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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요리 탐사 culinary exploration/요리 시간

남편이 만든 특별 요리 - 잔치 국수

by Asparagus 2010.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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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23일 금요일 오전 비, 오후 흐림

방학 첫날, 새벽부터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아침을 먹고 창 밖으로 비 오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어제까지 그렇게 무더웠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원하다. 오전에는 각자 방에서 할 일 하다가 비가 그치자마자 마당에 나갔다. 무더운 햇살에 몸살을 하던 식물들은 비를 맞고나니 생기를 찾았나보다. 싱그러운 향기를 맡으며 잔디밭에 앉아 풀을 뽑고, 화초들을 돌보았다.

 

지붕에 올라가서 빗물받이를 정비하고, 이 곳 저 곳을 손질하던 東이 먼저 집안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몰랐다. 東이 얼른 들어오라고 창밖으로 손짓을 했다. 한 나절을 꽃들에게 푹 빠졌으면서도 아쉬웠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東이 식탁에 앉아서 말한다.

"오늘의 특별식은 국수, 한 그릇씩 다 먹기."

"어머나? 밥솥에 밥이 있을텐데?"

"오늘은 날씨가 시원해서 따뜻한 다싯물에 국수를 말아 먹으면 제격이다."

하면서 차려 놓은 국수 요리.

감동적이다.

"어머나? 계란말이를 해서 고명까지?"

전원 생활을 하고부터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는 울 그 사람의 요리 실력은?

"대단해요. 고마워요. 잠깐! 먹기 전에 사진부터 찍어야겠어요."

 와우, 계란까지 얹은 국수가 먹음직스럽다.

 

 ㅋㅋ 한 그릇 다 먹고나니 배 터질 뻔했어요.

 

방학 첫날, 이렇게 포만감을 가지며 하루를 맞았습니다.

 

東이 만든 잔치 국수 순서

1. 다시마, 멸치, 표고 버섯, 양파를 썰어 넣어서 다싯물 만들기

2. 다싯물이 끓을 동안 계란 두 개 풀어서 계란말이 만들어 놓고, 텃밭에서 딴 오이를 채썰어 놓기.

3. 국수를 삶아서 찬물에 여러 번 헹군 다음, 물기를 빼고 그릇에 담기

4. 국수 위에 다싯물을 넣고, 위에 썰어 놓은 계란말이랑 채썬 오이, 쑥갓 한 잎, 토마토 한 조각으로 장식하기

5. 양념장 얹어서 먹기

 

맛 평가 : 난생 처음으로 고명까지 만들어 얹은 국수맛 100점 + @ 점수를 주었습니다.

 

아이 키우며 직장 생활하며 집안일 할 때 안도와 준다고 쭝얼쭝얼하며, 때로는 신경질도 많이 내었던 지난 날의 내 모습과 너무 대조가 된 오늘입니다. 집안 일 안 도와 주는 남편, 때가 되면 이렇게 잘 도와주는 남편으로 변해갈 줄 그 당시엔 꿈도 못꾸었습니다.

 

전원 생활하기로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길 참 잘했습니다.

 

자고로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된다고 교육 받으며 자랐던 우리 시대의 남성상.

앞으로 얼마나 더 변모해 갈 지, 기대가 됩니다.

남편님, 고맙습니다. 꾸벅(으론 안되겠어요. 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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