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발 선인장 꽃이 피었습니다.
2009년 1월 어느 날 아침,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아파트 공동 화단에 화분을 엎어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버릴려면 쓰레기 분리 수거함에 분리하여 제대로 버리든지, 아니면 화분을 화단에 그냥 살짝 놓아두지, 왜 화분째 집어 던졌을까?'
누구 소행인지, 잘 가꾸어 놓은 화단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모습에 화가 났습니다. 조각난 도자기 화분과 플라스틱 화분을 헤쳐보니, 선인장들이 흙 속에 깔려 있었습니다. 짓이겨진 가재발 선인장과 오채각 선인장 등등, 대부분이 회생불가로 보였습니다. 그래도 혹시나하며 가재발 선인장 줄기를 주웠습니다.
집에 와서 가재발 선인장을 흙 위에 살짝 얹어 두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니 상처받은 가재발 선인장 대부분이 물러서 가버리고 겨우 몇 개만 살아났습니다.
구월이 되자 잎 끝에서 조그마한 점같은 꽃봉오리들이 형성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드디어 열달 만에 화려한 꽃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덤인지 어쩐지 고맙게도 하얀 꽃이 피는 가재발 선인장도 섞여 있다니....
눈을 호강시켜 주는 화려한 가재발 선인장 꽃- 왼쪽 모습
오른쪽 모습
게발 선인장꽃봉오리보다 두 배나 더 큰 가재발 선인장꽃봉오리
잎 끝이 날카롭게 보이는 것은 가재발 선인장입니다.
게발 선인장 잎과 꽃 모습입니다. 가재발과 게발 선인장잎의 특징을 관찰하면 쉽게 구별할 수 있어요.
게발 선인장 잎은 부드러움이 느껴집니다. 가시 같은 모양이 보이지 않지요?
행운이 찾아 들 것 같은 흰색 가재발 선인장 꽃봉오리
죽기 직전에 회생한 가재발 선인장은 이렇게 많이 자라서 저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버린 사람 덕분에 이렇게 어여쁜 꽃을 볼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해야 할까요?
그때 함께 주운 플라스틱 화분 - 꽃이 피고 나면 근사한 집으로 이사시켜야겠어요.
늘어진 꽃잎을 조심스럽게 들어보았습니다. 내일이면 완전히 다 피어날 것 같습니다.
아파트에 살면 아주 가끔씩, 화단에 식물을 내다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저 같은 사람 눈에 뜨이면 다시 살아나는 것이지요.
식물을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을 턱이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말해요.
"식물을 키우다 싫증이 나거나, 키울 재주가 없으면 아파트 화단에 아무렇게나 버리지 마세요. 화단 입구에 살짝 얹어 놓거나, 쓰레기 분리 수거 하는 날, 폐휴지 등 옆에 놓아 두세요. 누구든지 식물에 관심 있는 사람이 가져가서 키울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도 함께 놓아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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