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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보물 탐사 treasure exploration/만난 산삼

반가워라, 새똥들 - 말로만 듣던 마당심 만나다.

by Asparagus 2010.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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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다.

2010년 6월 2일 수요일 맑음

보너스 받은 것 같은 지방 선거일, 아침 일찍 일어나 산에 갈 준비를 했다. 등산복 입고 투표장에 가니 아침이어서 그런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투표를 마치자마자 東이 오늘의 목적지로 차 기수를 돌렸다. 지방선거날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 오늘 드디어 떠날 수 있음에 감사드렸다. 맑고 쾌청한 날씨도 부조를 해 주었다.

 

오늘 산행 목적은 2006년 난생 처음 4구심을 캤던 장소, 즉 구광을 둘러보는 것이다. 또 그 곳에 군락을 이루어 자생하는 복분자 딸기 나무를 한 포기 채집하기.

 

목표지에 도착할 때까지  한비야가 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었다. 중부고속도로를 달려서 목적지인 중부지방 **리에 무사히 도착했다.

 

2006년 6월 4일, 난생 처음 만난 심에게 뽀뽀하던 내 모습^^

 비탈에서 자라는 산삼, 대칭이 완벽한 4구  스무장 잎.

 

산 너머 또 산으로 들어가면 동네가 숨어있듯 자리잡은 그 곳!  

 몇 년만에 다시 보니 너무 반가웠다. 깊고 깊은 산 속에도 이렇게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깊은 산 속에 자리잡은 몇 안되는 농가, 그 중 제일 안쪽에 자리잡은 이장님댁. 인사 드리러 갔더니 아무도 안계셨다. 몇 년 사이 이장님 집 입구에 금낭화, 패랭이, 끈끈이 대나물 등 많은 꽃을 심어 놓아 보기 좋았다.

 이장님 집 바로 앞은 맑디맑은 골짜기 물이 항시 흐른다. 개울 건너 편 산이 목적지이다.

 개울을 건너 아주 오래된 감나무를 지나서 산 속으로 들어가다.

감나무가 너무 높아서 달린 감은 딸 엄두도 못낸다고...

산허리를 돌아서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산비탈을 타다. 아직도 잎이 부드러운 취나물을 한 잎씩 꺾으며 아슬아슬한 비탈을 한 발 한 발 조심조심 내딛으며 심 탐사하다.

 

'어머? 이것은?'

이제 갓 올라와 자라는 하수오 덩굴이다.

 한 자 넘게 땅으로 벋으며 감고 올라갈 나무를 탐색하고 있는 하수오 줄기

 마주나는 하수오잎,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우유 같은 하얀 액체가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하수오 잎은 깊은 심장꼴 모양이다. 보기엔 이렇게 가늘어보여도 뿌리는 대단한 식물.

역시 내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땅을 파면 팔수록 직선으로 들어가 있는 하수오 뿌리. 혼자서 도저히 캘 수 없다. 앞서 간 東을 불러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보이소, 여기 와서 좀 도와 주이소! 나 혼자서 감당 못할 물건을 봤어요."

앞서 가며 심을 탐색하던 東이 선뜻 오지 않는다. 

 

'이 길을 지나갔으면서도 발견 못하고 그냥 갔나?'

쭝얼거리며 힘겹게 땅을 파고 있으니 드디어 왔다.

야전삽과 기타 도구들로 땅을 몇 번 들쑤시니 쑥 뽑혀 나왔다.

밖으로 드러난 하수오 뿌리. 끝까지 못캐고 끊어졌다. 그래도 이만하면 대단한 것이다.

 길다.

굵다.

 

하수오 뿌리는 정말 캐기 힘든 식물이다. 땅 속 깊이 더 박혀 있을 것 같지만 이쯤에서 포기하고 가방에 넣은 후 심 찾아 삼만리 하러 발걸음을 옮기다. 

'어쩌면 오늘의 심은 바로 이것일런지도?'

이렇게 생각하며 몇 발자국 더 옮기니 복분자 군락지이다.

사진 왼쪽 흰 줄기가 복분자 나무이다. 그 초대형 복분자 나무들 중 한 그루를 캐려고 줄기를 잡으며 위를 보니 새집이 보인다. 東이 위로 올라가 새집을 보더니 새끼 새들이 죽어 있다고 한다.

 '왜 죽어있지?'

자세히 보니 이 녀석들이 얼음땡을 하고 있다. 즉 사람 소리가 나니 부리를 하늘로 향한 채 죽은 척하며 꼼짝도 않는 것이다.

'어머? 무슨 새들이기에 이렇게 똑똑하지? 새끼새가 어쩌면 이렇게 죽은 척을 할까? 정말 꼼짝도 않고 그대로 있네?'

좀 전까지 새 소리가 들렸는데, 그럼 엄마새는 도망갔단 말인가? 그러고보니 새소리도 나지 않는다.

 새집을 지탱하고 있는 참나무 가지를 두들겨 보았더니 그제서야 새끼들이 입이 찢어지게 부리를 벌린다.

 '어라? 눈까지 뜨잖아?'

