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즐겨 불렀던 동요 속의 계수나무를 아직 한 번도 만나지 못해서 어떤 모습인지 늘 궁금했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바로 그 계수나무가 우리 집 앞마당에 한 그루, 뒷마당에 세 그루가 거목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자란 우리 부부의 소망이 이루어진 2008년 1월, 전원주택에 입주했을 때입니다. 집 마당에 자라는 대부분 나무들이 너무 컸습니다. 계절이 겨울이라는 것도 아랑곳없이 남편이 톱으로 마구 잘라내었습니다. 정원 수목 가꾸는 상식도 없이, 수종이 무엇인지 생각하지도 않고서 말입니다. 뒷집 아저씨가 뒷마당에서 자라는 나무의 윗부분이 싹둑 잘린 모습을 보고 한탄하며 말씀하셨습니다.
"저 나무 누가 잘랐어요? 왜 잘랐어요? 낙엽 들 때 잎이 너무 아름다운 것인데요."
키 높이를 절반도 넘게 잘라낸 나무는 새봄이 되자 하트모양의 나뭇잎이 망울망울 피어났습니다. 봄에 돋아나는 나뭇잎 모양이 예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계수나무는 특히 새로 돋아날 때의 잎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뒷집 아저씨도, 우리도 나무의 이름을 몰랐어요. 인터넷으로 식물 이름을 검색하거나 식물도감 책을 읽으며 우리 집에서 자라는 나무들의 이름들을 하나하나 알아내었습니다.
마구 잘라내었던 나무는 뜻밖에도 계수나무였습니다. 동요 속에 살아있는 나무여서 더 정감이 가기도 하지만, 나뭇잎 모습 하나하나가 참 어여쁩니다.
지붕보다 높이 자랐던 계수나무 중간을 잘라 내어 키를 낮추었더니 자른 가지 주변으로 새 가지들이 돋아나서 풍성해졌습니다.
하트 모양의 계수 나뭇잎
가을이 되니 계수나무에도 고운 단풍이 들었습니다. 잘 익은 복숭아 색 같았어요. 마당에 떨어진 계수 나뭇잎을 쓸다가 향기를 맡았습니다. 낙엽에도 향기가 나다니요? 떨어진 계수 나뭇잎에서 솜사탕 향기 같은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입니다. 고운 색깔로 떨어진 잎을 쓸어 담으며 지난 봄 뒷집 아저씨가 싹둑 잘린 계수나무를 보고 한탄했던 그 심정을 가을이 되어서야 알았습니다.단풍 든 계수 나뭇잎
카메라가 화려한 자연의 색채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가을이 되면 계수나무 단풍잎을 만났을 때 달콤한 솜사탕 향기를 꼭 맡아보시지 않으시렵니까?
참, 계수나무 껍질로 만든 것이 계피인 줄 알고 가지 하나를 전지하여 껍질을 벗겨 맛보았습니다. 이런? 수정과에 넣어 먹는 ‘계피’맛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알아보니 식용 계피는 녹나무과의 ‘육계나무’의 뿌리껍질이라고 합니다. ‘육계피’를 줄여서 ‘계피’라 부른다고 합니다.
계수나무가 나오는 동요입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전래 동요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옥도끼로 찍어내고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 지고 천년만년 살고 지고
반달
윤극영 작사 작곡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구름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계수나무에 대해 알아보기
* 잎
잎은 대생하고 넓은 난형이며 둔첨두이고 심장저이며 길이와 나비가 각 3-7.5cm로서 표면이 녹색, 뒷면이 분백색이고 가장자리에는 파상의 거치가 있으며 5-7 개의 장상(掌狀) 맥이 있다. 엽병은 길이 2-2.5cm로서 붉은빛이 돈다.
* 열매
열매는 골돌과로 3-5개씩 달리며 길이 15mm정도로서 굽은 원주형이고 길이 8-18mm이다. 8월에 암자갈색으로 성숙하는데 암술대가 잔존하고, 종자는 편평하며 한쪽에 날개가 있고 날개와 더불어 길이 5-6.5mm이다.
* 꽃
꽃은 암수딴그루로서 5월경에 피며 향기가 있고 잎보다 먼저 각 엽액에 1개씩 달리며 화피가 없고 소포가 있다. 수꽃은 많은 수술이 있으며 꽃밥은 길이 3-4mm로서 선형이고 암꽃은 3-5의 암술로 되며 암술머리는 실같이 가늘고 연한 홍색이다.
* 줄기
원줄기는 곧추 자라지만 굵은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짧은 가지가 있다. 수피는 회갈색으로 세로로 갈라져서 박편상으로 떨어진다.소지는 대생하며 동아는 자홍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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