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1일 일요일 맑음
아침에 일어나 마당을 왔다 갔다 하며 정원의 수목들을 보았다. 가을이 오는 소리는 듣지 못하지만 정원의 나무들은 벌써 가을을 느끼고 있나보다. 계수나무와 명자나무 잎이 벌써 황금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어김없는 계절의 시계 앞에서 인생의 허무함을 느낀다.
인생무상. 주어진 하루하루를 소중히 생각하고 감사하며 지내자.
살금 살금 단풍 들기 시작하는 명자나무
봄에 진주홍으로 피어나던 명자나무, 단풍 들어가는 잎도 어여쁘다.
초록색이던 산수유 열매도 노랗게, 가을이 깊어지면 붉게 물들면 보석 같은 모습으로 변해갈 것이니...
노랗게 물들어가는 계수나무 잎새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계수나무의 잎을 손으로 비벼서 향기를 맡아보자.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매혹적인 향기.
뒷마당에 가보니 뒷동산에서 떨어진 벌어진 밤송이들이 가득 있었다. 집게로 집어 바스켓에 담았다. 무려 일곱 바스켓이나... 東이 가죽 장갑을 끼고 꽁치펜치와 저지 가위를 이용해서 밤송이 해체 작업을 하였다. 몇 되는 되는 것 같다. 토종밤이어서 크기가 시중에 파는 밤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작았지만, 의외로 삶아 먹어보니 맛이 좋았다.
아침 먹고 빨래를 널었다. 어제 비 온 덕분에 태양이 싱그럽고 바람은 상쾌하다. 여름에 그렇게 작열하듯 내리쬐는 태양빛이 겁이 나서 마당에 5분도 있기 거북했는데, 이제부터는 태양과 친해질 수 있는 계절, 가을! 사람뿐만 아니라 햇살을 받는 빨래가 무척 정겹다. 전원주택에서 누릴 수 있는 햇살과 빨래, 뗄레야 뗄 수 없는 풍경이다.
東은 뭘 생각하고 있을까? 소나무 가지를 줄로 묶어 느릅나무에 매어 수형을 잡아 준다고 법석이더니, 그걸 보고 있나보다.
햇살이 더 잘 비치는 곳으로 빨래걸이를 옮기고 나서 빨래 널은 것 찍는다고 좀 비켜달라고 하니
"빨래가 모델이 되면 쓰나? 내가 모델 되어 줄게!" 하며 브이 자를 만들어서 사진 찍는 것 방해하더니만
빗자루로 계단을 쓴다고...
'어? 갑자기 사라졌나?' 생각하는데
다시 나타났네? 東이 쓸고 있는 빗자루는 약용주 담으려고 선물 받은 '야관문'의 줄기를 잘라서 만든 것 ㅠㅠ
여름 내내 꽃 피우고도 아직도 꽃대를 줄기차게 만들고 있는 이태리 물봉선화, 초록색 식물들 가운데 군계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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