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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녹색 장원

전원생활 적응하기

by Asparagus 2008.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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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13일 일요일 새벽 비 온 후 흐림

어젯밤 책을 읽다 새벽 한 시쯤 잠들었는데, 새벽 4시경부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에 잠이 깼다. 모기도 어디에서 들어왔는지 온몸을 괴롭혀서 신경질이 막났다. 처마에 비 떨어지는 소리와 모기 땜에 선잠을 잤다. 눈을 뜨니 7시가 훌쩍 지나 있었다. 아래층에 내려가자마자 東에게 짜증을 내었다.

 

"내가 그렇게 이야기 하는 데도 왜 나무를 전지하면 한 곳에 모아 두는데요? 지난 주 전지한 나무를 뒤뜰 담장에 일부러 갖다 놓았어요? 나뭇잎이 썩어서 모기 서식처가 되어 있잖아요? 나무를 잘랐으면 귀찮아도 좀 갖다 버리지. 꼭 두 벌 일을 하게 만들어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인사도 없이 잔소리를 하느냐고 東도 화를 내었다.

"어젯밤에  식당방 방충망 건드렸나?  건드렸으면 잘 닫지. 간밤에 방충망 사이로 모기가 수도 없이 들어 왔다. 나도 모기 땜에 제대로 잠 못잤구마는……. 내가 일부러 거기 모아 놓았다. 나뭇잎이 말라 떨어지면 거름되고, 나뭇가지만 갖다 버리려고……. 거기 아니라도 뒷산에 모기가 버글버글한다."

 

 전원주택을 보러 다녔을 때 의외로 주말이면 남자 혼자 생활하는 집이 더러 더러 있었다. 이유는 아내가 시골 생활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전원생활을 한다고 했다. 여름이면 뜨거운 땡볕과 모기에 물리기 싫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때는 귓전으로 흘려들었는데, 간밤 일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도 하기 전에 언쟁을 하면 서로 기분만 상할 것 같아 슬그머니 화 꼬리를 내렸다.

 

아파트의 편리함을 마다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원생활을 하고자 했던 목적을 생각해보면 모기쯤이야 이겨내어야지. 서둘러 아침상을 차렸다. 농사지은 호박과 감자, 풋고추를 썰어 넣은 된장과 팥잎과 호박잎을 쪄서 쌈을 해 먹으니 별식이 따로 없다.

 

오후에 인터넷 검색으로 수박, 참외, 콩 키우기를 알아내었다. 텃밭에 가서 순 자르기를 했다. 대부분의 식물은 생장점을 잘라주면 곁가지가 생기고 더 튼튼해진다. 양지에서 꿈같은 2박 3일을 보내고 대구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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