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6일 금요일 비 온후 갬
어제 출근하며 양지로 올라오려고 짐을 챙겨 아파트를 떠났다. 며칠 동안 근무지 이사를 하느라 몸과 마음이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가장 중요한 사령장이 든 인사 서류 봉투를 찾지 못했다. 새 학교에서 종일 짐 정리하고 교실 청소하고 나니 어느덧 오후 4시 30분이 지나버렸다. 비도 오고 해서 양지 가려던 것을 포기하고 다시 아파트로 왔다.
인사서류를 찾지 못해 밤새 잠자리에서 뒤척이다가 일어났다. 어제 종일 오던 비는 아침이 되니 그쳐 있었다. 다행이다. 서류가 들어있음직한 박스를 뒤적여서 찾고 또 찾아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차에 가보기로 했다.
지하 주차장에 둔 내 차 트렁크를 여니 바닥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東이 몇 번이나 찾아봐도 없다고 해서 그렇게 믿었더니... '세상에 믿을 사람 없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지하에서 후다닥 뛰어 올라와서 엘리베이트를 탔다. 다시 짐을 챙겨 아파트를 나섰다.
양지에 가서 피겨스케이트 경기를 보려고 했는데, 꾸물거리다가 시간이 어중간했다. 문경새재를 지나니 차량의 DNB 영상이 깨끗하게 잘 잡혔다. 그래도 이 중요한 순간을 큰 화면으로 보면 얼마나 좋을까?
충주 휴게소에 들러서 보고 가기로 했다. 충주 휴게소 주차장에 주차하고 식당으로 들어가니 자리엔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휴게소에 이렇게 많이 모인 모습을 처음 보았다. 외국인 몇 사람은 식사를 마쳤는지 차를 타고 떠나는 것과 대조적으로 식사를 마쳤어도 자리에 앉아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니, 너 나 할 것 없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피겨사상 첫 금메달을 따는 순간을 충주휴게소에 모인 분들과 함께 기뻐하며, 그 순간을 포착하지 않을 수 없어서 다시 차로 뛰어가서 카메라를 들고 왔다.
넓은 식당에 빼곡히 모인 상행선 충주 휴게소 식당
김연아 선수의 피겨 스케이트 연기를 숨 죽이며 관람하는 여행객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텔레비전을 응시
한 마리 새처럼 빙상을 화려하게 수놓는 김연아 모습에 넋을 빼다가
김연아 선수의 연기가 나올 때마다 열광하는 여행객의 환한 표정과 갈채
김연아 선수는 너무나 큰 일을 해 냈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었으니...
일본 선수가 펼치는 피겨 스케이트 연기까지 숨죽여 보던 그 순간이 지나고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 확정을 받고 시상대에 오르는 순간까지는 다 지켜볼 수 없는 바쁜 여행객들은 몇 사람만 남고 썰물 빠지듯 식당을 빠져나와 바삐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길을 떠났다.
우리도 양지를 향해 엑셀레이트를 밟았다. 차량 내 DNB에서는 보여 주고 또 보여 주느라 언제 양지에 도착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김연아 선수의 아름다운 모습에 찬사 또 찬사를 보내며...
양지에 도착하니 어제 내린 비 덕분에 흰눈이 모두 다 사라져서 기뻤다. 화단을 들여다보니 벌써 새싹들이 쏙 쏙 고개를 내밀고 있다. 추웠던 겨울이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봄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이제 두터운 겨울 외투를 벗어던져야겠다.
마당 잔디밭에 불을 질렀다. 어제 내린 비로 인해 습도가 높아 깔끔하지 않고 얼룩덜룩 타다가 꺼졌다. 너무 일찍 태웠나? 모레가 정월 대보름인데 그날 태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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