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9일 화요일 맑음
어제 비 온 덕분, 오랜만에 하늘이 맑아서 기분 또한 상쾌했다. 햇살을 받아 해당화 열매가 서서히 물들고 있다. 셔터를 누르다보니 유리창에 내얼굴도 찍혔다. 모기에 깨물릴까봐 수건으로 두리두리 감고 모자를 쓴 모습, 내가 봐도 우습다.
붉게 물들어가는 해당화 열매들
아침을 먹고 한택 식물원에 가기로 했다. 갑자기 계획한 것이어서 부랴부랴 설겆이를 하고 집을 나섰다. 東은 벌써 시동을 걸어놓고 기다리고, 현관문을 닫고 나서니 마당에 있던 똘이가 한 컷 찍어 주었다.
한택식물원 가는 길은 한산했다.
도로 이름이 한택로였다.
드디어 식물원 입구 제1주차장에 도착했다. 우리 집에서 30분 걸렸으니, 가끔씩 방문할 수 있는 거리이다. 이곳은 우리 모두가 보호하고 가꾸어야 할 귀중한 자원이며, 앞으로 자라날 어린아이들에게 물려줘야할 생명문화유산 장소라고 한다. 한택식물원은 공원이나 유원지가 아니다. 자연생태계의 가장 기본이며 식물없이는 동물도 살아갈 수 없다. 한택식물원은 친환경적인 재배관리로 반딧불이 등 다양한 생태계가 유지되는 청정식물원이라고 한다. 실제로 식물원을 둘러보는 동안 가끔씩 동물 분뇨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를 때도 있다. 그러나 서른 다섯 개나 되는 식물 코너를 천천히 걸으며 감상하노라면 지독한 그 냄새도 코에 순응되는 것인가?
이택주 한택식물원 원장이 1979년 설립이래 다양한 식물종의 확보, 보호, 그리고 대량번식 등을 위해 노력한 결과 자생식물 2,400여종과 외래 식물 6,600여종 등 총 9,000여종. 900만여 본의 식물을 보유한 국내 최대의 종합식물원이라는 한택식물원을 처음 만난 소감은 감탄 그 자체였다. 한 시람의 집념과 노력이 식물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뿐만아니라, 주요 식물자원의 보전, 증식을 하고, 다양한 교육 및 체험활동 장소로도 이용될 수 있으니, 이택주 원장님을 만나뵙지는 못했지만, 마음속 깊이 존경을 표하며 식물원을 고마운 마음으로 둘러보았다.
비록 여름꽃 밖에 볼 수 없었지만 시든 꽃들도 어여쁘게 보였을 정도였다. 천천히 둘러보는데 약 5시간이 소모되었다. 한 두 시간 정도 둘러보면 되겠거니,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다가, 식물에게 정신을 다빼앗기다보니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지도 몰랐다. 전체 규모 20만평이나 되는 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내내 이택주 원장님의 그 식물 사랑에 대해 놀라고 또 놀라며, 東과 똘이와 함께 감상한 모습을 블로그에 심으며 한택식물원의 여름을 추억한다.
한택식물원원추리원에서
자연생태원에서
東보다 앞 서 올라가다가 불러서 뒤돌아보니
"어~ 사진을 찍으려고? 그럼 폼 잡거든 찍어 주세요."
평일날 가니 맥문동 오솔길도 온통 내차지
鉉 - "자, 이제 찍어주세요. 드럼통 허리는 우산으로 커브해야지."
東 - "가린다고 드럼통이 어디가나? 생긴 대로 찍어야지."
鉉 - "그러면 나무 뒤에 서 있으면 되겠네?"
鉉 - "나무 뒤에서 배 숨기기 성공!"
"엄마는 어렸을 때 옥수수를 먹고나서 옥수수 자루로 인형을 만들어서 가지고 놀았단다."
"눈, 코, 입을 만들면서 먹으렴."
"네가 옥수수 인형을 만들면 누구에게 선물할까?"
東 - "아참, 심심하네, 마눌은 아들과만 놀고... 나는 내 그림자와 놀아야겠다."
똘이 - "야호, 옥수수 인형 성공!"
鉉 - "처음치고 잘 만들었구나. 내년에는 알이 검은 옥수수를 심어야겠다. 눈, 코, 입이 제대로 보이게 만들려면..."
똘이 - "어여쁜 꽃에게 선물할까요?" 鉉 - "꽃이 무거워할 것 같아. 공원에 놀러온 아이에게 주면 어떻겠니?"
"캥거루에게 선물할까요?"
"캥거루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똘이 - " 아, 찾았다. 어머니,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어린왕자에게 주세요."
" 어린왕자에게? 고마워!"
우선 어린왕자와 어깨동무부터 해서 친해진 다음
"어린왕자야, 너에게 옥수수로 만든 인형을 선물할게. 머리 땋은 소녀야!"
어린왕자와 똘이와 다정하게 한 컷
옥수수 인형 팬던트를 목에 건 어린왕자와 동화속으로 들어간 母子
어린왕자 - "똘이 어머니, 고맙습니다. 이제 저에게도 여자 친구가 생겼네요. 이런 선물 처음 받아보았어요."
"고마워, 스무살 때 생땍쥐베리가 쓴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에서 널 만났지. 바오밥나무를 지금껏 잘 키우고 있네?"
"네 뒤에 있는 바오밥나무를 한번 안아주고 싶어. 네 뒤로 들어갈게."
"바오밥나무야. 안녕! 널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 네 가슴이 너무 넓어서 다 안지를 못하겠네."
호주온실 앞 캥거루 사진
"어린왕자로 변신해볼까?"
"엄마, 제가 더 어울리지요?" "당근."
"그럼, 이제부터 백설공주 나라로 들어가볼까? 일곱 난장이와 바지 입은 백설공주"
스카프를 벗어 마귀할멈의 머리에 씌워주고 - 악역이 있어야 주연이 빛나므로
마귀할멈 - "킬킬킬~ 자기들이 백마타고 온 왕자와 백설공주래! 아무튼 고마워, 마귀할멈에게 스카프 선물해 준 사람은 이 세상에서 처음이야."
鉉 - "마귀할멈! 나도 울 신랑이 백마타고 온 왕자인줄 알았더니만..., 깜빡 속아 결혼한거야. 알간?"
東 - "후후후, 결혼은 그런 거야. 동화속에서나 왕자가 있지. 그땐 네 눈에 콩꺼풀이 씌었잖아. 네가 왕자라고 했지, 내가 왕자라고 했나?"
똘이 - "히히, 엄마 아빠 웃긴다. 한택식물원 우리가 전세 냈나? 셔터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셀프로 찰칵"
"똘아, 너도 언젠가 결혼할 건데, 왕자 노릇 잘 해주렴."
동화 속 주인공들을 추억하며
각양각색으로 저마다의 독특한 모습과
향기를 간직하며 그 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한택식물원.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즐거움과 행복을 줄 것인가?
이택주원장님, 고맙습니다.
*한택식물원 주소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옥산리 산 153-1
전화 : 031-333-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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