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1 토 맑음
지난 해 1월 7일,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봄이 될 때까지 두 달간은 집과 정원 청소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봄이 되고부터는 그동안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던 각종 식물들을 정원, 텃밭, 뒷동산에 옮겨심고 가꾸느라 일년이 어떻게 흐르는 지도 몰랐다.
남쪽 지방에서 살던 식물들이 추운 경기도 지방으로 이사와서 잘 견뎌줄 지 속으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옮겨온 식물들이 따뜻한 봄이 와도 소식 없던 대지에서 잘 버티어내고 여기저기서 싹이 올라와 있다. 실내에 들여 놓은 식물은 안타깝게도 몇 종류가 죽었지만, 오히려 바깥에서 추위를 견뎌낸 식물들은 대부분 다 살아났다. 느긋한 마음으로 렌즈에 담아 보았다.
구근이 퇴화하지 않고 자란 튤립
삼색 제비꽃씨가 싹 터 자란 모습
말발도리
말발도리 꽃봉오리
땅을 뚫고 올라오는 더덕들
한라부추
처녀치마
이름 - 갑자기 생각안나네. 뭐였지?
산작약
자세히 살피니 흙덩이 속에 새싹이 더 보였다.
흙을 살며시 들어내 주니, 새싹 머리가 세 개나 보였다.
산부추
사계 국화?
잔디 위의 별꽃
오전에는 뜨락과 뒷동산에 심어 놓은 식물들을 감상하며 시간을 흘러보내고, 점심 먹고부터 바빠졌다. 텃밭에 뿌릴 씨앗을 찾아 그 중 몇 가지만 뿌렸다. 아니 상추, 배추, 열무를 먼저 심어야 할텐데 꽃씨를 밭에 뿌렸다.
앞논두렁에 가보니, 미나리가 손가락 반 마디만큼 자라나 있었다. 다음 주에는 뜯어도 되겠다. 마당에 늘려있는 낙엽을 치우다가, 실내에 들여놓은 화분을 실외로 들어내다가, 화단 손질하다가....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한 것 없이 하루 해가 꼴깍 졌다.
저녁 8시 30분에 똘지,돼지가 한 달만에 함께 왔다. 한 녀석은 밥을 먹었단다. 한 녀석은 우리랑 늦은 저녁을 했다.
밤 11시에 부산 사는 친구가 아들과 함께 왔다. 서울까지 갔다가 지하철 타고 거꾸로 수원으로 와서 택시 타고 양지 4거리까지 왔다.
일년 만에 만난다. 지난 해 4월 1일(개교기념일)날은 내가 부산까지 갔었다. 친구, 먼길 오느라 너무 수고했다.
친구가 아이들에게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해 준다.
"너희들 잘 자랐구나. 너희 엄마랑은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친구였어. 대학 다니면서 같이 만나면 헤어지기 싫어 너희 엄마는 우리 집까지 바래다주고, 나는 또 너희 엄마 집까지 바래다주고... 대구교대서 경대까지 걸어다니기도 했단다. 그땐 그렇게 많이 걸었어."
친구의 이야기를 옆에서 들으며 지나간 학창시절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꿈도 많았고 이상도 높았는데...
아이들이 자러 가고, 우리 둘만 식당방에 앉아서 내일 식구들을 위한 음식 준비를 했다. 아침에 물에 담구어 놓았던 도토리를 믹스기로 갈 동안, 친구는 옆에서 백초효소 항아리에 넣을 쑥뿌리를 다듬어 주었다.
보름달이 집안을 환하게 밝혀 주어 분위기를 돋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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