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김치
지난 삼 년 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친정을 방문하고 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배추김치, 열무김치, 콩잎김치, 깻잎김치 등을 담아놓았다가 주신다. 올해 들어서는 전원주택에 신경쓰느라 두 주일에 한번씩밖에 가지 못해 친정어머니는 많이 허전해 하신다.
지난 여름방학 시작할 무렵 우연히 한울 김치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김치모니터링 요원을 선발한다고 해서 신청했다. 선발되었다. 방학이 끝나가는 오늘 드디어 한울 김치에서 열무김치를 보내주었다.
보름마다 종류가 다른 김치 5Kg씩 보내준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이제 김치 담아 놓지 마세요. 제가 어머니께 김치 갖다 드릴 게요."
"바쁜 네가 언제 김치를 담아서 갖다 준다고?"
놀라시는 어머니에게 이 열무김치를 갖다 드리며 직접 이야기해 드려야겠다.
스치로폼 박스를 여니, 비닐팩 포장과 아이스 팩으로 꼼꼼히 잘도 포창해 놓았다.
락앤락 통에 비닐팩을 가위로 잘라 열무김치를 담았다.
친정어머니가 가끔씩 담아주던 색깔이다.
알맞게 자란 열무로 담아서 열무의 크기가 고르다. 넓은 쟁반에 담아보았다.
점심때 혼자 밥상을 간단히 차렸다. 열무김치와 호박잎국, 된장 딱 세 가지로 차린 소찬을 앞에 두고
흰밥 한 숟가락에 열무김치 듬뿍 올리고 한 입 먹었다. 열무가 연하고 크기가 적당해서 먹기가 좋았다.
'와우, 밥이 절로 꿀꺽 넘어가네. 간이 조금 싱거우니 다행이다. 열무김치는 좀 싱거워야 양푼이에 밥을 넣고 열무 김치와 김칫국물을 넣고, 각종 나물과 강된장,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 먹을 수 있어.' - 내가 반찬을 하면 늘 싱겁다고 트집 잡는 東에게
시각(눈으로 즐김) 99% (참깨 볶아 놓은 것이 없어서 열무김치 위에 뿌리지 못해). 미각 95%(남편은 필경 맛이 싱겁다고 할 걸 미리 예상해서 물론 내 기준으로는 100% 간이 맞음)
열무김치는 열무 씨앗을 밭에 뿌려 보름에서 스무날 정도 쯤 되었을 때 뽑아서 담은 것이 가장 맛있다.
오늘 저녁은 열무김치 국수를 만들어 주어야겠다.
열무 김치 국수 요리는 어떻게? 아주 간단
1. 가는 국수를 삶는다. (호박을 따로 요리 하려면 귀찮으니까 미리 호박을 채썰어 놓았다가, 국수가 끓을 때 넣으면 됨)
2. 다 삶긴 국수를 찬물에 몇 번 헹군다.
3. 넓은 그릇에 담고 국수를 넣은 다음 김칫국물을 조금 넣고 위에 열무김치를 얹어서 내면 끝.
(국물이 많은 국수를 먹고 싶다면 멸치, 다시마, 무, 파로 미리 다싯물을 만들어 놓으면 됨)
드디어 東이 퇴근을 했다.
열무국수 요리하기
* 다싯물 만들기 - 냄비에 물 2L를 올려 놓고 각종 재료를 넣은 후 물이 끓기시작하면 약한 불로 낮추어 은근히 한 시간 끓인다.
<냄비에 들어갈 재료>
1. 무 - 큼직하게 썰어서 넣기
2. 멸치 - 스무 마리 정도 내장 떼고 넣기.
3. 황태 - 반 마리 정도 찢어서 넣기
4. 다시마 - 소금기 제거 위해 흐르는 수돗물에 얼른 씻어서 가위로 3mm 정도로 가늘게 잘라서 넣기
5. 푸른 청양고추 4개, 붉은 청양 고추 1개 썰어서 넣기(얼큰한 맛이 우려나게)
(양파 반 개, 마른 표고버섯 두 개 정도 넣으면 더 맛있음)
드디어 완성
먹기 전 열무국수
열무김칫국물로 간을 맞춘 다음
둘이 먹다가 한 명 죽어도 모르겠어요
눈 깜짝할 사이 그릇을 비우던 東이 열무김치를 따로 먹어보더니
"국수 맛있어. 그런데 열무김치는 좀 싱거워!"
"원래 열무김치는 좀 싱거워야 다른 반찬과 어울리는 거여요. 맛 들어라고 한통 덜어서 따뜻한 곳에 두었더니, 알맞게 익어서 더 맛있지요?"
내 예상이 맞았네. 東은 무슨 음식을 해 놓아도 맛있다 소리에는 인색하여 날 언제나 속상하게 하는 사람이다. 東이 싱겁다는 것은 아무리 맛이 좋아도 자기 입맛에 맞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면 나는 언제나 이렇게 말하지.
"요즘 누가 짜게 먹어요? 반찬이 싱거워야 많이 먹을 수 있잖아요."
내일 저녁은 열무비빔밥을 만들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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