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31 화 맑음
가산산성 드라이브 하고 집에 와서 저녁 먹고 휴식을 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상주교육장으로 정년 퇴임하신 선배님의 안부전화였다.
"조선생, 요즘 뭐가 그리 바빠요? 아들 졸업식때 꼭 좀 연락해 달라했더니... 주말에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안부 전화가 자꾸 길어진다.
"선배님, 주 중(週 中)이 아니면 저 너무 바쁘게 사는 유명 인사여서 만나기 쉽잖을 걸요.(웃음) 차라리 지금 달려 갈게요. 제가 걸어 갈 동안 아파트 앞으로 마중 나오세요?"
전화를 끊고, 얼른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東과 함께 가려고 했는데, 東이 너무 피곤하다며 혼자 갔다 오라고 한다. 걸어가면 30분 걸리는 거리, 시간은 밤 8시, 지나가는 택시를 탔다. 5분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택시 타기를 잘했지'생각하며 바깥을 보니 아파트 입구에 선배님이 정말 마중 나와 계셨다.
집안에 들어서니 사모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차려놓으신 다과와 차를 마시다가 문득 베란다를 보았다.
어쩌면! 십 여년 전에 우리 집에서 분양해 준 군자란으로 화분을 많이도 만들어 놓으셨다. 헤아려보니 무려 일곱 그루이다.
카나리아 한쌍이 조용히 손님을 맞이해 준다.
소박한 거실 풍경
교사, 교감, 교장, 시, 군 장학사, 도장학관, 교육장 등을 두루 거치신 교육행정가이신 선배님은 교사 시절이나 행정수장직을 맡으셨을 때나, 은퇴 후의 삶 또한 조금도 변함없으신 검소하고 소박하신 분이시다.
<사모님과 한 컷> 기록에 남기고 싶다고 하니, 기꺼이 겉옷을 입으시고 모델이 되어 주셨다.
늘 웃으시며 내가 직장 생활을 하는데, 조언을 해 주시는 친인척같은 선배님과 언제나 친절하게 맞이해 주시는 음식 솜씨 좋으신 사모님.
은퇴하신 후에도 젊고 건강하게 사시는 모습, 아름다운 노후란 바로 우리 선배님 같으신 분이 아니실까?
마음이 내킬 때면 언제라도 달려가 만날 수 있는 선배님이 한 동네에 살고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늘 마음 든든하다. 지난 몇 십년처럼 앞으로 몇 십년후에도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자시며 집앞까지 마중해 주고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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