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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녹색 장원

무서운(?) 고등학생, 제압하다

by Asparagus 2010.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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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8일 월요일 맑음

43일간의 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8시 10분에 출근했다. 나보다 먼저 온 몇 몇 녀석들이 불도 켜지 않고 컴컴한 교실에서 조용히 하고 있었다.

 

30분이 되니 드디어 30명 전원이 다 등교했다. 고마워라.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어머? 너희들 방학 중 전부 성형 수술 했니?"

뜬금없이 이렇게 말하니 와르르 웃으며 여기저기서 대답한다.

 

"아니요. 우리 성형 수술 안했어요. 왜 성형 수술 했다고 해요?"

"응? 그러니? 선생님은 깜짝 놀랐잖아? 너희들이 너무 예뻐져서……. 눈도 예뻐졌지, 코도 예뻐졌지, 키도 쑥쑥 커졌지. 몰라볼 뻔 했잖아? 그래서 성형 수술 한 줄 알았지."

 

방송으로 개학식이 끝나고 첫째 시간이 시작되었다. 제 선생의 농담이 저희들 마음에 쏙 들었나? 4교시 마칠 때까지 얼마나 열중하여 듣던지…….  게다가 지난여름 방학 때는 빈손으로 온 녀석이 4명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2명으로 줄어들었다. 부모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이 직접 한 방학 과제물들을 나름대로 성실히 잘 해 와서 기분 좋게 과제물을 검사해 주고 발걸음도 가볍게 퇴근을 했다.

 

퇴근 길, 집 근처에 내려 볼 일을 보고 인도를 걷는 중 코너에서 고등학생 두 명과 부딪힐 뻔했다. 그 순간 고등학생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느닷없이 "ㄱ ㅅ ㄲ"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깜짝 놀랄 동안, 벌써 몇 발자국 멀어져 가고 있다.  순간 지나쳐 가는 문제의 그 학생을 불렀다.

 

"야, 학생, 너희들 이리 와 봐!"

내가 고함을 지르니 뒤돌아서 나를 본다.

나보다 한 뼘쯤 더 큰 교복 입은 녀석들이다. 저런 녀석들을 잘 못 건드리면 어떻게 될까? 마음속으로 걱정을 하면서, 다시 고함을 질렀다.

"얼른 이리 와 봐, 할 말 있어."

녀석들이 성큼성큼 나에게 왔다.

"나 많이 바쁘거든? 그렇지만 이런 말은 꼭 해야 될 것 같아. 요즘 고등학생들이 무서워 어른들이 꾸중도 잘 하지 않는다는데, 난 너희들에게 말해야겠어. 너, 친구에게  욕했지? 사과해. 얼른"

 

고등학생은 나의 고함 소리에 놀랐는지 얼른 친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욕해서 미안해."

그리고는 나를 보는 눈빛이 아주 선했다. 다행이다. 나도 얼굴빛을 바꾸어 존댓말로 다시 말했다. 

"학생, 함부로 욕하지 마세요. 욕이 버릇이 되면 어느 자리에서든 자신도 모르게 욕이 나와요. 만약 그게 면접하는 곳이라면 어떻게 되겠어요?"

 

학생은 고개를 숙이며 이제 다시는 욕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학생, 고마워, 이렇게 어른이 말하는 것을 잘 알아듣는 것을 보니 장래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아요. 열심히 공부하세요."

학생은 나에게 인사를 꾸벅하고 가던 길로 가고, 나도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 와서도 기분이 좋았다. 어른의 충고를 고마워하는 듯 나에게 밝은 얼굴을 보여 주었던 고등학생의 얼굴을 떠올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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