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28 토 맑음
하루해가 왜 이렇게 짧기만 한 지...
양지에 오면 이것저것 할 일이 너무 많아, 하루해가 어떻게 흐르는 지도 모르겠다. 끊임없는 일거리. 하지 않아도 아무도 흉 볼 사람 없는데, 자청해서 일거리를 만드는 성격이어서 때론 고달프기까지 하다. 하지만 몸은 고달프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충만감이 생기니, 오나가나 일거리를 안고 산다.
아침 먹고, 그 자리에서 백초 효소에 들어갈 재료를 손질하고 항아리에 담다보니, 오전 시간이 금새 지나갔다.
책 잠시 보고, 컴퓨터 한 시간 하고, 점심을 먹고나니 오후 2시.
현관 앞 화단에 꽃 모종을 심고. 뒷뜰에 나가 낙엽을 치우다가 머위꽃이랑 현호색꽃을 만났다. 겨울 내 낙엽 속에서도 새싹이 돋고, 꽃까지 피웠다니, 그 생명력이 놀랍다.
낙엽을 걷어내다보니 뒷마당 여기저기에 씀바귀랑 냉이가 많이 자라고 있었다. 호미를 가져와서 뽑았다. 수돗가에 담구어 놓고, 집안으로 들어와서 바깥으로 나갈 화분을 들어내고 물을 주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 동생은 실험실에서 실험한다고 못간대요. 저만 갈게요."
"그래, 알았어. 쑥 뜯어서 쑥국 끓여 놓을 게."
바구니와 가위를 들고 뒷동산으로 올라갔다. 일주일 새 쑥이 많이 자라있었다. 삼십분 정도 뜯으니 한끼 먹을 분량이 되었다. 고마워라. 자연은 이렇게 우리에게 끊임없이 베푼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적시에 잘 선택하면 먹거리를 지천으로 구할 수 있다니... 지난 해 봄에는 뒷동산과 집 주변 논두렁에 쑥이 지천으로 나 있었어도 한번도 국 끓여 먹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쑥국 끓이기에 알맞게 자란 쑥밭(?)
낙엽속에서 잘 자라난 쑥
우리집 뒷담 뒤 동산
우리 집 뒷담, 필락말락하는 개나리 울타리
16호집 아저씨는 깡총한 것을 너무 좋아해서 지난 가을 우리 집 뒷담 울타리를 이렇게 전지해 놓았다.
삼 십분 뜯어서 다듬은 쑥으로 다싯물에 소금을 넣고, 콩가루를 무쳐서 쑥국을 끓였다. 봄향기가 물씬 나는 쑥국이 너무 맛있었다. 길거리에서 할머니들이 다듬어 놓은 쑥을 사면 손쉽게 끓여 먹을 텐데..., 지금까지 단 한번도 길거리 할머니에게서는 구입하지 않았다.
쑥은 공해가 강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 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변이나, 농약을 치는 과수원, 밭 등의 쑥은 중금속 덩어리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쑥은 공해가 없는 깨끗한 장소에서 제 손으로 뜯어서 국을 끓여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이런 내 사고 방식이 스스로 나를 피곤하게 하기도 하지만, 쑥을 뜯으며 그 순간만은 만사를 잊고 봄향기에 빠져 들 수 있는 즐거움이 뒤따르기에...
맛있게 잘 먹어주는 식구들을 보니, 잠시의 노동에 대한 댓가는 보상이 되고도 남는다.
저녁 먹고나서 낮에 뜯어놓은 냉이, 쑥과 뿌리, 씀바귀 바구니를 가져다가 잡티를 골라내는데 한 시간이나 걸렸다. 백초 효소 담그기, 정말 힘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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