벌레라도 있으면 입 속으로 넣어주고 싶다만, 새끼들이 놀라서 죽기 전에 그 자리를 벗어났다.

꺼내서 새끼새를 만져보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느라 혼이 났다.

벗어나며 보이지도 않는 어미새들에게 말했다.

"야. 엄마, 아빠 새들아, 산삼 씨앗이나 많이 먹고 이 근처에 배설해 놓아라. 알았지?"

 

새집을 벗어나 산 중턱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김밥을 펼쳐 놓고 먹으니 여기 저기서 새소리들이 들린다. 대자연 합창이란 이런 것이다. 새들의 천국인 여기에 사람이 와서 음식 냄새를 풍기는 것이 미안했다. 커피를 마시며 나도 새 흉내를 내었다.

"쭈쭈쭈쭈쭈쭈쭈쭈...."

새는 쉼표도 없이 계속 쭈쭈거리고, 따라하는 내가 숨이 다 막힐 뻔했다.

점심을 먹고 산비탈에서 꽃이 핀 백선을 만났다.

 백선 전초 

 백선꽃, 건드리면 향기가 아닌 냄새가 지독한 꽃이다.

 냄새와 달리 멋드러지게 피는 꽃

 감탄하며 백선꽃 감상

 식물의 세계는 오묘해.

 우아하다.

간드러진다 

누구를 애타게 기다리나?

 

으름과 산딸기 덩굴이 지천으로 자라는 으름 덤불 속을 헤집고 다녔다. 멀리서 보면 꼭 심처럼 보여 가슴을 조아리며 가시투성이 덤불 속을 겨우 지나 가까이 가보면 담쟁이 덩굴이다. 담쟁이 새순이 갓 올라올 때는산삼 삼엽과 쏙 빼닮아서 번번히 속으며 발걸음을 옮기다.

 

그런데, 이런? 이런? 이건 담쟁이 덩굴 새싹이 아니잖아? 그럼? 자세히 보니 잎마다 솜털이 보소소하다. 솜털이 보이면 그건 당연히 심이다.  

 

드디어 발견.

"심봤다. 심봤다, 심봤다."

세번 외치고, 앞서 간 東을 불렀다.

(이 남자, 항상 먼저 발견하려고 앞서 가지만 이렇게 두고 그냥가는 눈썰미라니...^^)

 

"어디 있어요?"

대답이 없다.

"어디 있어요?"

한참 만에 저 멀리서 들려온 대답은

'와? 와 또 부르는데?'

 

"얼른 여기로 다시 와 보라니깐? 마당 봤어요."

 

 비록 어린 심이지만 드디어 말로만 듣던 마당심 만나다.

새들아, 고마워, 새똥아, 반가워!

 東이 나에게 올 동안 여기 저기에 무더기로 갓 태어난 심을 찍었다.

 내가 오늘 원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다.

 새들이 인삼씨든 산삼씨든 먹고 배설해 놓으면 그 씨앗들은 쉽게 개갑이 되어서 발아된다.

 양지 집 북서쪽 마당에 심어보니 심이 잘 자라는 환경이다. 더 심고 싶었던 희망이 오늘 이루어지다.

 올해 발아된 삼엽들

 

 

 

 지난 가을 새들이 열매를 많이도 따 먹었나 보다. 콩나물처럼 무더기로 나있다. 

 약통이 겨우 생긴 실날같은 어린 심뿌리

 

 새들의 천국인 환경,  새들이 열매를 먹고 여기 저기 배설해 놓은 덕분에 씨앗들이 제대로 개갑하여 자랐다.

 

삼엽은 약 효과가 없기 때문에 보고 그냥 지나가는 불문율을 깨고, 양지 뒷마당으로 이사시키기 위하여 조심조심 채심하다. 아니 수도 없이 자라는 삼엽들을 솎아내며 드문드문 남겨 놓았다. 몇 년 뒤에 다시 가보면 얼마나 자라 있을까? 꿈을 남겨 놓고 발걸음도 가볍게 새들의 공동 화장실(?)을 벗어났다.

 

집으로 오며 황간 휴게소에 들러 빵빠레를 사서 빵빠레를 울리고 기분좋게 먹었다.

도착하자마자 스치로폼 박스에 눕혀 냉장고에 넣어 놓았다. 토요일날까지 부디 생생히 잘 자고 있기를...

 

* 산삼이 좋아하는 환경

1. 오전에만 햇빛이 약간 드는 동북쪽,

2. 산 계곡 근처, 계곡 물이 항상 흐르는 곳 주변을 중심으로.

3. 새들이 많이 사는 곳. 새들의 놀이터.

4. 새들이 앉기 좋아하는 키 큰 나무 주변

5. 산삼과 친한 식물 - 이끼, 고사리류, 으름덩굴, 머루 덩굴, 담쟁이 덩굴.

 

* 산행시 주의 사항 (꼭 지킬 것)

1. 절대 화장을 하지 않는다. 왜? 식물들과 산새들이 싫어한다.

2. 침묵 및 편안하고 느긋한 마음가짐, 세밀한 관찰력.

3. 그날 만나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말고 다음 산행을 기다리는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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