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29 일 맑음
칡뿌리와의 한 판 씨름
봄 햇살이 따사로웠다. 아침을 먹고 정원 이 곳 저 곳을 둘러보았다.
미니수선화가 고개를 내밀어 해바라기 하고 있다. 수선화 향기, 너무 달콤하다.
겨울을 이겨 내고 잎 속에서 꽃봉오리를 만드는 중인 튤립
히야신스의 진한 향기는 마당에 가득 퍼지고
무스카리꽃봉오리들도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는 중
담장가 명자나무에서도 꽃봉오리가 한껏 부풀어 오르는 중
명자 나무 옆, 진달래도 꽃봉오리가 터질락말락
이웃집 - 오늘은 모두들 집에서 정원을 가꾸려나?
화단에서 피어나는 꽃들을 감상하다가, 잡초를 뽑기로 했다. 잔디보다 먼저 자라고 있는 토끼풀, 별꽃, 바랭이등등을 뽑았다. 뽑은 잡초들을 버리려고 옆밭으로 갔다가, 칡뿌리 둥치를 발견했다.
'어쩌지? 그냥 두면 지난 해처럼 온통 칡넝쿨이 밭을 잠식해 버릴텐데?'
망설이다가 도전해 보기로 했다. 호미 한 자루 들고서...
호미로 칡뿌리 주변을 파헤쳤다.
'어머나? 장난 아니게 뿌리가 크네?'
'내 허벅지 만하잖아? 어쩌지, 칡뿌리 파는 것 너무 힘이 들텐데?'
갈등하며 호미로 칡뿌리 주변을 살살 헤쳤다. 이런 내 모습을 보던 東이 한 마디 한다.
"나보고 칡뿌리 캐라 하지마? 나는 그것 파 줄 시간 없다"
그러고는 가버렸다. 호미로 칡뿌리를 캐다가 고개를 드니 東이 눈에 들어온다.
10m 사다리를 놓고 작업을 하고 있었네?
줌인하여 보았다. 실리콘으로 유리창틈을 메우고 있나 보다.
작업하는 것을 바라보다 다시 칡뿌리와 씨름을 했다.
마사토 땅이어서 호미가 쉽게 들어갔지만 복병을 만났다.
바로 이 바위. 바위 아래로 들어간 칡뿌리...
그럼, 바위를 들어내어야지. 호미로 바위를 캤다. 대단한 실력?
바위 하나 들어내니, 또 다른 바위가 손길을 가로막는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 없어. 호미로 흙을 파헤치고 또 파헤치고... 드러나는 뿌리.
뿌리를 도저히 더 따라가지 못해서 손으로 힘껏 잡아 당겼더니 양 갈래로 벋은 뿌리가 갈라졌다.
칡뿌리와 사투를 벌릴 동안, 東은 열심히 유리를 닦고 있는 중
다시 칡뿌리를 잡고 씨름, 어? 한 쪽은 고맙게도 썩었네? 그래서 톱으로 싹둑하고 나니
`가장 큰 뿌리를 지탱해 주는 작은 뿌리가 또 다시 양갈래로 갈라져 한 쪽은 수직으로 깊이 뻗어내려 갔다.
'아후, 괜히 시작했네? 여기서 멈춰? 말어?' 갈등하며 호미로 흙을 파냈다.
드러나는 뿌리들
어머나, 이 쪽도 또 양 갈래?
호미로는 도저히 더 이상 수직으로 파내지 못해서 결국은 톱을 가져와 자르기로 했다. 자른 곳부터 굵어지는 부분인데... 아깝다.
한 시간 걸려 칡뿌리와의 씨름은 이렇게 끝이 났다.
난생 처음 혼자서 캐어본 대형 칡뿌리.
간식으로 호박 부침개를 만들었다.
맛있게 잘 먹어준 식구들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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