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29 금 잿빛 하늘
퇴근하면서 아들들을 생각했다.
지난 주 집에 와서 큰 녀석은
"엄마, 이번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대전으로 학회 가요." 했고
작은 녀석은
"엄마, 우리는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제주도로 학회 가요. 그리고 그 다음 주에는 시애틀로 열흘간 학회 가요."
해서, '지금쯤 학회 참석 잘 하고 있겠지? 전화하면 방해되겠지?'
생각하며 휴대폰을 만지작만지작하다가 전화를 걸지 않았다.
퇴근 후 베란다에 있는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東의 목소리가 좀 심각하다. 무슨 내용이지?
전화를 받고 나서 말했다.
"지금 병식이 신종 플루로 격리되었다 하네?"
"뭐? 신종 플루에 걸렸다구요?"
"아니, 학회 가서 함께 호텔방 쓴 학생 한 명이 걸려서 같이 격리되었다고 하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나도 잘 모르겠다."
전화를 받았으면 제대로 받아서 제대로 전달해 줘야지, 도통 어찌된 영문이야? 급하게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통화 중이었다. 초조하게 몇 분을 기다렸다가 다시 걸었다. 신호가 가고 아들이 받았다.
"병식아, 무슨 말인데? 너랑 함께 잠 잔 친구가 신종 플루 걸렸다고? 너도 격리 되었다고?"
"아니, 그게 아니구요. 뉴욕 학회 갔다 일주일 전에 한국 온 실험실 선배랑 여기 학회 왔는데, 그 선배가 원래 몸이 좀 약해서요. 오늘 병원에 갔다가 의사가 신종 플루로 의심이 된다면서 선배랑 함께 방 쓴 선배, 이렇게 두 명이 격리 되었구요. 남은 우리 실험실 학생 다섯 명은 호텔방에 격리되었어요. 교수님은 학회 가시고, 우리들은 그냥 방에서 결과 나올 때까지 호텔방에만 있어야 되어요. 결과가 오늘 밤에라도 나온대요."
"그럼, 넌 피 안뽑았나?"
"아직은... 결과에 따라 어떻게 될 지 몰라요."
첫째 아들에게도 전화했다.
"민식? 엄마다. 넌 몸 상태가 어떠냐?"
"엄마, 실은 우리 실험실 형도 뉴욕 갔다가 지난 주 월요일날 왔어요. 그런데, 제가 화요일부터 몸살 기운이 있고, 머리도 아프고, 열도 나고... 그래서 어저께 학교 보건소에 가서 약 받아 먹고 있어요. 어제는 많이 아팠는데, 오늘은 좀 괜찮아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이지?
실험실 같이 쓰는 형이 혹 신종 플루에 걸렸으면, 함께 기숙사 방 쓰는 형제는 어떻게 되지?
걱정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않았다.
밤 11시 30분,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 병식이가 전화를 했는데, 검사 받은 선배형이 음성으로 진단났대요."
"응? 음성? 그럼 괜찮다는 뜻."
"네."
"그럼, 네가 걱정이구나. 넌 몸살 기운이 좀 덜하니?"
"네."
"그래, 밤이 늦었구나. 항상 손 깨끗이 잘 씻어라. 잘 자. 내일 전화 해줘."
신종 플루는 외국에만 있고, 국내에 감염 환자가 있다고 해도 남의 일로만 느꼈더니,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다. 아무튼 개인 위생에 조심하고 또 조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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