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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녹색 장원

20100115 눈밭에서 군고구마 굽기& 화롯불

by Asparagus 2010.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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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15일 금요일 새벽 눈 약간 온 후 맑음

그저께까지 낮 12시 기준으로 바깥 온도가 영하 8,9도를 오르내리더니 오늘은 영상 0.3도까지 올라갔다. 영상이라는 말만으로도 바깥 공기가 따뜻하게 여겨지다니, 체감 온도라는 게 참으로 대단한 감각이다.

 

마당의 수돗물 꼭지를 뽑지 않고 잠가버려서 꽁꽁 얼었는데, 영상이 되니까 수도가 녹아 물이 나왔다. 그동안 동파 될까봐 가슴 조렸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텃밭에서 고구마를 구워 점심 대신 먹기로 했다. 뒤뜰에 파묻어 놓은 동치미 항아리에서 동치미를 가득 떠 오고, 깨끗이 씻은 고구마를 은박지 호일에 감쌌다.

 

 지난 1월 4일 새벽에 내렸던 눈이 아직도 마당에 그득 쌓여 있다.  

 백설 눈이 아름다워 일부러 발자국을 내지 않았다.

밑둥치에서 가지가 네 개로 벋어난 소나무 - 사지송 아래 심어 놓은 매발톱, 방울꽃, 수국 등등이 눈속에 파묻혀 있어도 괜찮겠지? 이렇게 추운 날씨를 잘 견디어 내고 새봄이 되면 더욱 멋진 꽃이 피어나리라 기대하며...

사지송四枝松을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며 새해 소망을 담아 건강 가지, 성실 가지, 근면 가지, 행복 가지로 이름을 붙여 보았다.

 현관에서 대문으로 가는 길만 뽀송뽀송 말라있다.

오늘 새벽에도 함박눈이 흩날렸는데, 햇살이 나자마자 흔적도 없이 다 녹아내렸다. 지난 번 쌓인 눈은 아주 조금씩 증발되나 보다. 눈밭이 된 잔디마당에 숨구멍이 생겼다.

 열흘 넘게 그냥 둔 백설을 건드렸다. 벌써 2010년? 2100년이 되려면 아직 90년이나 남았네? 

 

이렇게 세상에 태어난 흔적을 남기고 또 남겨도 세월은 소리없는 강물처럼 흐르며 그 흔적을 깨끗이 지워주리. 그러나 먼훗날 과거 살았던 이들의 흔적을 추적하는 사람들 있어, 문명은 더 발전해 나가기도 하고, 온고이지신을 지키기도 하리니. 

나, 이렇게 흔적을 남기는 것은 한번씩 엄습해오는 삶에 대한 숭고한 생각과 함께 언젠가 닥칠 너와 나의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려니.

 

 東이 텃밭에 한 가운데서 지난 가을 전지한 나뭇가지에 불을 붙여 놓았다.

 눈밭 가운데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과 함께 말랑말랑 잘 익은 고구마들

 지난 가을 농사 지어 보내 준 똥구리님의 자주고구마의 맛있는 속살, 입속까지 자주색으로 물들게 했다.  

 여주 호박고구마도 노랑색깔로 유혹하여 입맛이 돌게 한 몫 거들어 준다.

 여주 호박고구마는 너무 크면 맛이 없다. 구입시 반드시 아기 주먹보다 작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뒤뜰 항아리에서 퍼 온 동치미를 통째로 눈밭에 내려 놓고, 군고구마 한 입 먹고 국자로 동치미 국물을 떠먹었다. (이유- 접시에 담으려고 하면 집안에 들어갔다 나오기 귀찮아서... 서로 갔다오라고 미루다가...^^)

 군고구마 다 굽고 남은 숯불을 화로에 담았다. 화로, 언젠가 꼭 구입하여 이글거리는 숯불을 담아보리라 했던 그 소원이 이루어진 날, 얼마나 기뻐했던지...

화로가 나에게 오던 날 -  http://blog.daum.net/jmh22/17202810

 숯불이 가득 담긴 화로를 거실에 갖다 놓았다. 큰 거실에 비해 너무 조그마한 화로.

 이글거리는 숯불

 역시 화로는 방에 놓아야 어울리겠다싶어서 다시 공부방으로 공간 이동.

미니 화로,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몸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화롯불 위에 은주전자 올려 놓고 녹차물 끓이는 중.

 

(은주전자 출처? 1996년 멕시코 여행 갔을 때 같이 간 일행들은 대부분 명품 가방, 명품 선그라스, 명품 옷, 청바지 사서 가방이 복잡해졌다. 난 일행들이 쓴 돈의 절반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은주전자와 미니 찻잔 두 개를 샀다. 그래도 대단한 가격을 지불했다. 멕시코는 은 생산량 세계 1위여서 우리 나라에 비해 은값이 매우 쌌다. 더욱 놀랄 일은 온통 은으로 만든 주방 제품만 파는 은백화점이 있었다. 멕시코를 생각하면 그때 은제품 접시를 몇 개 사오지 못한 것이 두고 두고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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