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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요리 탐사 culinary exploration/담금 약주

비밀 장소 지붕 위 - 바위솔(와송주) 담그기

by Asparagus 2009.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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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의 비밀 코너 - 지붕 위에서 만나는 바위솔(와송)

 

지금 근무하는 곳은 역사가 백년이 넘었습니다. 지난 해 3월 근무지를 새로 옮기고, 이층 교실을 배정 받았습니다. 이층 계단을 오르내리면 창밖으로 튀어 나와 있는, 즉 일층 현관 지붕을 안보고 지나갈 수 없습니다. 일층에서는 현관 위 천정이지만, 이층에서 보면 그 천정이 내려다보입니다. 그곳으로 들어갈 문만 있으면 멋진 테라스로 꾸밀 수도 있었을 텐데……. 바로 그 위에는 아이들이 던져 놓은 각종 쓰레기들이 몇 년째 쌓여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청소를 하려고 해도 들어갈 문이 있어야지요. 지금껏 수많은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는데 왜 나만 그런 것을 못본척 할 수 없는지……. 한 달 정도 계단을 오르내리며 지저분한 그 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습니다마는, 신경이 쓰여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하루는 의자와 책상을 창가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창문을 타넘었습니다. 곰팡이가 핀 각종 오물들을 쓰레기봉투에 쓸어 담았습니다.

 

그런데, 어쩜! 귀찮은 일을 하다보면 좋은 일이 반드시 생기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니겠어요?

그 곳 벽면 귀퉁이를 따라 오랜 세월동안 먼지가 쌓이고 쌓여 생긴 조그마한 흙무덤 위에 애처롭게 살아가고 있는 바위솔 군락을 만났습니다. 복도 창에서 보면 결코 보이지 않지요.

 

나만의 비밀 야생화 코너가 생긴 것입니다. 다만 하나, 바위솔을 만나려면 품위는 벗어 놓고, 창틀을 타넘어야 한답니다. 학교 뒷문 문방구와는 직통으로 보이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한 번씩 창문틀을 넘을 적마다 혹 동네사람들이 흉 볼까봐 가슴이 통통거리기도 하지마는 쓰레기를 치우면서 바위솔을 만나는 재미. 식물에 미친 사람만이 느끼는 설레는 그 마음.

 

바위솔은 봄, 여름 동안 언제 자라나는 지도 모르게 자라다가 가을이 되려고 하면 꽃대를 갑자기 쑥 올리고는 별처럼 조그마한 꽃들을 총총 피워 올립니다. 다 피워 올리고 나면 홀연히 한꺼번에 시들고는 전체가 죽어버립니다.

 

그러나 걱정할 것 없어요. 눈에도 뜨이지 않는 수많은 씨앗을 산지사방에 펼쳐 놓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듬해도, 그 이듬해도 끊임없이 자란답니다. 지난 가을에 씨가 떨어져 새로 자란 쪼그마한 바위솔들. 추운 겨울에도 월동을 잘하고 있는 녀석들이 파릇파릇하게 새 옷을 입는 모습을 보여줄 새 봄이 정말 기다려집니다.


와송주 - 담은 날 2008년 10월 20일

 

와송 전초(뿌리를 제외한 전체)

 채취 장소 : 우연히 만난 깊고 깊은 모모 산속

 

 

 바위솔에 대해 알아보기

 바위솔(와송 瓦松)

  바위솔(와송) : 와송(瓦松)이라고 부르는 것은 한옥의 오래된 기와 지붕, 기와 위에서 자라는 모양이 소나무 잎이나 소나무 꽃을 닮았기 때문이다. 여름철 이후 가을까지 꽃 필 무렵에 전초를 채취하여 말려서 약으로 쓴다. 약효는 동의보감에 잘 나타나있음.

 

 와송주 담그기

 재료 : 와송 200g,소주 1.8L

 담는 방법 : 꽃이 필 무렵 와송 전초를 잘라 물기를 제거한 후 용기에 소주를 부어 밀봉하여 6개월 이상 숙성 후 건더기를 걸러 낸 후 냉암소에 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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