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2일 금요일 종일 비
어제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였는데, 하룻밤 사이 기상이 그렇게 변하다니……. 새벽 6시에 눈을 뜨니 비 오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날씨가 이렇게 오락가락하는지, 아니면 경기도는 이렇게 비가 자주 오는 지역인가? 자연이 들려주는 전원 교향곡을 들으며 창밖으로 비 오는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테라스로 떨어지는 소리, 데크에 떨어지는 소리, 벽면에 부딪히는 소리, 앞집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 빗물받이에서 떨어지는 소리 등이 서로 어울려 화음을 이룬다.
낮에 어제 꺾어 놓았던 옥수수를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이웃에 통발을 돌렸다. 출근하거나 볼일이 있어 연락이 안 된 집이 더 많았다. 5분도 되지 않아 우산을 쓰고 6호, 11호, 12호, 14호, 17호 아주머니들이 오셨다. 거실에 둘러앉아 금방 쪄낸 옥수수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난생 처음 지은 옥수수라서 크기가 일반 옥수수의 1/3도 안 되는 미니 옥수수, 게다가 덜 익은 것을 꺾어서 알이 덜 찬 것이지만 찰옥수수라서 맛이 좋다고 하니 다행이다. 내년에는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로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저녁 무렵 비옷을 입고 텃밭에 나가 보았다. 박 넝쿨을 둘러보니 온통 하얀 달덩이 같은 박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아기 주먹만 한 것부터 어른 머리 크기보다 더 큰 박들까지 개수를 헤아릴 수도 없다. 밭을 기며 자라는 박이니까 달린 박들도 땅바닥에 편안하게 앉아서 크니 더 편해서 그런가? 우선 먹을 수 있는 크기의 박을 네 개 땄다. 동화속의 흥부가 박을 타며 흥얼흥얼 노래 부르듯이, 박을 따며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왼쪽 옆집과 오른쪽 옆집에 나누어 주니 박 요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경기도 쪽 사람들은 박나물 요리를 먹어보지 않았나? 경상도에서는 추석 때 박나물로 차례 상을 차리기까지 하는 귀한 고급 요리인데…….
저녁에는 박나물로 요리를 해보았다. 채를 썰어서 참기름으로 볶은 다음 다진 마늘과 깨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맞추었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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