다. 사람에게까지 향기가 나는데 그 작은 곤충들은 향기에 취했을 것이다. 식물이 단백질을 직접 섭취하면서 생존할 수 있다니, 모양새 만큼이나 살아가는 방법도 대단한 녀석이다.
어마어마하게 벌리고 있는 입모양이라니...
통발을 만지면 텅 소리가 날 정도로 두텁고 튼튼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빗물이 들어가지 못하게 우산까지 만든 녀석의 정교한 자람이라니...
아프리카 물봉선?
작살나무꽃이 차례로 꽃을 피우고 있는 중, 꽃이 진 자리는 벌써 초록빛 열매를 조롱조롱 매달고 있네?
연분홍색이 어여쁜 꼬리 조팝나무꽃이 한창 피어나는 중
빗물방울과 꽃잎과 무슨 교감을 나눌까?
사람이 저렇게 정교하게 꽃을 그리려면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할까?
영롱한 보석 반지와 이어링으로 성장을 하고 외출 준비를 하는 듯한 꼬리 조팝나무의 화사함이라니...
그저께 화원에서 네펜데스와 함께 구입한 트리초스.
무슨 꽃이건 다 그렇지만 이 식물 또한 햇빛을 좋아한다. 햇살이 비치는 밝은 곳에 둘수록 꽃 색이 더 선명해진다.
꽃봉오리가 벌어지면 그 속에서 또 꽃이 피어난다. 길게 자라난 꽃술이 사루비아 닮았다.
하늘과 대화하고 싶은가? 꽃술이 하늘을 향해 무슨 아우성을 하나?
넝쿨 식물이어서 집안에서는 계단 난간에 걸어 놓으면 운치가 난다.
네펜데스와 트리초스에게 비 맞게 하려고 소나무 가지에 걸어 놓아보았다.
남미 원산의 붓꽃 네오마리카 글라실리스 워킹 아이리스
위의 식물은 큰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때 담임 류소자 선생님에게 받은 선물이다. 여름방학 하는 날 조그마한 화분에 한 촉을 심어 보내셨는데, 그 이듬해 봄 어느 날 아침,드디어 꽃이 피었다. 꽃 색깔은 흰 꽃잎 석 장에 속잎은 연보랏빛이었다. 꽃이 지고 나면 특이하게 잎 속에서 새싹을 배태하는 것이다. 보통 꽃은 뿌리에서 새순이 돋는데 말이다. 이름을 몰라서 배태난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십 오년만에 이름을 알아내었다. 워킹 아이리스라고도 불리는 네오마리카 글라실리스,
나팔꽃처럼 꽃의 수명이 겨우 반나절이다. 아침에 피었다가 점심 때쯤이면 벌써 꽃이 진다. 십 오년을 화분에 심어서 키우다가 올해 처음으로 화단에 심어본 것이다. 겨울에 월동이 될 지 안 될지 한 촉은 실내에서 한 촉은 마당에서 살게 해 볼까 한다. 해마다 새촉이 돋으면 식물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많이도 분양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꽃이 언제 피어서 지는 가도 잘 모를 뿐더러 꽃이 예쁘지 않다고 이 년도 채 못키웠다는 것이다. 이젠 내편에서 먼저 나누어 줄 것이 아니라 나에게 달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만 나누어 주어야겠다.
<봄에 꽃이 피었을 때의 네오마리카 글라실리스>
지난 해 충북 영동 어느 논둑길에 지천으로 나있던 범부채를 발견하고 두 촉 채집하여 키운 것. 아직 꽃 필 때가 이른가? 질서정연하게 옆으로 벌어지며 자라는 잎모양이 아름답다.
봄이 되면 꽃잎이 생겨날 때 붓모양과 꼭 닮은 아름다운 보라색 꽃이 피는 붓꽃이 요즘처럼 우기가 좋은가? 자랄 것 같지 않더니 이번 비에 세를 많이 불려 놓았다.
�봉오리를 키워가는 꽃범의꼬리
탐스럽게 익은 자두, 거름도 주지 않았는데 주먹만큼 커게 자랐다.
겉모양보다 속이 새빨갛게 익은 것이 기특하다.
비바람에 잔디밭에 많이도 떨어져 있었다.
사진을 찍다가 까치밥 몇 개만 남겨 두고 다 따버렸다. 앞집, 뒷집, 옆집, 관리실에 나누어 주었다.
떨어진 자두를 열심히 먹고 있는 넓적 사슴 벌레를 잡아서 모델 시키고 찰칵! 먹던 자두에 다시 놓아 주었다.
마당에서 열심히 꽃과 친구하는 나에게 질투를 느꼈나? 東이 자두를 바스켓에 담아 현관으로 들어가며 한 마디 한다.
"꽃 그렇게 키워 뭐하는데?"
"글쎄, 그러네, 자두는 먹기라도 하지. 키워서 뭘할까?"
비밀이지만 東은 향기도 못맡는 香치이다. 대신 방귀 냄새는 귀신 같이 알아 맞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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