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1일 토요일 맑음
아침 일곱시에 텃밭에 나가서 작물들에게 인사 나누다가 모습을 담았습니다. 태양이 뜨거울수록 열심히 잘 자라는 어여쁜 텃밭 주인공들입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콩 심었는데 수세미가 끼어들기 했나 봐요. 이만큼 크게 열매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수세미꽃
작두콩. 으아, 아까 내 등어리 뜯어먹던 나쁜 넘 모기가 수세미 잎에...
수세미꽃과 작두콩꽃
친정 어머니께서 올해는 지난 해와 다른 수수씨앗을 주어서 심은 것입니다.
수수한 몸매와 달리 키는 하늘에 닿을까 싶을 정도로 쑥쑥 자랍니다.
식용아스파라거스입니다. 무성한 잎을 잘라내었더니, 새순이 쏘옥쏘옥 올라와서 매일 아침마다 잘라서 생식을 합니다. 자꾸 자르니 약이 오르는지 갈수록 통통한 순이 올라오는 것이 신기합니다.
지난 번 보라님이 보내준 제주도 조롱박씨, 이렇게 양지 조롱박으로 탄생했어요.
보라님 닮아 예쁘지요? 나중 하나 보내 줘요? 말아요?
친정 어머니가 주신 결명자씨. 솎아내지 않고 그냥 두었더니 저희들끼리 부딪히며 키를 키웠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세요. 앞 쪽부터 뒤쪽으로 갈수록 키가 크지요? 말 못하는 식물들도 이렇게 질서 정연합니다.
적당히 솎아줘야 더 많은 열매가 달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키우고 있어요.
벌써 꼬투리가 맺혔습니다. 나비 모양의 노랑꽃이 아름다워요.
그저께 사 온 배추 모종, 이틀만에 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으아, 올핸 고구마가 풍년이 될 것 같습니다. 사다 심은 고구마 순 한 묶음을 다 심었으니...
텃밭도 작은데, 고구마가 땅을 너무 많이 차지하는 바람에 발 디딜 틈도 없어져버렸습니다.
토란, 얘는 뭘 먹고 이렇게 자라는지,우리 밭엔 화학 비료 한 줌 주지 않았는데도 연잎보다 더 크게 자랍니다.
뭘까요? 당근 새싹입니다. 느려터졌어요. 씨 뿌린 지 이십 일이 다 되어가건만...
방울 토마토, 구슬 같아요.
지난 해는 노랑 방울 토마토였는데 주황색으로 익어가요. 앗? 달팽이 새끼가 토마토를?
위의 것에 비하면 왕토마토입니다. 햇살 받으면 자꾸 붉어져요.
친정 어머니가 파 씨앗을 주시어 뿌렸더니, 숲을 이루었습니다.
그 중 한 움큼 뽑아다 옥수수를 뽑아낸 자리에 파를 옮겨 심었읍니다. 옥수수 사이에 샤르님이 보내 준 고구마 순을 잘라서 심었어요. 옥수수 그늘에서 제대로 자라지 못하여 아직도 아기 같아요. 샤르님, 그래도 고구마는 달릴 거니깐 가을을 기대해 보세요? 옥수수 뒤에 한 뼘 정도 자란 수수 모종을 옮겨 심었는데, 저렇게 키가 컸습니다.
땅을 아주 유용하게 잘 활용하는 건지 식물들을 너무 밀식해서 심은 건지, 어쨌건 잘 자라줍니다.
농사도 자꾸 지어보면 요령이 느는 것 같아요. 텃밭 작물에게도 꽃 키우는 것 만큼 신경 쓰니 얘들도 저희 부부를 아주 좋아해 주나 봅니다. 돌보는 식물들에겐 배은망덕이라는 말은 없어요.
이렇게 귀여운 고구마잎은 똥구리님이 보내준 고구마 두 개에서 자라난 순을 심은 것이어요.
똥구리님이 보내 주었던 고구마 두 개
지난 해 받아놓은 오이 씨앗을 뿌렸더니 요즘 정신없이 달리고 있어요.
모종 사다 심은 오이는 아직도 열심히, 잘 열매를 키우고 있습니다. 올해는 오이 농사가 대박입니다.
생강이 자라고 있습니다. 잎이 멋져요. 관엽 식물로 등용해 줄까 봐요. 감상용으로도 손색 없습니다.
지난 번 여행지 민박집에서 사 온 쪽파가 이렇게 어여쁘게 고개를 쏘옥 내밀고 있습니다.
난생 처음 심어본 녹두, 이렇게 탱글탱글 녹두알이 여물었습니다.
녹두 꼬투리가 밭에서 까맣게 익었더라구요. 까만 것만 떼어서 햇살에 하루를 말렸어요.
녹두꼬투리가 마르면서 벌어지면 녹두알을 잡지 못하겠더라구요. 얼마나 멀리 도망을 가는지...
그래서 녹두꼬투리는 보자기에 싸서 입구를 봉한 다음 손으로 살짝 비틀면 속에서 녹두콩이 다 튀어나옵니다.
제가 자랄 때 녹두죽을 참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친정 엄마가 뭐 먹고 싶냐고 물으면 전 항상 "녹두죽"이라고 했거든요. 난생 처음 농사 지어본 햇녹두를 삶아서 녹두죽을 만들어 보아야겠습니다. 녹두는 우리 몸의 중금속 배출 등 해독 작용을 해 주기 때문에 여름철에 녹두죽을 먹으면 좋다고 하네요.
아직도 남은 여름 햇살, 사람들에겐 무더위로 인해 짜증을 갖다주지만 식물들에겐 보약입니다. 햇살이 뜨거울수록 논과 밭이 살찌니 이글거리는 태양을 더 사랑해 주어야겠습니다.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 > 텃밭 식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과 조롱박 (0) | 2010.10.09 |
---|---|
행운을 가져 가세요. 토란꽃 보시며... (0) | 2010.09.24 |
여름 텃밭-갓끈동부콩, 동부콩, 줄강낭콩, 녹두, 작두콩, 흰콩(대두콩) (0) | 2010.08.04 |
토마토가 익어가는 계절 (0) | 2010.07.19 |
처음 심어 본 비트, 잘자란다. (0) | 2010.07.17 |
댓글