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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에 얽힌 추억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어느 여름 날, 나보다 아홉살 많은 큰 오빠가 빨간 금붕어 네 마리를 사왔습니다.
큰오빠는 돌절구에 물을 넣고 금붕어를 넣었습니다.
돌절구 속에서 헤엄치는 금붕어 네 마리.
난생 처음 보는 금붕어가 얼마나 어여쁘고 신기한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어요.
나랑 한참 금붕어를 구경하던 큰오빠가
"동생아. 금붕어는 비늘이 벗겨지면 살지 못해. 너 절대로 금붕어 만지지 마."
이렇게 말하고 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큰오빠가 나가자마자 나는 돌절구 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어요.
내가 손으로 잡으려고 하니 금붕어들은 내 손가락 사이로 요리조리 잘도 빠져 나갔어요.
한참을 금붕어랑 씨름 하다가 드디어 한 마리 잡았습니다.
손바닥 위에서 팔딱이는 금붕어를 보니 반짝이는 비늘이 너무 어여뻤어요.
손톱으로 비늘을 살짝 만져 보았습니다. 아주 쉽게 비늘이 떨어졌습니다.
나는 한 마리, 또 한 마리를 잡아서 비늘을 벗겼습니다.
비늘을 만지며 금붕어랑 한참을 놀다가, 문득 큰오빠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제서야 큰오빠 말이 생각났습니다. 얼른 방으로 들어가 숙제를 했습니다.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구요?
그날 저녁 큰오빠에게 죽도록 얻어 맞았습니다.ㅠㅠ
몇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금붕어만 보면 내가 비늘을 벗기는 바람에 허연 배를 물 위로 들어내어 놓고 다 죽어버린 금붕어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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