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8일 일요일 맑음
매일 매일 왜 이리 바쁠까나? 시에틀에 있는 아들과 채팅도 못한지 오래전...
메일 주고 받기도 오래 전...
아침에 채팅 사이트를 열었다. 부재중인 아들에게
"ㅠㅠ 엄마가 네 목소리 듣고 싶다, 전화 좀 해 줘."
간단히 한 줄 쓰고 사이트를 닫고 집안 일을 하는데 휴대폰 벨이 울렸다.
"엄마, 엄마 노트북 새로 샀다면서요? 그럼, 저랑 영상과 음성 채팅 할 수 있어요. 지금 전화 끊고 인터넷을 켜세요, 제가 하는 법 가르쳐 드릴 게요."
"응, 그래? 지금 켤게."
인터넷을 연결했다.
똘이가 곁에서 노트북을 쭈물럭거리니 단번에 태평양 저 멀리 있는 아들 녀석 얼굴과 음성이 들린다.
"오마나? 엄마 노트북에 카메라도 부착 되어 있고, 음성 녹음 기능까지 있는 줄 왜 몰랐을까나? 엄마는 정말 무식해. 히히히."
하면서 워드를 하니
바로 곁에 있는 듯, 아들 녀석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워드 하지 말고 그냥 말해요. 저도 잘 들려요."
이런다.
"아후, 또 무식이 탄로났네?"
녀석이 얼굴을 보여주다가 뜬금없이 한 마디 한다.
"엄마 카메라로 내 얼굴 또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려 하지? 안돼, 안돼, 절대 안돼,"
"야, 이 녀석아, 네가 범죄자냐? 대통령도 장관도 교수도 다 얼굴 올려져 있다. 넌 뭐 그리 큰 유명 인사라고 못 올리냐? 엄마가 올려 놓고 네 얼굴 수시로 보려고 하는데, 다른 이들이 널 어떻게 안다고? "
큰 소리 뻥치고 사진을 찍었더니, 녀석이 무슨 프로그램을 깔았는지 액자 얼굴을 보여 준다.
이야기하며 정신없이 찍었다.
"쨔샤! 니가 범죄자냐?"
"그럼, 엄마 이 모습은?"
"니 자꾸 장난 칠래?"
"제발 찍지 마."
"정상 얼굴 안 보여 줄래? 니가 아무리 그래도 엄마는 찍을 거다, 내 아들 얼굴 초상권 침해 엄마가 좀 하자."
그래서 아들은 포기하고 이런 프로그램으로 음성, 영상 채팅 끝낼 때까지 나를 즐겁게 해 주었다.
"아들, 오늘은 고마 끝내자. 잘 먹고 잘 씻고 잘 자. 안녕!"
"엄마도, 형님도, 아빠도 안녕!"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화면은 사라졌다. 꿈이련가? 생시련가? 이렇게 좋은 인터넷 세상 속...
아들아, 엄마는 그래도 인터넷 중독은 절대 사절이다. 현실이 중요한 거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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