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04 토 맑음
불장난(?)도 때가 있지
퇴근길, 가로수로 심어 놓은 벚나무의 벚꽃들이 벌써 꽃비를 흩날리고 있다. 이제 봄은 남에서 북으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가 보다. 먼저 핀 꽃들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며 화무십일홍이 딱 맞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당에 들어서니 담장가 진달래가 활짝 피어 반겨 준다. 옷도 벗지 않고 바스켓을 들고 미나리를 뜯으러 집 앞 논둑으로 갔다. 젊은 아주머니 두 분이서 눈두렁에 앉아 쑥을 뜯고 있었다. 우리 단지내 사람인 줄 알고 반갑게 인사하고 보니 낯선 사람들이었다. 마음속으로 민망했는데, 정작 인사 받으신 분들이 오히려 더 반갑게 인사해 준다.
이웃 마을에서 차를 타고 여기까지 미나리를 뜯으러 왔다고 했다. 미나리를 가득 뜯은 비닐 봉투가 두 개나 되었다.
이웃에서 와서 먼저 뜯은 것이 미안한지 이렇게 말한다.
"저 아래 논둑에 가면 아직 어린 미나리 많이 있어요. 거기가서 뜯으시면 될 거여요."
"그래요? 한 발 늦었네요. 한 달 전부터 미나리가 자라기를 기다렸는데... 자연이 준 선물, 먼저 뜯는 사람이 임자지요. 더 자라면 그 때 뜯지요.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데... 많이 뜯어 가세요."
발 밑에 보니, 냉이가 많이 있었다. 민들레도 벌써 꽃이 피어 있었다. 냉이랑 민들레만 한 바스켓 뜯어서 왔다.
집집마다 마당이 시커멓다. 잔디가 자라기 전에 불을 놓아서 태우면 풀 속에 있는 벌레도 죽고, 태운 재가 거름이 되어서 잔디가 더 잘자란다. 이른 봄철에 불을 피워야 하는데, 내가 불을 붙이려고 하면, 東이 시커먼 마당이 보기 싫다고 못하게 했다.
저녁 먹기 전에 집집마다 마당이 시커멓다고 이야기했더니, 그제서야 라이터를 주면서 불을 붙이라고 했다.
만약을 대비해 호스와 물조리개를 옆에 놓고 잔디에 불을 질렀다.
저녁이고 습도가 높아서 생각대로 잔디에 불이 붙지 않았다. 아니다. 잔디에 벌써 물이 올라서 안타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와 때가 있는 것. 내년에는 시기를 맞추어 제대로 잘 해보아야겠다.
지난 주는 첫째가 오더니, 오늘은 막차 타고 둘째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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