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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탐사 mind exploration/母子 대화

이제 엄마 머리가 딸리네?

by Asparagus 2009.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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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지? 아들들이 저 멀리 추월해 가고 있다.

2009년 7월 12일 비 오후 늦게 갬

아침 먹고 뒹굴, 점심 먹고 뒹굴거리던 똘이가 가고 난 뒤 거실을 청소하다가 청색 물체를 발견했다.

'뭐지?'

얼른 펼쳐 보았다.

'아니? 이런? 지난 번에 가져다 준다던 상장을 나에게 말도 없이 그냥 두고 가다니...'

 

당장 전화를 했다.

"넌 동생 상장을 가져 왔으면 엄마에게 말이나 해 주지, 왜 그냥 거실에 두고 갔어?"

"아참, 어제 동생이 엄마에게 전해 드리라고 한 것인데, 깜박 잊었어요. 내가 가려고 할 때는 엄마가 밭에서 일하고 있었잖아요?"

"그래? 그렇구나. 그래도 다음부턴 그러지 마. 엄마가 섭섭하잖아? 그럼 다음 주에 보자, 그동안 밥 잘 챙겨 먹어. 안녕."

"예, 엄마도 안녕히 주무세요. 빠이빠이."

 

아직도 이녀석들은 전화로 귀여운 짓을 해준다. 다 컸으니 이제는 그러지 마라고 해도 어렸을 적 버릇을 고칠 수 없다. 아니 엄마를 위해 일부러 그런다나?

 

아참, 상장 이야기이지.

두 주일 전에 형제가 같이 왔을 때이다. 밥을 먹다가 문득 돼지가

"엄마, 우리 지난 주에 대전에 가서 세미나 했어요. 나는 포스터 발표에서 우수상 받고 상금 십만원 받았고, 형님은 세미나 도우미해서 십만원 받았어요."

"응? 포스터? 무슨 포스터상인데? 대학원에서도 포스터 그리기 대회 하나?"

내 머리에는 그림 종류의 한 가지인 '포스터' 그림이 떠 올랐다.

"히~ 엄마는... 전국의 박사 과정 학생들이 그동안 자기가 실험한 것을 정리해서 전시하는 것을 포스터라고 해요. 엄마가 전국 발명품 대회에 나갔을 때 붙여 놓은 설명서처럼, 그렇게 전시했어요."

 

"어머나, 엄마는 처음 듣는 말이네? 몇 명이나 전시했는데?"

"전국 박사과정 학생들 약 500명 정도?"

"어머? 그럼 대단한 상이네? 몇 명이나 받았는데?"

"최우수 한 명, 우수 세 명이에요."

"그러니? 축하한다. 언제 받았는데?"

"세미나 끝나고 그 자리에서 바로 받았어요."

"어쩜, 그런 좋은 일은 엄마에게 즉각 전화해 주지."

 

아들과 대화하며 문득 깨달았다. 석사 과정까지는 그래도 논문이라든지, 레포트를 쓰면 한번씩 교정이라도 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박사 과정 들어가고 부터는 도움을 청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엄마도 공부를 해야 아들과 대화가 통한다는 것을 왜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

박사 과정 밟을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는데, '더 이상 공부해서 무엇하리?' 그렇게 생각하며 나 스스로 포기한 것 아니던가?

지금이라도 박사 과정을 밟아? 말아? 몇 며칠을 고민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당연히 져 주어야지. 학벌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지금처럼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거야.'

이렇게 스스로 위로하고 잠시 동안 느꼈던 아들에 대한 열등감에서 벗어났다.

 

아들! 축하해.

 

난생 처음 본 우수 포스트 발표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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