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6일 금요일 맑음
오후 2시에 양지로 출발했다. 어제 치룬 학교 행사 여파로 너무 피곤하여 차를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충주 휴게소에 도착해서야 겨우 눈이 떨어졌다. 충주 휴게소 옆에는 충주시에서 농산물을 판매하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청국장과 복숭아 한 상자를 샀다. 복숭아가 두 손을 둥글게 한 것보다 더 큰 크기이다. 어떻게 이렇게 큰 농작물을 키울까? 한 개를 씻어서 차를 타고 오는 도중 먹었다. 단단하고 맛도 좋았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들판의 벼들이 벌써 누렇게 다 익은 것을 보니 지난 봄, 여름이 벌써 저만큼 흘러가버렸음을 실감했다. 집 입구에서 관리인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니, 붉은 꽃이 핀 샐비어 화분하나를 주었다. 연세가 일흔 아홉 살이라는데, 너무나 정정하여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하긴 요즘은 젊은 시절부터 건강관리를 잘 해 온 사람이라면 나이를 가늠 할 수 없는 시대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뒷마당에 가보니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알밤 송이와 함께 알밤이 수북이 떨어져 있었다. 집게로 집어 자루에 주워 담고 화단과 텃밭을 살펴보다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가스레인지에 국수 삶을 물을 올려놓고, 텃밭에서 딴 호박을 채 썰어 볶고, 멸치를 다듬어 다시 물을 만들고, 국수를 삶았다. 급히 서둘러 차린 국수를 먹으며 東과 나눈 대화.
“고추가 맵네.”
“호박에 설탕 넣었나? 호박이 왜 이렇게 달지?”
단 두 마디하고서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국수를 후루룩 먹었다. 나는 아직 두 젓가락도 못 먹었는데 말이다.
“아이참, 맛있다고 좀 말하면 안 돼? 내 나름대로 성의껏 국수를 말아 주었구마는…….”
그제야 선심 쓰듯 한 마디 한다.
“국수 국물이 맛있네.”
부부지간의 대화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왜? 몇 십년 살다보면 굳이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고 눈짓, 몸짓, 표정만으로도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낼 수 있으려니…….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남편들은 모르는가? 아니 東, 이 사람만 모르는가? 말 한 마디에 식탁 메뉴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 > 녹색 장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변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은혜 (0) | 2008.10.07 |
---|---|
우리 집 보물 창고, 텃밭 (0) | 2008.10.07 |
세번째 새벽 출근 (0) | 2008.09.24 |
햇살과 빨래 (0) | 2008.09.22 |
집으로 가는 길 (0) | 2008.09.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